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인간의 모든 창조적인 행위를 일컫는다.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머리를 물감 통에 집어넣어 흰 종이에 그려내는 것도 모두 예술이다. 고급 예술과 사회 통념에 반기를 들고 자유로운 연대를 지향했던 1960~70년대 전위예술 플럭서스는 예술을 일상으로 확장하고 변화시켰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지난 1일 개막한 2021 백남준전 <웃어>는 플럭서스를 통해 백남준을 바라본다.
재치와 유머, 그 안의 해학은 플럭서스 운동과 백남준 세계의 핵심이다. 백남준과 플럭서스 작가들의 작품과 아카이브 200여점을 통해 플럭서스의 당시 활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전시의 출발점은 ‘장피에르에게’다. 플럭서스를 적극 후원했던 장피에르 빌헬름이 세상을 떠난 후 가장 평범한 일상의 행동을 통해 장피에르를 추모한 백남준의 사진이 걸렸다. 걷고, 뛰고, 행인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고 웃는 일상의 행동으로 예술과 삶의 경계를 흐리고 예술매체에 질문을 던진 장피에르를 추모한다.
고스기 다케히사의 ‘사우스 2번 (백남준에게)’(1964) 영상은 일상 행위의 원래 목적을 상실하고 새로운 예술적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을 탐구하게 한다. 작품은 백남준의 이름자 중 하나인 ‘남(南)’과 영어단어를 교차해 만든 헌정곡이다. 15분간 ‘사우스’ 발음을 최대한 늘려 여기서 파생하는 새로운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다. <최초의 휴대용 TV>(1975), <컬러의자, 흑백의자>(1984), <냄비(한국 조리법)>(1985) 등 일상성을 구현한 백남준의 작품도 전시됐다.
전시는 관객에게 보면 볼수록 색다른 재미와 의미를 부여한다. 작품을 제작하려고 신체를 매치로 활용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선문답과 같은 지시문으로 질문을 던진 백남준의 유머를 깨알같이 발견할 수 있다. 제도, 규범, 통념을 받아치는 백남준식 웃음의 반격을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에 대입해 보면 좋지 않을까. 유머는 때론 진중함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리투아니아 출신인 조지 머추너스의 작품을 대여하기 위해 요나스 메카스 비주얼아트센터, 빌뉴스 시, 리투아니아 문화원, 리투아니아 대사관과 2018년부터 협력해 대규모 플럭서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박상애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실장은 “백남준은 짜인 틀이나 규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새로움을 도전하고 실험했다”며 “백남준식 웃음의 반격을 일상에 비춰보는 재미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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