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에 필기시험?… 道장애인기능경기대회 ‘시끌’

안마·네일·화훼장식 3개 직종… 15위 內 들어야 실기 자격 부여
선수들 항의했지만 올해도 진행… 일부는 신청 접수까지 포기

“지적장애 선수에게 국가자격시험 수준의 필기시험을 치르라니, 결국 대회에 참가하지 말란 말 아닌가요?”

다음달 개최되는 경기도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일부 직종에서 ‘필기시험’을 두고 출전 선수들이 참가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3가지 직종에 도입된 필기시험이 지적장애 출전 선수에겐 지나치게 고난도라는 지적인데, 대회 한달 전인 지금이라도 서둘러 필기가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 경기지부에 따르면 오는 6월26일부터 28일까지 2박3일간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성남시 율동생태학습원, 한국복지대학교, 화성시여성비전센터에서 ‘2019년 경기도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열린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가 공동주관하는 이 대회는 정규직종 19개, 시범직종 7개, 레저 및 생활기술직종 3개 등 총 29개 직종에서 펼쳐진다.

도내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한 선수는 총 24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30여 명가량 줄어들었다. 장애인 선수들은 올해 신청 선수가 감소한 이유 중 하나로 ‘필기시험’을 꼽는다.

앞서 지난해 이 대회에선 안마, 네일아트, 화훼장식 3가지 직종에서 필기시험이 추가됐다. 예컨대 안마 직종 필기시험의 경우 14개의 객관식 문항과 6개의 주관식 문항이 섞여있었는데 ‘좌골신경(궁둥신경)’, ‘추나요법’ 등 답을 적어냈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화훼장식 필기시험의 경우도 국가자격시험을 기반으로 출제 된 25개의 객관식 문항을 풀어내야 했다. 이때 선수들은 각 직종마다 1~15위 등 일정 순위권에 들어야 실기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당시 선수들은 필기시험이 기능력 향상에 크게 유용하지 않다는 점과, 필기시험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항의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필기시험이 실기시험과도 연관이 있고, 장애인 선수도 충분히 풀 수 있을 정도라는 판단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도 변화없이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일부 선수는 신청 접수까지 포기한 상황이다. 화훼장식 직종에 자녀를 출전시키려던 한 부모는 “우리 아이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문제를 풀만 한 여건이 안 되지만 화훼장식에 재능을 보여 실기훈련을 시켜왔다. 그런데 아무래도 필기를 통과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등록을 포기했다”며 “‘장애인’기능경기대회라면 지금이라도 필기시험을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애인단체들은 주최 측에 해당 불만을 다시 전달키로 했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최근 가진 대회 운영위원회의에서 필기시험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해 개선사항을 건의하기로 했다”며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의견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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