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화성시 궁평항, 소형선박 인양 현장… "태풍 피해 없기를"

강한 바람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25일 오전 화성 궁평항에서 어민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어선을 육지로 피항시키고 있다. 윤원규기자
강한 바람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25일 오전 화성 궁평항에서 어민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어선을 육지로 피항시키고 있다. 윤원규기자

“태풍 피해가 없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제8호 태풍 ‘바비’의 한반도 상륙을 하루 앞둔 25일 오전 9시 화성시 궁평항. 검게 그을린 피부의 어민 30여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선을 육지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어 100t급(높이 40여m) 크레인 차량 1대와 50t급(30여m) 크레인 차량 2대 등 크레인 차량 3대가 굉음을 내며 전망대 카페 옆 방파제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이미 ‘⊃’ 형태의 방파제 앞 내항에는 3t 이하 소형 어선 50여척이 길게 줄지어 대기 중이었다.

어민들은 크레인이 자신의 어선을 육지로 운반할 차례를 기다리면서 배가 파도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안가의 콘크리트에 밧줄로 어선을 단단히 고정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이내 본격적인 인양작업이 시작되자 어민들은 2~3명씩 짝을 이뤄 선박에 올라 크레인과 연결된 줄을 뱃머리와 선미에 걸치는 작업을 도왔다.

크레인이 굉음을 내뿜으며 어선을 들어 올려 방파제 옆 공간에 내려놓으면 어민들은 역삼각형 모양의 선박 바닥이 땅에 잘 고정될 수 있도록 고임목을 받치는 작업도 담당했다.

이날 소형 어선 50여척 인양작업은 3시간가량 이어졌고 어민들은 바다 위 선박과 육지를 뛰어다니며 작업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인양작업에 소요된 예산 280여만원은 시가 올해 본예산에 태풍을 대비해 편성한 ‘자연재난 관련 어촌계 지원비’(1천만원)를 사용했다.

대성1호(1t급) 선주 A씨(74)는 “30여년 동안 궁평항에서 어업을 하면서 수많은 태풍을 겪었는데 이번 태풍은 특히 바람이 세다고 해 걱정이 많다”며 “매년 태풍 대비 인양작업을 해 고충이 많지만 태풍 피해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고생은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삼 궁평리 어촌계장(47)은 “시가 매년 인양비를 지원해줘 그나마 다행”이라며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기간 조업을 할 수 없는 조금 때여서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는 26일까지 이틀간 궁평항과 전곡항 등 시 전역의 선박 168척을 육상으로 인양하고 나머지 어선은 내·해수면 안전지역으로 옮기기로 했다. 또 화성시어업지도선을 조난 구조용으로 대기시켰으며 기상특보 발령 시 어선 입출항을 전면 통제할 계획이다.

한편 제8호 태풍 ‘바비’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최대풍속 초속 39m, 강풍반경 350㎞의 강한 강도 중형태풍으로 발달했다. 바람의 세기가 초속 40~60m 수준이면 사람이 걸어다닐 수 없는 정도다. 26일 오후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26일 밤에서 27일 새벽에 사이 서해상을 따라 북상하고 27일 새벽에는 북한 황해도 부근 연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해안가나 높은 산지에 설치된 규모가 큰 다리와 도서지역은 바람이 더 강하게 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예보했다.

화성=박수철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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