“혁신학교는 교육자치 덕분… 교육감 인사ㆍ조직ㆍ사업 자율권 늘려야”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시국선언 참여교사 징계문제와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재 여부를 두고 대립한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태 때와 고등학교 학생들의 ‘안녕들하십니까’ 벽보 등을 두고 대응 방법에서 이견을 보이는 등 ‘투사’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실제 김 교육감을 만나보면 이같은 이미지와의 괴리가 생긴다. 핏대를 세우며 자신의 생각대로 굵직한 이슈를 만들어 내거나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목소리도 작은 편이고, 표정이나 동작 등에 감정이 섞인 큰 변화가 없어 그저 ‘얌전한 교수님’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현직 교육감이 바라보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교육자치를 들어봤다.
■ 혁신교육, 교육차치 덕분
1991년부터 교육감을 민선으로 뽑기 시작한 뒤 20여년이 훌쩍 흘렀다. 이 기간 중에도 처음으로 주민 직선 교육감 선거가 실시된 것은 지난 2009년 4월이 최초였다. 당시 민주노총을 비롯해 전교조 등 진보세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된 이후 2010년 6월 동시지방선거에서 연승을 거두며 5년째 경기교육을 이끌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
김 교육감은 “경기교육이 이만큼 발전한 것은 민선 교육감 시대 덕분”이라며 “지금은 그 바탕 위에 미래지향적인 경기혁신교육을 만들어가고 있어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김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는 혁신학교도 교육자치 덕분에 가능했다는 견해였다.
그는 “교육자치 덕분에 혁신학교가 가능했다. 교육부가 정한대로 전국의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일률적으로 공부하고 시험보는 것이 과연 지금 시대에 맞을까. 가장 좋은 교육은 우리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이 소신있게 아이들을 책임감 갖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학교자치의 결과, 학교 주체들의 자발성에 기반한 혁신학교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최근 보수진영측이 혁신학교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 측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즌2를 통해 일반화를 시도하는데 대한 비판을 펼치는데 대해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정책이나 시간을 요하기는 한다. 특히 교육정책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2009년 시작해 5년째 들어서 이제 10% 수준이다. 급속한 도입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질적인 심화도 고려하고 있다.
혁신학교가 만들고 있는 모형 뿐 아니라 내용이나 성과들도 서서히 쌓이고 있다고 본다”고 반박하면서 “혁신학교 지정 2년 이상 된 학교 기준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평균보다 줄어들거나 보통 이상이 늘어나고 있으며 혁신고를 살펴봐도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평균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 점수, 행복지수가 대신
1년여간 지켜본 결과, 김 교육감은 점수매기기를 참 싫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육자치에 대해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내달라고 물었다.
그는 “직접 매기는 것보다 학생, 교원, 학부모 등 교육가족의 의견이 더 의미있다고 본다”면서 “전국 최초로 실시한 학생ㆍ학부모ㆍ교원의 행복지수 조사 결과 2012년 하반기는 학생 74.3점, 교원 79.3점, 학부모 76.0점이었고 2013년 상반기는 학생 76.6점, 교원 79.5점, 학부모 77.3점이었다. 점차 좋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좀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 혁신학교, 배움중심수업, 서술ㆍ논술형 평가,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교권보호헌장, 학부모회 조례, 고교평준화, 경기도형 교육과정 등 교육의 전 영역에서 ‘행복한 교육’과 ‘즐거운 공부’를 위한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행복지수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착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석했다.
