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무실서 와플 팔고·노래방 운영서 목수로 ‘각자도생’
호텔들도 숙박 벗어나 요가·다도수업 등 손님몰이 나서
항공사, 당일치기 해외여행·무착륙 상품으로 희망 불씨
임창열 전 도지사 “모두가 일심동체… 위기 극복할 것”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일상이 된 지 벌써 1년. 우리사회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무섭게 창궐하는 전염병을 이겨내고자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의 폭격은 갈수록 심해지며 우리사회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고용시장은 한파가 지속되면서 취업자 수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지난해 12월 넷째 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6%나 급감하며 바닥을 쳤다. 기약없는 코로나19 사태 속 국내 모든 지표는 더욱 나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다. 무급 또는 유급 휴직으로 버텨온 직장인들은 부업을 시작했고, 매출이 급감한 기업들은 비대면 등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하는 이들의 생존기를 통해 새해 희망 플랜을 그려 본다. 편집자 주
■ 부업으로 각자도생(各自圖生)
화성시의 한 상가 1층에 자리 잡은 A 여행사는 사무실 한쪽에 와플 기계를 뒀다. 지난해 9월 시청에 ‘휴게음식점’ 신고를 내고 와플을 팔기로 결심하면서다. 이곳의 사장 C씨(45)는 1천500원짜리 생크림 와플과 아이스크림 등 7가지 메뉴부터 작은 꽃다발과 화분까지 판매하고 있다. 여행사 일이 뚝 끊긴 지 6개월 만의 결단이었다. C씨와 그의 아내는 각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C씨는 저녁마다 대리운전을, 아내는 운동 삼아 ‘도보 배달’을 얼마 전 시작했다. 이들은 와플을 팔아 번 돈과 아르바이트 수익으로 임대료를 충당하고 있다. 여행사 수입이 제로(0)지만, 부업으로 회사를 유지한다. 이들 부부에게 부업은 ‘언젠가 여행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다.
광주시에서 ‘잘 나가는’ 코인노래방 사장님이었던 L씨(46)는 목수 일을 배웠다. 코로나19로 수입이 뚝 끊기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부터는 아예 가게 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건설현장을 떠돌고 있다. L씨는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하고도 퇴근길 꼭 코인노래방을 들린다. 이틀에 한 번씩 청소도 하고, 기계가 고장이 나진 않을까 수차례 점검한다. 언제라도 코로나 19 상황이 나아져 곧바로 가게를 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이런 L씨에게 목수라는 부업은 성공적인 코인노래방 영업 재개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
코로나19로부터 매출 감소 및 회사ㆍ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이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등 부업에 나서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부업 월급을) 다른 가족 이름으로 돈을 받고, 소득신고도 가족 이름으로 할 수는 없나요?”, “택배 상ㆍ하차 일하는 것도 (회사에) 걸리나요?” 등 소속 회사 모르게 할 수 있는 부업을 문의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부업으로 두 개 이상의 분야에서 여러 직무를 수행하며 돈을 버는 n잡 직장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가 지난해 11월 이용자 1천2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업ㆍ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직장인 66%는 ‘아직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23%였다.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는 직장인은 11%에 불과했다.
■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업계 생존기
코로나19로 외국인 손님이 뚝 끊긴 호텔업계는 숙박 외 내국인 대상 이색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6만5천40명에 그쳤다. 이는 전년 9월보다 95.5% 급감한 수치다. 4월부터 내내 전년 대비 감소폭이 95%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다. 감염병과 같은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호텔이 생존하려면 내국인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신라호텔은 요가와 다도 수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호텔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영빈관이 내려다보이는 팔각정에서 차를 맛보고 야외 공원에서 요가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롯데호텔은 호텔에서 일하면서 휴가도 즐길 수 있는 묶음 상품을 운영한다. 원격근무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려는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항공사들 역시 코로나19 피해를 본 대표적인 업종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1천17억원으로 지난 2018년 2천575억원 대비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추정된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매 분기 200억∼6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파산 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월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항공사들은 무착륙 해외 관광비행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고객들의 답답함을 달래주면서 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최악의 경영난을 없애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일본 규슈지방 영공을 둘러보는 ‘A380 당일치기 해외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LCC들도 앞다퉈 무착륙 해외 관광비행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상공을 선회하고 되돌아오는 상품을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선보이는 중이다.
■ 위기 극복의 아이콘,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 “정부-국민 일심동체(一心同體) 돼야”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낸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내는 것은 정부와 국민, 기업들의 협조뿐”이라고 진단했다. 임 전 지사는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금 모으기와 더불어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등이 뒷받침됐다”며 “이 같은 각계각층의 노력과 협조가 있었기에 위기 극복이 가능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 위기도 훌륭하게 극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 전 지사는 전 국민이 마스크 부족으로 힘들어하던 ‘마스크 대란’ 당시를 예로 들었다. 남녀노소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고 착용을 일상화하는 등 불편함을 모두 감수하고 협조하는 모습은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은퇴한 간호사들까지 현장에 뛰어들어 사태 수습을 돕는 등 우리나라 의료진들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헌신적이고 훌륭한 의료진’이라고 임 전 지사는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임 전 지사는 “코로나19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 국민, 대기업 등 무조건 협조해야한다”며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는 것만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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