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립대 교수도 포함… 검찰, 해당 대학에 명단 통보
‘표지갈이’로 대학 교수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단일 사건으로 200명 가까운 대학교수가 무더기 기소된 것도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에 따라 해당 대학들의 징계절차 진행에 따른 ‘교수 무더기 퇴출’이라는 후폭풍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14일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 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A씨 등 대학교수 74명을 기소하고 105명을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과 짜고 책을 출간한 4개 출판사 임직원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해외 연수 중인 허위 저자 3명을 기소 중지했다.
이번에 적발된 179명 중에는 Y대와 K대 등 수도권 명문 사립대 교수와 C대, J대 등 지방 명문 국립대 교수는 물론 학과장도 9명이나 포함됐다. 또 지역별 출신 대학으로는 경기ㆍ인천 33명, 대전ㆍ충청권 36명, 강원 23명, 광주ㆍ전라 33명, 대구 경북 24명, 부산ㆍ경남 19명 등으로 나타나 표지갈이가 일부 대학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대학에 만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교수 대부분은 책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 등의 일부만을 바꿔 자신이 쓴 것처럼 출간한 뒤 소속 학교에 연구 실적 등으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교수 사회에 만연해 있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반영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적발된 표지갈이 서적 38권 모두가 건축, 토목, 소방 등 이공계열 전공 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인문, 사회 과학 서적이 일반 독자들에게도 판매되는 것과는 달리 이공계 전공 서적 대부분은 대학 구내 서점을 중심으로 전공 학생들에게만 소량 판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소환 조사한 교수 210여명 중 혐의가 인정되는 교수 전원을 기소했다. 또 약식기소한 허위 저자에게 상한액인 벌금 1천만원을, 원저자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다만 저작권법 위반 공소시효 5년이 지난 교수 10여명과 책 본문의 일부를 바꾸는데 참여한 정황이 있는 등 저작권법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논란의 소지가 있는 교수 등 32여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교수의 명단을 해당 대학에 통보하는 한편 ‘연구부정행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문제의 교수들이 재직 중인 대학들의 사후조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표지갈이’ 후폭풍이 대학가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들이 교수임용이나 영구교수 심사시 책 출간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해 왔던 만큼 징계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내 한 대학교수는 “비난 여론으로 대학의 징계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번 검찰의 기소가 도덕적 해이에 빠진 대학가가 정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의정부=박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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