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리뷰] 도립국악단 국제음악공모 콘서트 ‘K-오케스트라 챌린지’

다름에서 하모니를 창작하다
전 세계 작곡가에 국악 이해 돕고자 관현악법 담긴 ‘오케스트레이션’ 제공
문화 장벽을 넘는 새로운 음악 탄생 국악의 보존 위한 끝없는 도전 ‘주목’

 

흑백과, 종횡, 삶과 죽음, 파괴와 창조 그리고 동양과 서양, 이분법적으로 간주되는 것들이 국악관현악으로 하모니를 이루었다.

경기도립국악단은 전 세계 작곡가를 대상으로 국악관현악 창작곡을 공모하고 이를 무대에 올렸다. 세계 음악인이 스스로 국악관현악을 이해하고 작곡, 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생소한 국악관현악의 이해를 돕고자 3년간 자체개발한 ‘경기도립국악단 오케스트레이션(스코어작성법, 악기기보순서, 표기법 등을 포함한 관현악법)’을 제공했다. 세계화를 위한 단순 정보 제공의 일차적 소통과는 차별되는 해법이다. 공유, 공감을 넘어 세계인이 스스로 이해하고 즐기도록 했다. 세계를 향한 국악관현악의 당당한 도전이자 모험이다.

하와이대 교수 토마스 오스본이 작곡한 국악관현악곡 ‘환생(Rebirth)’은 하와이 섬의 킬라우에아의 화산 활동을 보며 느낀 자연의 파괴력과 창조력을 동시에 담아냈다. 이 영감을 국악관현악과 거문고로 표현했다. 국악관현악의 강한 에너지와 거문고의 잔잔한 고요함이 겹겹이 오고가는 과정이 파괴와 창조의 동시성을 한 곳으로 느낄 수 있다. 강함과 약함의 조화가 신선했다.

같은 대학 교수 도널드 워맥(Donald Womack)의 ‘무노리(Mu Nori)’는 동해안별신굿의 장단과 산조의 흐름을 기본으로 했다. 하지만 리듬이 주된 사운드를 만들며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연주가 익숙하지 않았다. 보기 어렵게까지 느껴지던 가야금 농현까지 이어졌다. 외국인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중국과 독일에서 공부한 송양(Song Yang)의 ‘리플(Ripple)’은 사물놀이로 흥겹고 친근하게 시작 했지만 관악기가 중국음악을, 현악기가 아리랑을 유사 화음으로 정리하여 동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느 음악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새로운 음악이 탄생했다.

독일에서 수학하고 있는 라재혁의 ‘바다는 검고, 파도는 희다(Das Meer ist schwarz und Wellen sind weiß)’는 검은 바다와 하얀 파도를 나누는 이분법적 관념은 바닷물은 하나라는 명제로 귀결된다. 관현악과 연주자(퍼포먼스)의 서사적 전개로 공연이 이루어지고 최소의 음역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실력파 작곡가 김대성의 ‘해원(解寃)’은 삶과 죽음으로 인한 원통함을 푸는 과정으로 인간 본연의 울림과 연민, 고통을 실험적으로 선보였다. 한계를 넘는 대금 연주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젊은 작곡가 송정의 ‘종횡(縱橫)’은 개량퉁소와 개량대금 협주곡으로 진화된 악기에서 펼쳐지는 전통으로 미래를 위한 열정적 도전이었다.

다름에서 하모니를 이끌어낸 무대였다. 이해와 인내 그리고 기본을 지키는 과정으로 곡을 만들었다고 참여 작곡가들은 입을 모았다. 외국 작곡가는 스스로 무수한 궁금증을 이해해가며 국악관현악에 자신의 음악과 문화를 융합하였으며, 한국작곡가는 국악관현악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였다. 이와 같은 실천적 노력이 국악관현악을 보존, 계승하고 세계인과 장벽 없이 향유하는 해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K-오케스트라의 도전’이 지속적으로 운영, 확대되길 기대한다.

이용관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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