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제 권고에도 방역 수칙 ‘나몰라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유흥시설에 대한 운영자제 행정명령이 내려졌지만, 인천지역 유흥업소들은 여전히 필수 방역지침조차 지키지 않고 성업 중이다.
10일 오전 1시 30분께 남동구 구월동의 A유흥주점. 실루엣만 겨우 보이는 어두운 실내에서 120여명의 손님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뒤엉켜 있다. 손님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맥주병을 든 채 춤을 춘다. 춤이 격렬해지면서 손에 든 맥주가 사방으로 뿌려지기도 했지만, 제재는 없다.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이태원 클럽 사태를 듣긴 했지만,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전부 걸린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내가 걸리진 않을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선 0시 30분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B유흥주점.
20대 손님 40여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채 스테이지와 테이블 옆에서 뒤엉켜 춤을 추고 있다.
이 업소 밖에서는 입장 하려는 손님들이 신분증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가려내기 위한 검사일 뿐 방역지침인 발열 검사는 물론이고 마스크 미착용자 입장금지도 지켜지지 않는다. 입구 책상에는 방문객 명단작성표가 있지만, 쓰라는 권유조차 없다.
같은 날 오전 1시 10분께 부평구 부평동 C유흥주점. 이곳 역시 30여명의 손님이 마스크도 없이 스테이지에 나와 춤을 춘다. 입구에서는 방문객 명단을 적으라고 권했지만 가짜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도 확인하지 않는다.
정부가 운영자제 행정명령을 발동한 첫날인 8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오후 11시께 미추홀구 주안동의 D나이트클럽은 200여명의 손님과 50여명의 웨이터가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방문객 명단을 받았지만, 신분증 대조나 전화번호 확인 등을 하지 않아 가짜 연락처를 써도 확인할 길이 없다. 게다가 이곳은 웨이터들이 쉴 새 없이 여자 손님들을 남자 테이블에 끌고 다녔고, 장갑을 끼거나 손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은 채 여러명과 접촉했다. 삼삼오오 합석한 사람들은 서로 술잔을 돌려마시기도 했다.
9일 오전 0시 30분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E유흥주점. 간판 불이 꺼져 있지만, 손님이 전화를 걸자 정상 영업중이라고 안내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웨이터가 룸으로 들어와 방문객 명단표를 주고 갔지만, 이를 쓰는 건 종업원의 몫이다. 손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거짓으로 적은 후 “자꾸 쓰는 것이 귀찮아 이렇게 하고 있다”고도 한다.
이처럼 인천지역 곳곳에서 유흥주점들이 방역지침조차 지키지 않고 있지만, 8~10일 인천에서 방역지침 미준수로 행정제재를 받은 곳은 단 1곳도 없다.
시 관계자는 “각 군·구는 물론 시에서도 최선을 다해 점검을 하고 있고, 8~9일 총 1천58개 유흥주점 중 526곳을 점검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가면 현장에서 잘 지키고 있고, 업주들의 어려움도 커 하소연을 들어주고 돌아오는 실정”이라며 “현실적으로 모든 유흥주점을 오랜시간 지켜볼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경희·조윤진·이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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