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지진 맞죠?”
지진 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 북구에서 주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50여 차례가 넘는 여진으로 인해 주민들은 작은 흔들림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넘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한밤중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는 주민들도 상당수다.
특히 임시 대피소에는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착각하는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피소에 마련된 진료소에는 ‘신경안정제’가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대피소에 있는 몇몇 주민은 여진 공포에 건물 내에 있는 것을 거부, 하루 종일 도심을 정처없이 헤메고 있다.
이들은 처음 겪고 있는 이재민 생활로, 자신이 살던 집이 그립기만 하다. 먹는 것부터 씻는 것 등을 포함한 기본적인 생활들까지 모든 것이 힘겹고 서럽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피소 생활이 끝나도 문제다. 부서진 집을 수리해 다시 돌아가 산다고 해도 이미 발생한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 등으로 인해 지진이 또다시 발생하면 피해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기동안전점검단이 포항 북구에서 안전점검을 벌이던 도중 집을 잃은 한 여성이 목쉰 소리로 “집을 고쳐도 누가 들어와서 살겠어요. 언제 지진이 날지 모르는 데 집을 버리는 것밖에 없어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기동안전점검단은 물론 수십 명의 주민 사이에는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포항시는 인근 시·도의 도움으로 복구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도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국고를 지원하는 등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 피해와 여진으로 인한 주민들의 ‘트라우마’는 쉽게 씻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소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일이다. 경기지역도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철저한 대비만이 살 길이다. 현재 인류 문명의 능력으로는 ‘지진’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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