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둘러싸고 벌어진 교육당국과 자사고 간 법적 분쟁 1라운드가 교육계의 완패로 일단락됐다. 사법부는 교육당국의 조처가 공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의적으로 평가기준을 수립한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행정4부는 8일 ▲공정성 ▲재량권 일탈 ▲교육정책 방향 등 크게 3가지의 이유를 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평가지표의 변경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데도 경기도교육청이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야 자사고에 알린 도교육청의 평가는 공정한 심사가 아니라고 봤다.
또 교육과 학교에 관해 어떠한 제도를 도입해 시행해 왔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이 발견될 경우 이를 시정하는 것이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국가의 의무로, 기존 정책을 신뢰한 당사자들의 신뢰보호를 위해 잘못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인용했다.
특히 재판부는 도교육청의 평가지표가 자의적으로 수립한 것과 다르지 않고, 합리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평가가 정당하다’고 보는 것은 자의적 심사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승소했던 다른 자사고들도 이와 비슷한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서울지역 자사고 8곳의 변호를 맡아 서울시교육청에 줄패소를 안긴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번 동산고 재판에 대해 “큰 틀에서 서울 자사고 소송에서 나온 법원의 판단과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오정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법원 판단의 중점은 학교 측에 불리하게 달라진 지표를 예상하기 어려웠고, 그에 따른 평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라며 “흔히 교육을 백년대계라 할 정도로 신중히 정책을 고려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을 뒤바꾼) 교육당국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깨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사고의 지위는 한시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모든 자사고 등이 오는 2025년 3월1일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24곳은 지난해 5월 해당 법 시행령 개정안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정민훈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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