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불 끄기 바쁜 경찰…학대예방경찰관 증원 없이 추가 업무만 ‘잔뜩’

정인이를 추모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정인이를 추모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내놨던 분리조치 방안이 행정편의에 그쳤다는 지적(경기일보 2020년 11월19일자 7면)을 받는 가운데 새롭게 나온 대책 또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업무만 과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13세 미만 대상 아동학대 범죄를 시ㆍ도경찰청 특별수사대에서 전담하고, 학대예방경찰관의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추가로 내놨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통과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대책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경찰이 의료인 등 24개 직군 신고의무자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경찰은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2회 이상 반복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근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경찰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번 대책도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할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수대 전담 대상이 되는 경기지역 0~12세 아동은 154만1천495명에 달하는 반면 경기경찰 APO는 159명에 불과하다. APO 1명이 아동 9천694명을 맡는 셈이다. 더구나 APO는 아동뿐만 아니라 노인 등 가정폭력 전반을 담당한다. 여기에 연 4천여건에 달하는 도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를 고려하면 정인이법 시행에 따른 신고 즉시 착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무 피로도가 높아 기피보직 1순위로 꼽히는 APO 제도에 인력 보강 없이 업무량만 늘린 꼴이 된 것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경찰이 내놓은 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져 개정된 법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라며 “아동학대 전담 인력 보충은 물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등 현장 중심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로운 개정안과 조직 개편으로 초반에는 다소 부담이 예상되지만, 아동학대 범죄 대응체계를 확립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력도 점차 증원해나갈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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