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무인도’ 경기북부] 2. 대규모 병원 짓는데도… 북부까지 올 의사가 없다

경기북부의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대학과 지자체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십수년간 해결하지 못한 의료자원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북부지역에 의과대학을 유치해 의료 인력을 충원하고, 이를 발판으로 수도권의 의료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씻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의대 정원, 남부 120명 vs 북부 0명…의료 공백 이유 있었다

대진대는 지난 5월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의대 유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대 유치 추진위 공동위원장에는 임영문 대진대 총장을 비롯해 박윤국 포천시장, 최용덕 동두천시장, 김광철 연천군수 등 의료 공백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접경지역과 인근 도시 지자체장들이 이름을 올렸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지역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는 동두천의 지역 현안과도 직결돼 있다”며 “(최용덕 시장이 공동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진대와 북부 지자체들이 의대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의대 유치 없이는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 의대 정원은 전국 3천58명 중 120명(아주대 40명, 성균관대 40명, 차의학과학대 40명)뿐이다. 특히 경기도의 인구(약 1천300만명)가 서울(약 950만명)보다 40%가량 더 많음에도 경기도의 의대 정원은 서울(826명)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경기남부에 몰려 있어 경기북부에 할당된 인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는 경기북부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경기북부 중 접경지역의 경우 교통ㆍ생활 인프라 등 접근성이 떨어져 의사를 데려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당장 대진대만 하더라도 의료 인력 문제로 동두천 제생병원 개원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동두천 제생병원은 대지면적 14만7천774㎡, 지하 4층~지상 21층, 병상 1천500여개 규모로 지어져 경기북부 의료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곳 중 하나다. 그러나 의료 자원이 없어 개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진대 관계자는 “병원을 개원하려면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동두천까지 오는 이들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의료인 확보 없이는 병원 개원 일정도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의료 인프라 부족 공감…의료계는 반발

정부 역시 경기북부의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3천58명으로 동결, 지역별 의사 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역의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의사 3천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통해 의료인력 취약지를 위한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의사들의 집단 파업 등 탓에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계획을 재추진하기로 했으나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의료계는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는데, 대형병원 등에서 수련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젊은 의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전공의들은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해 8월 하루 동안 응급실, 분만실, 투석실 등과 같은 필수 유지 업무까지 모두 포함해 모든 전공의가 업무를 중단하는 단체 행동에 나섰다.

전공의들은 무기한 집단휴진을 강행했고, 의과대 학생들은 국가고시를 거부하며 정부와 연일 ‘강 대 강’ 대치를 이뤘다.

결국 국회는 물론 의료계 원로, 범 의료계 인사 등이 나서 의료계 설득에 나섰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마라톤 협상 끝에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정책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마련됐다.

이런 가운데 현재 경기북부의 의료 공백 사태는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조치 없이 해소되지 못하는 만큼 의료계와의 합의가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가 최종 결정된 이후에 정원을 배정받을 의대를 심사ㆍ선정하게 된다”며 “다만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 의료계와 합의하지 못해 향후 일정 등을 특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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