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서커스 같은 실내악 ‘살뤼살롱’

정말,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몰랐다. 지난 10일 오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독일의 여성 4인조 실내악단 ‘살뤼살롱’의 무대 말이다. 한번 지루해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게 실내악이다. 객석에서 프로그램북에 나열된 곡을 세며 언제 끝나나 시간을 재고 앉았을 정도로 몰입이 안 되는 공연도 많다. 반면 살뤼살롱은 실내악도 이렇게까지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는 예능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등의 4중주로 편성된 이들의 연주는 자못 진지하게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를 하고 싶다며 박수를 치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시작한 피아졸라의 ‘천사의 부활’은 내내 엄숙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숙제(?)를 마친 4인방은 빠르고 섬세한 연주가 돋보이는 헝가리 무곡을 시작했다.

공연 중반에 첼로 주자인 소냐 레나 슈미트의 얼굴에 장난기가 비치더니 몸을 뒤로 꺾고 첼로를 연주한다. 그러더니 모두가 몸을 활처럼 뒤로 꺾었다. 그때부터는 무대위에서 서커스판이 벌어졌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안겔리카 바흐만과 이리스 지그프리트가 첼로 연주자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활로 연주를 함께 하는가 하면 팔을 뒤로 꺾어서 활을 켜는 등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이어갔다. 그런데 음정하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샐 곳 없이 탄탄한 연주력이 뒷받침된 묘기였다.

그들의 5번째 멤버 ‘오스카(인형)’도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남성연주자의 모습을 한 이 인형은 단원 중 한명이 팔로 조종하면서 피아노 연주나 첼로 연주를 하도록 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앵콜곡에서는 안네 모니카 폰 트바르돕스키의 신기에 가까운 피아노 누워서 치기와 바이올린처럼 첼로 연주하기 등 서커스의 절정을 이루더니 마지막에는 이날 협연에 참여했던 오산 물향기 엘시스테마 오케스트라와의 아리랑 협연으로 관객에게 보답했다.

물론 모든 실내악 공연이 엔터테인먼트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연주회는 클래식 문외한도 정통 실내악과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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