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앙상블 디토 리사이틀 ‘디어 아마데우스’

냉정과 열정 넘나드는 9인의 하모니

한 소설의 제목처럼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냉정이 지나치면 침체되기 쉽고, 열정만 앞세우면 방종으로 흐를 수 있는 법이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음악회든, 연극이든 연기자가 절제미와 화려함이라는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무대 위에 담아냈는지, 둘 사이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지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8일 군포시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 앙상블 디토의 리사이틀 ‘디어 아마데우스(Dear Amadeus)’는 출중한 연주력을 기반으로 냉정과 열정의 조합을 한번에 보여준 무대였다.

리처드 용재오닐과 스테판 피 제키브, 마이클 니콜라스, 다니엘 정 등 현악 4인방은 그래미상 수상(2011)에 빛나는 파커콰르텟과 함께 모차르트의 세레나데와 현악 5중주, 현악 3중주 등을 연주했다.

바이올린만 4대에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심지어 팀파니까지 동원된 세레나데는 각자의 개성보다는 절제된 하모니를 이루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팀파니 연타로 시작된 세레나데는 비단결을 보는 듯 매끈했고, 9인의 협연은 누구 하나 튀지 않고 하나의 선을 이뤘다. 그 자체가 하나의 레가토(legato·음과 음 사이가 끊지 않고 원활하게 연주하는 기호)였다.

파커콰르텟 멤버에 리처드 용재 오닐이 가세한 현악 5중주에서도 절제 속의 앙상블은 계속됐다. 다니엘의 바이올린이 주 멜로디를, 김기현의 첼로가 무게중심을 잡아준 가운데 각 연주자의 원활한 시선 교환이 환상의 호흡을 실현하고 있었다.

인터미션 후 2부에서는 앙상블 디토 멤버의 개성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프로그램 제목인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즐기다’란 뜻의 이탈리아어)’는 모차르트 작품 전반에 흐르는 기본정신이자, 디토의 정체성이었다. 무대에 오른 다니엘과 리처드, 마이클은 때로는 서로 대화를 나누듯, 때로는 경쟁하듯 화려함의 극치로 질주해나갔다.

연주가 끝나고, 이들의 활이 허공에 멈춰서자 객석에서는 ‘브라비(Bravi)’란 탄성이 쏟아져나왔다. 자신에게 보낸 편지 같은 이번 연주를 저승에서 들었을 모차르트의 감상평이 자못 궁금해진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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