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앙, 함께 막자_물부족 대한민국 해법은 재활용] 1. 30년 물 재이용 노하우 담긴 日 스미다구

물 쓰듯 펑펑 이젠 옛말
메말라가는 한국의 미래

경기도를 비롯해 대한민국 전역이 매년 가뭄 피해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물 부족 문제’의 도래를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국외의 사례 등을 배우고 국내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물 부족 문제의 해결뿐 아니라 장마 및 홍수 피해 등의 수해(水害)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물 재이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한 번 사용한 물을 다시 재이용하는 중수도 시설과 빗물을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시설 등을 건축물에 설치,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수자원을 최대한 줄이는 선진화된 물 재이용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에 본보는 일본 내에서도 물 재이용 특성화 사업을 추진해 주목을 받은 일본 도쿄도의 스미다구(墨田区)를 찾았다.

■ ‘스미다구청’… 수돗물의 32%를 ‘물 재이용’ 통해 공급

도쿄의 동부에 위치한 스미다구(墨田区)는 27만2천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특별구이다. 스미다구는 서쪽으로 스미다강(隅田川), 동쪽으로 아라강(荒川)이 흐르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과거부터 우기에는 홍수 피해가 발생하고, 건기에는 좌우의 강으로 수자원이 빠르게 유실되는 탓에 물 부족 문제를 겪어 왔다.

이에 스미다구는 1980년대부터 지역 내 곳곳에 작은 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물탱크를 설치해 홍수와 물 부족 피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 스미다구는 관공서뿐 아니라 일반 가구 등에도 이 같은 물탱크 설치를 적극 독려해 지난 2016년 3월 기준 스미다구 내 336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물 저장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지난 1990년에 건설된 스미다구청 역시 이 같은 스미다구의 수자원 확보 방안을 적극 따르고자 설계 단계에서부터 구청 청사 내 물 재이용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했다. 총 150억 엔(약 1천635억 원)에 달하는 스미다구청 건설비용 가운데 4천만 엔(약 4억3천620만 원)이 물 재이용 시설을 설치하는데 투입됐다.

무사시노시 ‘물의 학교’ 프 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이 수자원 보호와 관련된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사시노시 ‘물의 학교’ 프 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이 수자원 보호와 관련된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19층 규모의 스미다구청에는 중수도 시설과 옥상의 물받이를 통해 빗물을 지하에 있는 물탱크로 저장하는 시설이 함께 마련돼 있다. 스미다구청은 중수도 시설을 통해 사용한 수돗물을 하수도로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화장실ㆍ조경ㆍ냉방 용수 등으로 재이용하고 있다. 또 약 5천㎡에 달하는 옥상의 넓이를 활용해 대량의 비가 한 번에 쏟아진다고 해도 옥상에서 머무는 물의 양이 많아, 대부분의 빗물이 유실되지 않고 물받이를 통해 지하 물탱크로 저장된다. 이 지하의 물탱크는 1천㎥에 달하는 물을 보관할 수 있다.

스미다구에 따르면 한 달 기준 구청 건물에서 약 4만2천㎥의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중 32%에 달하는 1만3천500㎥(중수도 9천600㎥ㆍ빗물 3천900㎥)를 물 재이용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구청 내 물 재이용 시스템을 통해 스미다구는 연간 최대 200만 엔(약 2천180만 원) 수준의 예산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미다생애학습센터 관계자가 물 재이용 시설 내 물탱크의 수자원량과 수질 등을 점검하고 있다.
스미다생애학습센터 관계자가 물 재이용 시설 내 물탱크의 수자원량과 수질 등을 점검하고 있다.

■ 전담 관리자 배치로 ‘체계적 물 재이용’ 나선다…스미다생애학습센터를 가다

스미다구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문화센터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스미다생애학습센터(すみだ生涯学習センターㆍSumida Culture Factory)는 부지면적 3천400㎡ㆍ연면적 8천400㎡의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대형 건물인 탓에 멀리 떨어진 외부에서도 전체 외관을 한눈에 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스미다생애학습센터의 외관을 살펴보고 있는 찰나 “건물 외벽에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설치된 배관의 수가 굉장히 많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외벽에 설치된 배관뿐 아니라 건물의 부지 내 곳곳에서 뚜껑에 ‘우수(雨水)’라고 적힌 맨홀 형태의 구조물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구조물은 빗물 또는 건물 내에서 도로로 유출되는 물을 붙잡아 저장한 뒤 지하에 설치돼 있는 물탱크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저장된 물은 건물 내에서 식수를 제외한 모든 용도로 사용된다. 여기에 사용이 끝난 물을 중수도를 통해 또다시 재이용하는 시설도 마련, 물 저장과 중수도라는 이중 물 재이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스미다생애학습센터는 하루 5t의 물을 재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연간 1천825t가량의 물이 절약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미다생애학습센터는 일본 건축물위생관리법에 따라 물 재이용 시설 관리 면허를 가진 전담 관리자를 건물 내 배치, 체계적으로 물 재이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 관리자는 혹시 모를 물탱크 내 수자원 오염 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정기적인 수질 검사와 더불어 1년에 한 번씩 물탱크 내부 청소를 진행하고 있다.

채태병기자

[인터뷰] 유모토 요시카즈 스미다생애학습센터 관리소장

“재이용 물 오염도 실시간 확인… 주민들 안심하고 사용”

-스미다생애학습센터의 물 재이용 시스템에 대해 설명한다면.

지하 1층에 위치한 주차장 아래 약 210t 규모의 물탱크가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 중수도 또는 빗물을 저장해놓고 건물 내 화장실이나 분수 등에 공급하고 있다. 빗물 저장의 경우 비의 양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지만 중수도는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4.8~5t가량의 물을 중수도를 통해 재이용하고 있으며, 물 사용량이 많은 날에는 최대 12t 수준의 중수도를 공급한 적도 있다.

-스미다생애학습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거부감 보이지는 않는지.

재이용된 물의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정착돼 있어 주민들도 안심하고 사용 중이다. 여름철 건물 내 분수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와 물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목이 마를 땐 물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 건물 안에서 물이 흐를 수 있게 조성된 연못에도 재이용된 물을 공급하는데, 마시는 물로 사용할 수는 없어도 인체에 접촉 시 피부 질환 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꾸준히 소독에 나서고 있다.

-물 재이용 시설의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한 달에 최대 30만 엔(약 320만 원)가량의 수도 요금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 재이용 시설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의 경우 지하의 물탱크에서 물을 끌어올리거나, 시스템을 가동하는데 드는 전기 요금을 제외하고 별도의 예산은 투입되지 않는다. 전기 및 가스 요금 등을 모두 고려한다고 해도 한 달에 약 20만 엔(약 210만 원) 수준의 예산을 절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태병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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