재차 점수를 매겨달라 부탁했지만 끝끝내 밝히지 않는 모습에서 내년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없애기로 발표한데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기초학력 미달학생 평균보다 줄어 들어
혁신학교 시행 5년 성과들 서서히 쌓여
정부 ‘행복교육’ 추진 제대로 안돼
교육위원 일몰제ㆍ교육감 자격 완화 폐지
경륜있는 분들 교육봉사 길 열어둬야
■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
김 교육감은 최근 교육청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고교무상교육 등 대선공약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를 받으며 호의적인 관계를 이어오던 것과 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과 관련해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을 제시했다. 이에 경기혁신교육과 소통할 지점 있다는 생각을 했으나 실제로는 정부가 공약으로 제시한 것들이 지연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부가 추구한 행복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난 1년간 지켜보니 비판적인 제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연말부터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교육재정 악화의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누리과정지원과 관련해서는 “필요한 예산까지 시ㆍ도교육청이 전담해 가는 방식으로 작년에도 엄청난 부담이 됐고, 교육재정 교부율은 바뀌지 않으면서 교육예산을 상당히 압박하는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국가의 교육정책과 관련해 국가가 부담할 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지방교육의 독립성에 보탬이 되므로 국가 정책의 수행을 지방이 지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런 방식으로는 지방 특색에 맞는 자체 사업이 어렵다”고 피력했다.
■ 선결과제는 자율권 확충과 선거제도 개선
그렇다면 앞으로 교육자치 발전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뭘까.
현직 교육감인 그는 “인사, 조직, 사업 등에 있어서 자율권이 늘어나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금은 도교육청 과장급 인사에서 자율권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과를 설치해놓고도 과장 인사를 못했다. 도청은 가능한데, 도교육청은 어렵다. 일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교육위원 일몰제와 교육감 자격 완화를 폐지해 교육에 대한 경륜과 식견 있는 분들이 자기 지방의 교육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자칫 반쪽짜리 교육자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책연대나 러닝메이트 등의 교육감 선거방식 개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지 궁금했다.
김 교육감은 “직선제를 실시한지 이제 10년도 안 된 상황이다. 직선제로 바꿀 때 여론에 대한 취지가 살려졌는지 고민하면서 나중에 필요하면 보완 지점을 찾는 것이 바른 방법이라고 본다. 당장 바꾸는 것은 너무 졸속의 접근방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사회적이슈 김 교육감의 생각은
“역사교과서 논란 국민들 시각에서 바라보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 양산한 정부의 책임 필요해”
김상곤 교육감은 최근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질문에 솔직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나 현재의 자리를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소신을 드러낸 것이다. 다음은 김 교육감이 ‘민감한 질문에 민감하지 않게’ 답한 것들이다.
-철도노조 파업 문제, 민영화 부분 풀어야
파업 그 자체를 언급하는 것은 조금 삼가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파업의 원인이 된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철도는 민영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영국이 철도 민영화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고, 기간산업으로인 철도 사업을 공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이 문제 있다 가능성 있다고 보이지만 정부 여러 조치하겠다는 차원에서 판단은 쉽지 않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표현의 자유 존중해야
대자보의 표현자체는 일상적인데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지금의 시대상황을 대표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라고 본다. 학생들도 교육의 기본 현장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사고하고 수업시간에 관련 영역이나 과목에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방식이 정말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면 지도해야 할 사항이지만,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고 헌법과 조례상의 규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건강한 시민정신을 기르고, 학생들 지적능력과 정의적 능력 기르기 위해 표현과 토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역사교과서 논란, 국민들의 의식에 반하면 곤란
국민들의 역사의식에 반하거나 사실이 왜곡됐거나 또는 대한민국 입장을 벗어나는 것 등은 곤란하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한다. 특히 식민지를 어떻게 보느냐는 입장이나 현대사를 어떻게 보는지 등 국민들의 일반적인 역사의식 벗어나는 측면에서 교학사교과서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각 학교에서 교사들이 선정해서 학교별로 운영위원회를 거치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다.
-비정규직 처우개선, 양산한 정부가 책임져야
비정규직과 관련해 재정적 부분이나 비재원적 처우개선 등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호봉제 등은 정부차원의 문제라 다르다. 이 부분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비정규직 양산해 온데 대한 책임도 필요하다. 비정규직이 가장 원하는 직업안정성과 관련해 전반적인 처우 시스템 개선 등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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