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농장 빠져나온 차량 소독 않고 통과… 방역 불감증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서 2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이 나와 축산농가가 초상집이 된 25일 정작 방역에 힘써야 할 인천시 산하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 소속 차량이 소독도 하지 않은채 확진 지역을 드나들며 심각한 ‘방역 불감증’을 드러냈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인천광역시’라고 새겨진 은색SUV승합차 8X X XXX9차량이 확진 판정이 나온 불은면 농장 안에서 외부로 빠져나왔다.
농장에서 나오는 유일한 이 길에는 ‘교통통제’ 안내판과 함께 소독 장비가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이 차량이 소독 위치에 진입하자 한 남성은 교통 통제 라바콘을 치워주며 그냥 통과시켰다.
소독은 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집중관리지역에는 최대 4배의 생석회를 공급해 축사주변에 집중 살포하고, 모든 소독차량을 동원해 대대적인 소독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확진이 나온 농가에 방역하고, 채혈해 정밀검사를 의뢰하기 위해 들어간 차량이 정작 제대로 소독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 차량에는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들이 탄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더욱 더 철저히 관리하고, 반드시 소독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한편, 강화에서 2번째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불은면 고능1리 지래마을 A농장주 B씨는 “손해가 얼만지 생각해볼 정신도 없다”며 “온 마을이 초상집 같다”고 한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B씨는 이날 오전 8시 5분께 직접 강화군청에 전화를 걸어 “돼지 1마리가 폐사했다”며 상황을 알렸다.
A농장은 지난 24일 강화군 최초로 ASF 확진 판정이 난 송해면 신당리에서 8~9㎞ 떨어져 있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지원을 나온 옆 마을 주민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강영식 아침가리장수 마을 동장(65)은 “돼지들 밥도 못먹인다기에 힘을 보태고자 이리저리 뛰었다”며 “자식같은 돼지를 다 살처분해야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ASF 확진으로 A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820마리를 비롯해 반경 3㎞ 내 다른 농장 4곳의 돼지 8천150마리도 살처분해야 한다.
불은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조규성씨(48)는 “지난 구제역 때도 살처분을 한 경험이 있는데 다시 복구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며 “농장을 아예 접겠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고 하소연했다.
한의동·주재홍·김승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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