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도 서러운데, 입주민 ‘찬성’ 서명 받아오라니… 두번 우는 아파트 경비원들

안성지역 K 아파트, 경비원 인원 감축
주민 투표 진행하면서 ‘인권 모욕’ 논란
관리소 “거동 불편 주민 있어 방문 지시”

안성지역 K 아파트가 경비원 인원 감축을 위한 주민 투표를 시행하면서 해고 대상자 경비원에게 세대별로 방문해 ‘찬성’ 서명을 받게 해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 K 아파트 관리소와 경비원에 따르면 K 아파트는 관리비 경감을 위한 경비인력 감축 운영을 위한 전자, 방문, 현장 주민 투표를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시행했다.

당시 K 아파트 선관위는 관리비 경감과 경비원 감축에 따른 주민 불안을 해결하고자 CCTV 신규 설치, 정문과 후문 경비 초소 운영으로 대치키로 했다.

선관위는 이 같은 내용을 세대주에게 공고 후 전ㆍ월세 입주민을 제외한 아파트 실제 소유자를 선별해 모두 829세대를 대상으로 주민 투표를 했다.

이 과정에서 관리소 측이 저조한 투표율을 우려, 세대주에게 전화를 한 뒤 해고 대상자 경비원을 시켜 세대주에게 투표를 직접 받아 오도록 지시해 논란을 빚고 있다.

또 경비원이 받아 온 투표용지를 관리소에 비치된 투표함에 직접 넣게 하는 등 관리소 측이 경비원의 인권과 모욕적 행동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일부 경비원들이 세대주 방문을 통해 받은 ‘찬성’ 투표용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해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 아파트가 관리비와 경비원 감축에 동의하면서 용역회사와 체결한 일부 경비원이 1년 근무 중 7일~10일 근무 일수가 부족해 퇴직금도 못 받을 상황에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경비원은 이번 선거가 과반수 투표 인원수를 채우기 위한 세대별 투표를 독려, 경비원 해고를 위해 K 아파트 측이 조직적으로 일삼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A 경비원은 “나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가족과 가정을 위해 일하는 것 뿐이다”며“해고도 모자라 내 눈앞에서 ‘찬성’이라는 투표 용지를 받게 한 행동은 저를 인간 취급을 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분개했다.

이에 관리소 측은 “입주민 중 거동이 불편한 분이 있다. 그래서 세대주 방문으로 투표 서명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것이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선거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K아파트 경비원은 용역회사를 통해 근무하는 16명의 경비원들로 이중 7명이 해고된다.

안성=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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