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강진 발생, 경기도도 건물 흔들려
1년 전 종합대책, 시작 못 하거나 늦어져
‘11·15 지진’, 대책 실현하는 계기 삼자
지진이 또 발생했다. 15일 오후 2시29분께다. 진앙지는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이다. 규모 5.5의 강진이다. 액자가 떨어지거나 책이 쏟아지는 피해가 날 정도였다. 수분 사이로 경기도 전역에서도 여파가 감지됐다. 건물이 흔들리는 충격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수도권 지역에서 이 정도의 지진은 이례적이다. 수원, 용인, 화성 등 경기 남부 지역에서 신고가 폭주했고, 고양, 일산, 남양주 등 북부 지역에서도 수백건의 전화가 접수됐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린 순간이었다.
큰 피해가 없었다는 안도를 할 때가 아닌듯싶다. 경기도가 세워 놓은 지진 대책을 따져봐야 할 때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경주 대지진 이후 지진 대책을 발표했다. ‘지진 72시간 생존계획-방재 3+플랜’이라고 명명됐다. 재난 발생 이후 구조 요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도민 스스로 사흘을 생존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주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발 빠르게 수립된 계획이다. 내용 역시 다른 지역과 차원이 다르게 구체적이라는 호평을 받았었다. 과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아닌 듯하다. 지역별 재난관리물품 보관 창고 170개소를 도 전역에 보급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 9월 현재 확보된 창고는 80여 개에 불과하다. 쌀, 생수, 라면, 치약 등을 대형 마트로부터 공급받는 계약도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사나 간호사, 중장비 운전사 등으로 구성되는 자율방재대원 운영계획도 요원하다. 이 부분은 경기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근거 법령-특수활동방재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경기도가 시행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는 건물의 내진 보강 공사는 더 지지부진하다. 지난 5월 경기연구원이 ‘경기도 지진피해 대응 정책 방향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도내 공공 건축물 1천756개 가운데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이 39.4%인 692개소에 달한다고 밝혔다. 도는 2020년까지 743억800만원(도ㆍ시군비)을 투입해 내진 보강 공사를 추진한다고 했었다. 올 40개소, 2018년 111개소, 2019년 72개소, 2020년 136개소로 연도별 추진 목표도 세워놨다. 하지만, 이를 시행할 재정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1992년 이후 경기도 내에서는 진도 2.0~3.0의 지진이 13차례 발생했다. 그리고 그 발생 빈도나 지진 강도가 점점 도민을 위협해 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지난해 경주 지진을 보며 대책을 내놓는 경기도 행정을 보며 많은 도민이 안심했다. ‘역시 경기도는 다르다’는 칭찬도 있었다. 그런데 15개월 뒤 확인해 본 결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좋은 행정은 섬세한 구상과 확실한 실행이 합쳐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1천300만 도민이 놀란 ‘11ㆍ15 지진’을 계기로 지진대책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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