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29곳 부적합 발표 1시간만에 31개로… 다시 32곳 번복
농장서 준비한 계란으로 조사… 정부 “표본에 문제” 부실 인정
특히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 초기부터 ‘뒷북 대응’이라는 질타를 받은 데 이어 전수조사가 허술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는 등 비난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검출 농장 수를 잘못 발표하고 농장 명단도 엉터리로 공표하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습으로 빈축을 샀다.
당초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29개의 농장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고 발표했으나 1시간여 만에 다시 31개로 바로잡았다. 하지만 이 자료 역시 살충제 계란이 처음 발견된 광주 농장이 빠져 또다시 정정, 부적합 판정 농장은 32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아울러 친환경 농가 중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중복으로 검출된 곳이 있다는 사실도 취재진 질문이 나온 뒤에야 밝혔으며, 각 살충제 성분의 검출치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나타났다. 식약처는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살충제 검출 계란 껍데기에 찍힌 생산자명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검사가 새벽까지 이뤄져 아직 파악이 덜 됐다”면서 “파악이 되는 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하겠다”고 해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실시한 전수조사마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정해진 일정에 전수조사를 완료하기 위해 무작위 샘플 조사가 아닌, 농장에서 골라 준비해 둔 계란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나와 전수조사라는 말에 걸맞은 실효성과 신뢰도가 있는지 의문만 커지게 했다.
한 농가당 실험에 쓰이는 계란 수는 시료의 상태, 기계의 상태 등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10개 미만이다. 산란계 농가들이 하루 평균 수만 개에서 많게는 수십만 개의 계란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본의 수가 충분하다 할 수 없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의 경우 살포 방식이나 농가 내부 상황에 따라 같은 날 같은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라도 농약이 많이 검출될 수도, 전혀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전수조사의 일부 표본에 문제가 있어 121개소에 대해 재검사를 하고 있다”며 사실상 부실조사를 인정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오전 산란계 농장 살충제 전수검사 1차 결과를 밝히며 닭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인 비펜트린이 검출된 농장의 소재지를 ‘경기도 광주’로 표기했다가 50여 분 뒤 ‘경기도 양주’로 정정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친환경 인증제도와 관련해서도 엇박자를 냈다. 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허용된 (비펜트린) 농약은 기준치 이하를 사용했더라면 평소 유통돼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지만 2시간 후 열린 백브리핑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은 비펜트린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
한편 정부는 이날까지 전국 모든 산란계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살충제 전수조사를 마무리하고 18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자연ㆍ송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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