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장동 설계’ 유동규 구속, 특혜ㆍ로비 수사 급물살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당직 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가 염려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전날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던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이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돌아가게하고 성남시에 그만큼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 대가로 화천대유 측에서 11억원을 받는 등 수익금을 나눠 가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의혹은 ‘배임’과 ‘뇌물’이다. 먼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민간 사업자에게 돌아간 이익은 분양 이익을 제외하고 배당금만 약 4천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수익 배분 구조를 짰다고 의심받는 인물이 유 전 본부장이며, 이 부분이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의 책임자였던 유 전 본부장은 민간 개발업자로부터 11억원 정도를 빌렸는데, 검찰은 이 돈을 뇌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700억원 약정설, 즉 민간 사업자와 큰 이익을 나눠 갖기로 약속했다는 뇌물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의도적으로 화천대유에 유리하게 수익 배당 구조를 설계한 게 아니고, 11억원은 차용증을 쓰고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를 빌린 것이라며 맞서왔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개발 이익 700억원을 요구하고 이를 받기로 약정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유씨 측 변호인은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대화하며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일 뿐, 실제로 (돈을)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2. 화천대유 김만배, 박영수 전 특검 인척에 100억 전달
이와 함께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사업가에게 100억원을 건넨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까지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원 중 100억원을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50)에게 전달했다.
이씨와 박 전 특검은 인척 관계로 알려졌다. 또 이씨는 지난 2018년까지 한 코스닥 상장사의 대표이사로도 재직했는데, 박 전 특검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2월까지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로 약 1개월간 재직하다 ‘일신상의 사유’로 퇴직했다.
이씨와 박 전 특검의 이 같은 관계 등을 근거로 김만배씨가 이씨에게 건넨 100억원 중 일부가 최종적으로 박 전 특검에게 전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 전 특검은 지난 2015년 화천대유 설립 이후부터 고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연 2억원의 고문료를 받아오다, 지난 2016년 말 국정농단 수사 특검으로 임명되며 고문직을 그만뒀다. 그의 딸도 화천대유 직원으로 수년간 근무하다 최근 퇴직했는데 지난 6월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 측은 박 전 특검에게 건너간 돈은 없고 분양대행업을 하는 이씨가 사업자금으로 빌려갔다는 입장이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사업과 관련해 이씨의 요청으로 100억원을 빌려준 건 맞지만, 박 전 특검과는 무관하다”며 “이씨와의 돈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없고 조사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전 특검도 입장문을 통해 “이씨는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며, 그들 사이의 거래에 대해 관여한 사실이 없고 이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화천대유로부터 고문료 외에 다른 금품을 받은 적 없고, 특검을 맡은 이후 김만배씨와도 관계가 단절돼 현재까지 전화 통화도 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의 연루설을 부인했다.
검찰은 현재 이씨에게 자금이 전달된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화천대유 측이 뿌린 로비 자금으로 의심받는 자금 가운데 직전까지 드러난 것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과 박 전 특검의 딸이 분양받은 아파트, 배임ㆍ수뢰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받은 11억원 등이다.
이에 더해 검찰이 최근 확보한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들의 대화 녹취파일을 통해 수백억원대 자금거래 정황까지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며, 검찰의 수사 경과에 따라 의혹 자금의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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