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체코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달 중순 쯤이다. 문화계의 한 지인이 “기자라면 이런 음악회는 꼭 챙겨보라”고 조언해서 달력에 표시까지 해두고 공연날만을 손꼽아왔다. 그리고 한달여의 기다림 끝에 공연을 봤다.
기대가 크면 아쉬움도 큰 탓일까? 총평부터 하자면, 솔직히 따분했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몰다우로 시작한 도입은 황홀했다. 플룻으로 시작해 바이올린을 위시한 현악의 물결치는 향연은 필자의 마음조차 요동치게 만들었다. 동유럽 클래식의 본고장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열정이 사후 130년이 지나서도 내 심장을 주무르는 듯 했다.
한창 필자의 기대감을 높이며 시작한 공연은 두번째 프로그램을 맞아 집중도가 반감되기 시작했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인데, 고전주의 음악을 접하면서 항상 지루함을 느꼈던 경험도 부담이 됐지만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연주란 데에 스스로 방점을 뒀다. 더욱이 협연자는 고전주의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히는 영국의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였다. 무대 위에는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가 놓여졌고, 루이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전반적인 연주는 단조로웠고, 루이스의 힘찬 타건을 동원한 열정있는 연주에도 불구하고 좌중을 압도하기에는 역부족처럼 보였다.
하이라이트로 적잖이 기대를 모았던 2부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6번도 별다른 감흥을 주진 못했다. 118년 전통의 오케스트라가 눈앞에 있었지만 필자의 눈은 자꾸만 시계를 향하며 러닝타임인 41분을 재고 있었다. 그나마 본 프로그램 후 주어진 2개의 앵콜(스메타나 ‘Skip Dance’·오스카르 네드발 ‘Valse triste’)는 현란한 기교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필자의 좁은 음악적 식견이 감상의 흥미를 제한했는지는 모르겠다. 프라하에서도 만나기 힘들다는 체코필의 연주. 언젠가 다시 들을 기회가 생긴다면 보다 깊은 감동으로 누리고 싶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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