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학교 다니면서 ‘매’를 맞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맞은 적도 있고, 뺨을 맞은 기억도 있을 것이다. 회초리로 때린 교사도 있고, 맨손으로 얼굴이나 머리를 때린 이도 있다. 심한 경우 야구방망이나 마대 자루도 등장했다. 교사들은 ‘훈육’이라는 미명 하에 체벌을 가하면서 ‘사랑의 매’라고 했다. 학교에서의 체벌은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면서 금지됐고, 이후 전국의 학교로 확대됐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매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민 공분을 자아낼 정도로 사회를 놀라게 하는 사건도 종종 있다. 최근엔 양부모의 참혹한 학대로 16개월 된 정인이가 사망한 사건이 핫 이슈다. 지난해엔 동거남의 아들을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다. 훈육 차원이었다지만 명백한 아동학대다.
가정내 아동학대가 심각하다. 친부모, 양부모를 가리지 않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2014년 1만27건에서 2019년 3만45건으로 급증했다. 아동학대는 주로 부모에 의해 이뤄졌다. 2019년의 경우 가해자의 75.6%(2만2천700건)가 부모였다. 검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의 구속률은 매우 낮다. 2015년 3%, 2016년 4%, 2017년 2%, 2018년 1%, 2019년 1%에 그쳤다. 아동학대가 범죄라기보다 훈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사법기관이 강력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민법은 ‘친권자 징계권’을 인정해 왔다. 민법 제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ㆍ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선 안 된다’는 아동복지법과 상충됐지만, 자녀 훈육을 위해 체벌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앞섰다.
이제는 자녀에 대한 부모 체벌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국회가 지난 8일 본회의를 열어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체벌 허용’ 규정으로 활용됐던 조항이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63년 만에 삭제된 것이다. 자녀 징계권 삭제를 출발점으로 가정 내에서 훈육이든 사랑의 매든 아동 체벌이 더 이상 허용돼선 안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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