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경기도립극단 창작극 ‘윤이상; 상처입은 용’

75분간 펼쳐진 감각적 울림 윤이상, 그가 궁금해진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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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얘기를 궁금해나 할까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이면서 이념 논란 속에 결국 고국에 묻히지 못한, 윤이상이 묻는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 75분 동안 펼쳐진 후 무대 위에서, 윤이상은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눈시울을 붉히고 먹먹해진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의 곡을 연주하는 커튼콜이 마치 그 비운의 예술가인 양 박수치며 답한다. 이제 윤이상이, 한 조선인이 겪어야 했던 그 시간이, 마지막까지 예술가이기를 고집했던 그의 작품이 궁금해졌다고.

 

지난 7~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초연한 경기도립극단의 창작극 <윤이상; 상처입은 용>은 여러 측면에서 가능성과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이 작품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이다. 북한에 있는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보려고 방북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기소된 일명 ‘동백림 사건’을 중심으로 일본, 독일, 그리고 경남 통영에서의 윤이상의 궤적을 쫓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은 양정웅 연출가가 예술감독, 이대웅 연출가, 이오진 작가 등 연극계 ‘핫한’ 삼인방의 의기투합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초연작이라는 점에서 좀 더 후하게 평가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많았고 맛깔스러웠다.

갑론을박이 존재함 직한 인물을 다루면서도, 본질적으로 ‘고뇌하는 한 인간이자 순수하고자 열망했던 예술가’에 초점을 맞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무대는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이었다. 크게 가로 3개면, 세로 2개 면으로 구분한 백색 무대는 문의 개폐와 조명, 등장인물 간 대사 등에 따라 심해부터 고문실, 남한부터 독일까지 시시각각 새로운 공간으로 변했다. 라이브로 연주한 곡은 작품의 품격을 한껏 높였다. 특히 윤이상의 또 다른 자아를 대변하는 첼로 연주는 악기를 잡은 배우의 뒷모습과 어우러지면서 말 이상의 내러티브를 전했다.

무엇보다 기존에 ‘다른 무대 같은 모습’으로 신선함을 찾기 어려웠던 도립극단 단원들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으로 유의미하다. 작품에는 음악을 처음 만난 6세의 윤이상부터 10대부터 50대까지의 윤이상이 등장했는데, 각기 다른 세대의 윤이상을 연기한 배우들이 한 자리에 서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그들은 ‘예술가 윤이상’ 하나였다.

 

최근 새로운 수장으로 윤봉구 전 경기도연극협회장을 맞이한 도립극단이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이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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