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수백년의 경기도내 보호수들이 일부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15년부터 도내 보호수의 관리에 들어갔지만, 정작 지자체가 구체적인 관리 방법을 인지하지 못해 일부 보호수는 안전지대 없이 훼손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지난 2018년 12월 ‘경기도의 마을 노거수(老巨樹)’ 책자를 발간하고, 각 지자체에 보호수 관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기로 했다.
보호수 주변에 울타리를 쳐 외부인의 침입을 막고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거치대 등을 설치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보호수 생육환경도 주기적으로 조사해 나무주사를 맞혀야 한다.
도는 올해 6억7천만원을 투입해 도내 983그루(남부 704그루ㆍ북부 279그루)의 보호수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단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아 일부 지자체의 보호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왕시 월암동의 월암천에는 550년 된 회화나무가 보호수(경기-의왕-1)로 지정돼 도로변에 있었으나, 울타리를 대신해 폐기물로만 둘러싸였다. 이미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는 듯 이끼도 가득해 나무 기둥마저 초록색으로 변질했다. 아크릴로 된 안내판은 차에 부딪힌 듯 깨진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다.
의왕시 월암동의 350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경기-의왕-2)도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었다.
보호수 앞 평상 위에는 2m 길이의 나뭇가지로 덮였지만, 거치대는 따로 없었다. 나무껍질은 대부분 벗겨졌고, 나무 곳곳에는 거미줄만 쳐진 상태였다.
광명시 철산동의 360년 된 회화나무(경기-광명-2)는 보호수 나뭇가지 사이 전신주가 관통해 있고, 화성시 장지동 440년 된 느티나무(경기-화성-52)는 울타리 옆으로 불법 폐기물들이 가득했다.
신지훈 단국대 녹지조경학과 교수는 “보호수는 수백년의 역사가 깃든 것으로 생명력을 갖춘 문화재나 다름 없다”며 “지금이라도 통합 관리처를 만들어 보호수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는 각 지자체와 협의해 보호수 전반에 대한 통합 관리를 시행하고, 현장 점검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보호수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책이 없어 매년 상반기마다 나무병원에 위탁하는 식으로 관리했다”며 “문제가 된 보호수들을 직접 시찰하고, 도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관리 방법도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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