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무용으로 다시 태어난 ‘오원 장승업’

도립무용단 퍼포먼스 ‘화풍’

커튼콜마저 눈부셨다. 경기도립무용단이 지난 30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상연한 퍼포먼스 ‘화풍’은 날 것 그대로의 초연이었다. 30명에 가까운 단원들은 첫 무대의 중압감이 무색하게 기획부터 상연까지 약 3개월여 동안 피땀 흘리며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한 조선 말기의 ‘취화선’ 오원(吾園) 장승업의 근성, 예술혼이 박영일 수석단원의 독무를 통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장승업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화공과 무채색 계열의 난초와 대나무 수묵화를 온몸으로 그려낸 남성단원들의 군무는 흡사 잘 길들여진 야생마를 연상케 했다. 박력이 넘치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여성 단원들은 전반의 흑백 속에 매화와 난초의 채색을 서서히 입혀갔다. 맑은 물에 떨어뜨린 붉고 노란 물감이 아지랑이를 그리며 물 전체를 물들이듯 말이다.

각 무용수들이 손끝 마디까지 온몸으로 표현한 전통회화와 무용의 만남은 관객의 넋을 서서히 빼앗아갔다. 일부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전반의 조화가 주는 감동을 해칠 수는 없었다. 특히 매화군무는 갸냘프면서도 처연하지 않았으나, 필자의 눈꼬리에는 스스로도 모르게 눈물이 맺혀있었다. ‘눈물나게 아름답다’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광경이었다. 배경을 수놓은 ‘매란국죽(梅蘭菊竹·사군자)’ 영상과 국악이 곁들여진 음향효과는 춤사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환상적인 무대 연출에도 불구하고, 무대 운용상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화선지를 연상시키는 휘장이 좌우로 오갈 때마다 마치 기름을 덜 친 기계가 움직이듯 ‘끼익’ ‘끼익’ 하는 소리가 자꾸만 귀에 거슬렸다. 또한 공연 후반 클라이막스를 남겨둔 암전은 관객에게 공연이 끝났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암전, 그리고 잠깐의 침묵 후 객석에서는 어색한 박수가 나왔다. 커튼콜에서 나와야 할 박수가 공연 도중에 나와 무용수들의 몰입에 방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된 순간이다.

무용단은 매 기획공연을 거듭할 수록 한국 전통무용, 즉 우리만이 갖고 있는 넌버벌퍼포먼스로서 세계의 무대에서 승부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무대가 상연한 이들을 더욱 빛나게 해야 한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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