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신년특집] 다시 뛰는 위기극복 DNA...‘코로나 파고’ 넘는다

1997년 IMF→2008년 금융위기 경험
위기때 빛나는 대한민국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이 큰 위기를 마주했다. 실물경제의 위기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관광과 서비스업계를 비롯해 일반 제조업계의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래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제 선진국으로 꼽히던 해외 주요국을 제치고 하락세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는 등 긍정적인 지표도 다수 있다. 특히 수차례의 위기를 통해 경험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게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위기 극복 DNA’가 있다. 숱한 어려움을 겪었던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저력 또한 가진 나라라는 의미이다. ‘위기 속의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본보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위기 극복 사례를 토대로 현재 위기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본다.

■ 1997년 외환위기… 과감한 결단으로 위기극복 3년 앞당겨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되고 있는 것처럼 1997년 있었던 ‘외환위기’는 대한민국이 마주했던 가장 큰 경제위기로 꼽힌다.

당시 한국은 본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실적 악화, 기업들의 단기차입 확대 및 실적악화로 인한 줄도산 등으로 외채가 급증하는 위기를 맞았다. 결국 부채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커져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을 할 사태에 이르자 정부는 1997년 12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1998년 국내총생산(GDP)은 -5.1%로 사상최대의 낙폭을 기록했으며, 취업자는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했다. 실질임금은 9.3% 감소했으며, 원달러 환율이 1천995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리는 실업자들로 넘쳤고 기업들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위기를 헤쳐나갔다. 재정ㆍ금융 긴축과 대외개방,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 IMF의 요구를 수용했으며, 외환시장과 물가안정을 위한 고금리 정책, 재정 긴축은 물론, 수요 억제를 통한 경상수지 흑자 정책을 추진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토대로 우리나라는 2004년 5월까지 갚도록 예정돼 있던 IMF 차입금 전액인 195억달러를 조기 상환할 수 있었다.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3년 8개월 만이며, 당초 예정보다 3년 가까이 앞당겨 정리해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 2008년 금융위기… 수출지원 확대 등 적극적 대외정책으로 극복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2008년 하반기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은 300억3천500만달러다. 당시 매월 20억~5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던 점을 고려하면 반년 만에 거의 1년치 자금이 한꺼번에 빠진 셈이다. 막대한 양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대외경기 악화로 2009년 수출증가율은 -13.9%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마주했던 외환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비교적 원활하게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당시 정부는 FTA 등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적극적인 대외경제정책을 추진했다. FTA 체결국에 대한 수출액 대비 무역수지 비율(16.0%)은 전체 수출비 전체 무역수지 비율(8.8%)보다 높아 무역수지 개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2010년에는 수출증가율이 28.3%로 반등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이끌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2011년에도 19.0%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위기극복에 강한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2020년 코로나19 사태… ‘위기 속 기회’ 만들어야

2020년 우리나라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분기 실질 GDP 성장률(잠정치ㆍ전분기 대비)이 1분기(-1.3%)와 2분기(-3.2%)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대내외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모두 부진한 탓이다.

지난해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4.4% 급감해 2000년 통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코로나19가 재확산된 8월엔 1.0% 감소했다. 내수 부진은 고용 위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4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7만6천명 감소해 21년 2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지속된 추경 편성에 따른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으로 국가 채무가 계속 늘어나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경제 회복을 위한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2020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1%로 예상되지만, 이는 OECD 37개 회원국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OECD 주요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 -3.7%, 일본 -5.3%, 독일 -5.5%, 프랑스 -9.1%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한국이 위기에 강한 국가라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수출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458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났으며, 하루 평균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6.3% 증가한 19억9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출 분야의 회복세는 향후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희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