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탈주민 좌절된 꿈 안타까워… 허술한 무대 ‘조마조마’
“주인공이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난 18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상연된 연극 ‘날숨의 시간’을 관람하고 나온 한 북한출신 관객의 말이다. 경기도립극단의 초연작인 작품은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북한 출신의 주인공 미영·미선 자매가 사선을 넘어 우리나라에 들어왔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결국 화류계에 몸담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시시한 한복을 입은 두 자매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서서히 암전되는 장면은 이들의 인생역정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 따른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래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해피앤딩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인생이란 게 마냥 ‘해피’할 수도 없는데다, 애초부터 북한이탈주민이 꿈을 접고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작정하고 보여줄 요량이었다면 이들이 꿈을 성취하는 모습은 오히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극중 주인공들의 삶은 억세게 좌절을 거듭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물정에 어두워 돈을 모았다가 사기를 맞기도 하고, 사장과 동료들의 냉대로 직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는 것처럼 말이다. 연극은 이처럼 첩첩산중 같은 북한이탈주민의 삶에 주목한다.
극의 초반부는 탈북과정의 세밀한 긴박감을 묘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1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 역 배우들이 객석의 암전 속에서 무대를 기어오르며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새벽기습을 위해 참호에서 조심스레 뛰어오르는 일련의 분대와 같은 인상을 준다.
조심스레 무대로 들어온 이들은 총소리가 난무하자 머리를 감싸쥐고 바닥에 엎드리기도 하고 무대를 이리저리 누비며 대화를 최소화한 마임 연기로 탈북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채 층층이 쌓여진 덧마루들은 배우들의 격한 움직임 속에 덜컹거리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배우들이 연기 도중 덧마루가 쓰러지거나 잘못 헛디뎌 다치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인 것은 필자 뿐은 아닐 것이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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