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당신을 위한 노래’

해금ㆍ판소리ㆍ바이올린… 안산의 슬픔 위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옆 화랑유원지에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가 장막을 거두지 않고 있다.

참사 이후 3달이란 야속한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엔 여전히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세상은 이제 서서히 슬픔에서 헤어나고 있지만, 그곳의 시간은 여전히 4월16일에 멈춰있다.

‘단장지애(斷腸之哀·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자식 잃은 슬픔)’로 이제는 눈물조차 말라버린 이들을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인 세명이 지난 13일 안산문예의전당 무대에 섰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명창 안숙선, 해금주자 강은일이 그들이다. 공연명은 ‘당신을 위한 노래’였다. 여기서 당신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비롯해 슬픔을 공유한 사람일 것이다.

예술단 ‘해금플러스’와 함께 검정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강은일은 베이스와 기타, 피아노, 퍼커션 등 양악기와 피리, 가야금 등 국악기의 절묘한 조합을 이끌어가며 관객을 차분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에 젖어들게 했다.

안숙선 명창은 춘향가와 흥보가 일부를 들려줬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듯, 조용복 고수의 취임새에 맞춘 판소리 한자락에 관객들은 어깨춤도 추고, 흐뭇한 웃음도 지어보였다.

마지막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무대였다. 그녀의 바흐 연주는 교과서적인 차가움으로 시작해 갈수록 뜨거움이 느껴졌다. 피아니스트 이설의와의 브람스 협주는 시종 부드러운 어조와 격한 어조를 오가며 두 악기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이어진 커튼콜 속에 그녀는 두곡의 앙코르를 선보였다. 이중 ‘내 영혼 바람되어’ 협주가 필자를 울렸다. 안타깝게 스러진 영혼을 달래듯 차분하게 하모니를 이끌어간 그녀는 연주를 마치고 하트를 그려보였다.

첫 출연자 강은일은 “집을 나서면서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겠노라 다짐했는데 분향소를 다녀오고는 내 음악으로 위로가 가능할지 자신이 없었다”며 “그냥 함께 울다 와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안산을 할퀸 세월호의 슬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다만, 이날 음악회를 통해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란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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