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소상공인이 포털 사이트에 ‘주류대출’로 인한 피해자를 모집(경기일보 3일자 1면)하고 나선 가운데, 피해를 입었다고 알려온 소상공인 중 상당수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본사 소개로 주류대출을 받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안성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권정혁씨는 지난 2018년 10월 네이버 카페에 A주류업체로 부터 주류대출을 받은 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보고 지금까지 권 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온 소상공인은 약 20여명이다.
특히 이들 중 60% 이상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국내 유명 치킨집을 비롯해 고깃집, 호프집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주류대출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 분당에서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했던 김창기씨는 지난 2013년 12월 A주류도매업체와 창업지원자금(대여금) 3천만원을 대여받는 조건의 주류거래약정을 체결했다. 김씨는 A주류업체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소개받았기에 별다른 걱정 없이 주류거래약정서를 체결하고 자금을 지원받았다. 김씨가 속해있던 프랜차이즈는 전국에 100여개가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대형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김씨가 4년에 걸쳐 대여금을 모두 상환한 뒤 주류가격이 저렴한 업체로 거래처를 변경하려고 하자 A주류업체는 900만원 가량을 압류했다. A업체는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됐는데 김씨가 계약을 위반하고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주류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로 4년 동안 주류 한 상자당 2천~3천가량 비싸게 거래했다. 이에 돈을 모두 상환한 뒤 거래처를 변경하려 한 것인데 아무런 귀띔 없이 압류가 들어왔다”며 “본사에서 소개해준 주류업체여서 안심하고 거래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호프집 운영하던 고진수씨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16년 말 본사 소개로 A주류도매업체로부터 대여금 3천만원을 받은 고씨는 개인 사정으로 6개월 만에 가게를 처분해야 했다. 그는 처분 과정에서 A업체의 대여금을 모두 상환했다. 하지만 A업체는 돌연 3년 후인 지난해 ‘고씨가 거래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며 400만원 압류를 통보했다. A업체는 고씨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고씨는 위약금으로 400만원을 상환해야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프랜차이즈 본사’ 소개로 주류대출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현재 많은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본사가 수천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유인을 한 뒤, 주류업체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소속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특정 주류도매업체와 계약을 맺고 가맹점에 주류대출을 권유하는 오랜 관행 때문에 애꿎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주류대출을 물리는 구조는 시급히 개선돼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호준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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