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선 고운 몸짓… 무대에 서린 ‘추사의’ 魂 홀로그램 등 기술적 문제 아쉬워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인 ‘세한도(歲寒圖ㆍ대한민국 국보 180호)’에는 초라한 집 한 채와 한 겨울 추위에 떠는 몇 그루의 나무가 있다.
고립된 섬 생활에 아내의 죽음과 끝없는 반대파의 박해 등 스산한 추사 자신의 마음이 드러난다. 처절하고 쓸쓸하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도 수직으로 꼿꼿하게 서 있는 소나무가 선비로서 놓을 수 없었던 이상과 기개를 뿜어낸다. 이 한 장의 그림은 추사의 삶과 정신, 그 자체다. 이 그림처럼 추사 김정희의 전부를 조명한 무대극이 탄생했다.
한뫼국악예술단이 지난 8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홀로그램무용극 ‘추사’를 초연했다.
경기문화재단의 2014 경기전문예술창작지원선정작으로, 경기전문예술창작지원은 지역 문화자원 발굴과 공연예술 콘텐츠 확대 등을 위한 재단의 공모 사업이다.
한뫼국악예술단은 과천시에서 마지막 4년을 보냈던 지역의 대표 인물 추사 김정희를 주제로 2012년 시놉시스와 안무를 짜고, 2013년 쇼케이스를 선보인 후, 3년만에 무대에 올렸다.
예술단이 내건 작품명 ‘추사’와 부제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이 암시하듯 김정희 선생의 대표작 세한도를 비롯해 삶의 면면을 무대 위에서 풀어 놓았다.
사물을 빛을 통해 3차원 영상으로 입체화시키는 홀로그램 기법을 활용해 세한도를 비롯한 추사의 대표작과 극 배경을 그렸고, 현대무용과 전통춤을 버무린 선 고운 몸짓으로 추사를 이야기했다.
또 중국 석학과 어깨를 겨룬 청년기부터 아내의 죽음에 슬퍼했던 제주 유배지에서의 삶, 완벽한 예술과 학문을 추구한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의 나열식 전개는 추사 김정희의 삶과 작품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초연인만큼 기술적 문제도 드러났다. 무대 배경 홀로그램과 겹쳐 잘 보이지 않는 글씨나 무용수와 합이 맞지 않는 홀로그램 등이다.
무엇보다 하이라이트와 마무리는 보완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김정희의 죽음을 알리는 홀로그램 자막 뒤에 펼쳐진 여성 무용수들의 군무는 하이라이트가 되기에 부족, 관객은 커튼콜에 나선 무용수들을 보고서야 작품을 끝을 인식했다.
역사적 인물에 대중에 낯선 무용극이라는 난제를 홀로그램 기술과 편안한 스토리텔링으로 해결한 제작진에게 또 한 번의 영리함을 기대해본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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