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평택 한 사립학교의 고3 현직교사와 행정실장 등 3명이 구속되는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다. 사전에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것도 모자라 수천만원씩 돈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올해 평택의 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A학원에서 13명의 정교사 채용비리 의혹(경기일보 3월25일자 6면)이 제기된 가운데 실제 채용 과정에서 뒷돈 받고 필기시험 문제 사전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와 배임수재 등 혐의로 학교법인 A학원 이사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부정 채용된 교사 13명 등 2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또 이들 중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되는 학교법인 A학원 이사장 아들이자 행정실장인 B씨와 고등학교 현직교사 2명 등 총 3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 등은 지난 2월 실시된 A학원 2020학년도 정규직 교사 공개채용시험에서 일부 지원자들에게 각각 수천만원씩을 받은 뒤 필기평가 문제 및 정답지와 면접 질문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시험문제 출제위원에게 개별 접촉해 밀봉되지 않은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따로 건네 받은 뒤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지를 건네받은 지원자 13명은 다른 지원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시험성적으로 최종 합격했다. 이들 13명 중 일부는 A학원 측에 돈을 건넨 정황이 확인됐으며 나머지 인원들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종 합격자 13명 전원에게 사전에 시험지와 답안지가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수천만원씩 돈을 전달한 것이 확인됐고 나머지 합격자들에 대해서도 금품 제공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 13명(고교 10명ㆍ중학교 3명)을 뽑는 이 학교 채용시험에는 488명의 지원자가 몰려 3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최종 합격자 13명은 모두 A학원 측으로부터 답안지를 제공받은 지원자들이면서 A학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3월 경기도교육청은 ‘부정채용이 의심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자체 감사 결과, 합격자들의 지필평가 점수가 차점자와 최대 40점까지 차이가 나 시험지 사전 유출 정황이 포착돼 5월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지난 2일 경찰로부터 A학원 중·고 교직원 3명의 구속을 포함한 수사 경과를 회신받은 경기도교육청은 A학원 측에 우선 구속된 교직원 3명의 직위해제 요구와 함께 정규교사로 채용됐다 감사기간 중 기간제교사로 전환돼 계속 근무 중이었던 당사자 9명도 즉시 계약을 해지토록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향후 계속되는 수사에 따라 밝혀지는 비리 혐의 교직원에 대해서도 관할청의 지도·감독 권한에 따라 직위해제 요구 또는 징계의결을 요구하는 등 비리에 엄정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강현숙ㆍ양휘모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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