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 얕아 경주 지진보다 체감 진동 커… 여진 계속될 듯
이번 지진은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더욱이 경주 지진은 진원 깊이가 지하 11∼16㎞ 부근이었던 반면 이번 지진은 5∼9㎞로 추정, 더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 국민이 느끼는 흔들림은 더욱 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TNT 폭약 10만t이 한꺼번에 터지는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지난해 경주 지진처럼 며칠 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올 수도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년 2개월 만에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강진발생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날 발생한 포항 지진은 규모 5.4 본진에 7분가량 앞서 오후 2시 22분 32초에 포항시 북구 북쪽 7km 지역에서 규모 2.2의 전진이 먼저 발생했다. 이어 12초 뒤에도 비슷한 지점(북위 36.08도, 동경 129.31도)에서 규모 2.6의 지진이 일어났다. 5.4 규모의 본진이 닥친 뒤에는 수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강한 규모 4.3 지진을 비롯해 이날 오후 7시 현재 여진은 18차례나 발생했다.
올해 들어 경주 지진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135차례 이상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 2.0의 지진이면 큰 피해는 없지만, 사람에 따라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경주 지진의 여진은 지난 9일까지 640회를 기록했다. 규모 4.0∼5.0 미만 지진이 1회, 3.0∼4.0 미만 21회로 제법 큰 규모의 지진도 여러 번 일어났다.
경주 지진과 비슷한 단층대에서 이번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게다가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지진이 빈발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잇단 핵실험으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6차 핵실험 당시 갱도 붕괴로 함몰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난달 13일까지 모두 4번이나 핵실험 장소 인근에서 자연 지진이 일어났다.
실제로 지난 7월 13일 오전 4시 48분께 북한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202㎞ 해역에서 규모 5.7의 강진(진원 깊이 538㎞)이 발생했다. 미국지질조사국은 규모 5.9, 일본 기상청은 규모 6.3으로 파악했다. 이는 앞서 4월 29일 일본 미야자키 현(규슈) 미야타키 남쪽 123㎞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7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동안 한반도는 지질 구조상 일본과 달리 판 경계가 아니라 판 내부에 있어 지진에서 다소 안전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경주에 이어 이날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 지진 안전론’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지진 빈발 지역이 아니었지만 최근 동아시아 지역 지질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북도소방본부는 오후 7시 기준 지진으로 중상 2명, 경상 37명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시설물 피해도 7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전국 24개 원전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보물 제833호인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에 균열이 일어나는 등 전국에서 총 17건의 문화재 피해가 일어났다.
최원재ㆍ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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