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이 아프리카 부족마을로… 관객들 ‘들썩’
“아 유 레디(Are you ready·준비됐나요)?” 지난달 30일, 오산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선 풍만한 체구의 흑인 여성이 걸쭉한 목소리를 뽑아냈다.
관객들은 “네” 대신 “예보(Yebo·남아프리카공화국식 영어로 ‘yes’·‘hello’와 같다)!”라고 화답했다.
이윽고 무대와 객석에서 퍼커션이 울려 퍼져, 장중이 하나가 됐다. 이를 주도한 풍만한 체구의 여성은 남아공을 대표하는 타악 예술단 ‘드럼스트럭’의 마스터 티니 모디스(Tiny Modise)였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관객의 반응을 끌어내는 그녀였다. 마녀가 요술을 부리듯 팔을 활짝 펴고 열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객석에서 퍼커션 연타가 쏟아졌고, 팔을 아래로 떨어내자 북소리도 뚝 하고 멈췄다.
발을 한번 구르니 북소리가 잇따랐다. 산 만한 엉덩이를 왼쪽으로 흔들자 왼편 관중이, 오른쪽으로 치자 오른편 객석이 반응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어쩜 그리 호흡을 척척 맞추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이처럼 ‘드럼스트럭’의 첫 내한공연은 단순한 열정을 넘어 광란을 실감케 했다. 티니 모디스를 위시한 7명의 단원은 큰 젬베, 짐바브웨 드럼 등 다양한 퍼커션을 선보였다. 국악도, 양악도 흉내 낼 수 없는 아프리카 특유의 퍼커션 리듬이 객석을 열광케 했다.
아프리카 전통춤도 눈을 즐겁게 했다. 허리를 잔뜩 웅크렸다 펴기를 반복하며 팔다리를 현란하게 흔드는 연기자들의 춤에 어깨가 절로 덩실댔다. 라이온킹 OST ‘인 더 정글(In The Jungle)’로 잘 알려진 남아공 민요 ‘인붐베(Inbumbe)’ 등의 아프리카 노래도 인상적이었다.
신나는 공연에서 절제는 요구되지 않았다. 오히려 각 객석에는 젬베(Djembe)가 놓였다. 우승컵처럼 생긴 나무통에 한쪽만 가죽을 씌운 이 타악기는 높고 경쾌한 소리가 나 듣는이를 흥분시킨다. 관객이 직접 젬베를 연주하니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흥이 넘친 누구는 무대로 뛰쳐나가 퍼포머들과 함께 춤을 췄다.
공연장 전체가 아프리카 정글 속 부족마을로 탈바꿈했다. 남아공을 하나로 응집한, ‘함께 있어, 내가 있다(I’m because we are)’란 어구로 대변되는 ‘우분투(Ubuntu) 정신’의 일면이었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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