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최고조… 경기도, 잠재력 앞세워 위기 돌파”
“2019년은 대내외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경기도에 오는 타격은 다른 지역보다 심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지난해 한국경제는 유난히 우울했다. 자동차 등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고 자영업자들은 살기 힘들다며 거리로 뛰쳐나왔으며 고용시장은 얼어붙었다. 요동치는 증시와 부동산시장에 치솟는 물가까지, 경제뉴스를 접하는 국민들의 무기력감과 피로감도 그만큼 커졌던 한해였다. 불행히도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신년인터뷰를 통해 “고용, 투자, 소비 등 경제 전반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기도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잘 키워나간다면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에는 고용지표를 비롯해 물가, 가계빚 등 암울한 경제지표가 잇따랐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까.
지난해는 가장 큰 충격이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저소득층이 잘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일자리가 없어지고, 소득이 감소했다.
소득불평등면에서도 최악의 해였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초부터 최저임금이 또 올라가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계도기간이 끝나는데 경기는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희망퇴직, 감원, 구조조정 얘기가 계속 나올 것이다.
지난해가 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크게 힘든 해였다면 올해는 중소기업, 임금근로자까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과 자동차에 이어 올해는 건설업의 위기도 더욱 커질 것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모바일페이 등으로 카드사 등 금융업쪽도 심상치 않다. 특히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상반기는 재정을 조기집행 한다고 하니까 돈이 조금 돌 텐데, 하반기는 이마저도 없고 세계경기 자체가 꺾일 것이다.
결국 경제 전체 흐름이 우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역시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나마 잘 되고 있던 반도체 부문도 둔화되고 건설경기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아파트에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깡통주택 문제도 집중될 것이다. 중소기업을 비롯해 안산, 시화 등 산업단지들도 위축되면서 버티는 것도 힘들어지리라 본다.
-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얼마 전 ‘경제 활력’으로 궤도를 수정했는데.
이 정책의 실패는 이미 드러났다. 소득주도성장이 소득불평등을 해결한다고 착각하는 게 큰 문제다. 정부도 포용성장으로 말만 바꾸면서 아직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대기업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6시간 아르바이트가 4시간으로 줄어든다.
소득주도성장의 방향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 소득불평등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최저임금 인상이 왜 지금의 결과를 낳았는지 그걸 헤쳐나가겠다고 대통령이 말했어야 한다.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하는데 지금 제조업을 죽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기술개발을 안 했다고들 하지만 안 한 이유가 있다. 제조업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로 나가는 게 이득이라고 본다. 휴대폰 공장은 어디 갔는가? 다 베트남에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 어떤 정책을 펼쳐야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까.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은 옳은 방향이다. 공무원을 늘린다는 등 적어도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은 안 해서 다행이다. 민간 일자리가 발생하려면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수익이 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수익이 날 것은 다 규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의료와 IT를 합쳐서 뭔가를 새로 만든다 하면 정부는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말한다. 투자를 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어줘야 하고 개인에 대해서는 개인이 돈을 벌고자 하는 행동을 인정해 줘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투자다. 아파트를 지어 놓으면 도배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다 일자리다.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의 문제다. 한국은행이 금리조정에 실패한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금리를 한꺼번에 올리면 많은 충격이 오니까 계속 올린다는 신호를 보냈어야 했다.
경기도의 경우 청년수당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부분의 청년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 또 쓸데없는 낭비성 예산을 줄이는 것은 찬성하지만 그렇다면 쓸데없는 규제도 없어져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건설업계 원가 공개다. 그것은 기업의 노하우고 이를 공개하라 마라 하는 것은 도지사의 권한이 아니다.
- 반도체 성장추진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빠른 단가 상승 및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하강하고 설비투자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도 많이 힘들 것이다. 세계경기가 완전 올랐다가 꺾이고 있다.
이제 중국에서도 D램 양산이 들어가면 그만큼 공급이 늘어나게 되고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다. 우리로서는 반도체 경기가 힘을 못 쓴다는 뜻이다.
반도체가 꺾이면 수출총액도 꺾일 수 있다. 이는 곧 수출주도 경제성장이 막을 내리는 것으로 심리적인 부분과도 연관돼 있다. ‘그나마 반도체는 괜찮았는데, 삼성은 괜찮았는데 그것마저…’라며 국민들은 심리적인 공포감에 휩싸일 것이고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 분당 잡월드와 기아차 노조 등 전국 곳곳에서 노조의 불법 행동이 여전하다.
제조업이 위기인데 인건비는 너무 빨리 오르고 생산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갈등이 많다.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의 기대치가 너무 커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에도 총파업으로 대응한다. 정부가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경찰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국민이냐’, ‘민주노총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엉거주춤 민주노총을 달래고, 국민들이 잊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올해 구조조정이 늘어나면 노사갈등, 노정갈등은 더 심화될 것이다. 이것의 답은 법치주의뿐이다. 대통령 스스로 선택해야 할 문제다.
-미중무역전쟁, 신흥국 경제위기 등 다양한 세계 경제 이슈 중 대한민국이 지켜봐야 할 점은 무엇인지.
미중무역전쟁은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으로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이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경제가 얼어붙으면 우리나라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문제도 남아있다. 현대차에 관세를 25% 부과하는 순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망하는 거다.
미국은 경제여건상 인플레이션 대비를 위해 금리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대량 유출이 우려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장 큰 위협요소는 북한 쇼크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남북경협이 이뤄지면 미국의 제재가 들어올 수밖에 없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불확실한 경협에 기대서는 안 된다. 외부 충격이 한번 오면 중소기업이 도미노처럼 결국 무너진다.
대외적으로도 이렇게 불확실성이 컸던 적은 없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만만해 보이는 게 없다.
- 어두운 전망뿐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리고 경기도민은 이 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기도는 역동적이다. 그만큼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고 그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첨단산업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교통 조건도 좋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리려면 도민들의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활기차게 일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기업을 배척하는 것은 결국 경기도의 손해다.
도민 개인적으로는 위험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요행심리를 버리고 섣부른 투자 등 위험자산을 줄이고 현금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황금돼지의 해? 딴 거 없다. 각자 아이들을 잘 키워라.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대로 된 교육에 힘써야 한다.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인성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도 좋은 인성을 바탕으로 책임감과 창의력을 갖춘 사람이다. 올해는 가족 간 대화를 많이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갖길 바란다.
구예리 김해령기자
김태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경제학박사
▲존스홉킨스대학 및 게이오대학 교환교수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서울시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국가인적자원개발단장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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