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리뷰] 거장의 힘

리카르도무티&경기필하모닉 ‘무티 베르디 콘서트’

제목 없음-1 사본.jpg
첫 곡 나부코를 통해 보여준 베르디 튜바의 선율미와 투티의 밀도감은 정말 무티가 지휘대에 서 있음을 확연하게 알려주었다. 이어진 빅토리아 여가 부르는 맥베스의 아리아들. 여는 완벽 이상의 딕션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연극적인 모노 드라마로서의 장면들을 광활하게 연출해냈다. 

평소 인지하고 있던 대포알 같은 맥베스 부인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무티의 해석에 의거한 흐름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음을 이내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무티는 오케스트라의 디테일 강조와 대조의 배치, 논리적인 긴장감 고조와 엑스타시적인 발산을 통해 아리아의 내용을 완벽하게 사운드로 구현해냈다. 베르디의 예술은 하나부터 열까지 극에서 출발하고 극에서 끝남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진 시칠리 섬의 저녁기도 서곡과 아리아들. 무티의 지휘의 예술을 확인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다. 아무래도 첼로 파트를 너울거리게 하는 무티의 그 광휘에 쌓인 숭고한 왼손은 죽을 때까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리아에서 빅토리아 여의 템포가 빨라지자 순간적으로 왼손으로 제어하는 동물적인 본능과 일종의 지휘 포즈에 있어서 아고긱(agogics) 같은 역템포 발구름, 색채의 변화와 임팩트를 예고하는 왼손의 강인하되 아름다운 제스추어들, 여기에 소프라노의 포인트 강한 자음의 유절적인 호흡, 적절한 예비 숨소리가 얹어지며 이 아리아들로부터 생경할 정도의 표현력과 몰입도 높은 서정성이 뿜어져 나왔다. 이탈리아 오페라 또한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성격적, 표현적, 입체적인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극이 완성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에르나니에서는 오로지 지휘의 제스추어만 바라보았다. 시각만으로도 무티가 의도하는 음악적 표현과 뉘앙스를 모두 청각적으로 환원하여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미묘한 뉘앙스나 템포까지도 결코 상체의 사각형 구도를 벗어나지 않는 고전적인 지휘법을 벗어나지 않고자 순간적으로 90도로 상체를 획 돌리며 소프라노와 호흡을 맞추는 완벽주의적 고집스러움 또한 황홀함을 배가시켰다. 이후 2부에서 펼쳐진 시칠리섬의 저녁기도 발레음악 사계 또한 베르디 음악의 위대함을 칭송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빅토리아 여는 이탈리아의 운율과 연극적인 톤을 완벽하게 구사했고 무티는 오케스트라에 담긴 극적 요소들과 장치적인 디테일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무티의 이 마법적인 지휘의 예술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게 될 것 같아 연주회 내내 단 1초도 허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감동은 전적으로, 온전히, 의심할 바 없이 리카르도 무티라는 거장 한 사람의 힘 덕분이다. 왜 비싼 돈을 주고 거장 지휘자를 초빙해야 하는지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글_박제성 음악 컬럼니스트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