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法, 김만배 영장 기각…검찰 수사 제동 걸리나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검찰 수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검찰이 김씨의 범죄 혐의부터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관련 수사를 놓고서는 ‘검경 중복수사’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는 김씨의 혐의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적용한 근거나 배임 액수 산정 방식, 뇌물로 지목된 돈의 대가성 입증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수사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만큼 검찰은 조만간 김씨를 다시 불러들여 전반적으로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장 청구의 핵심 근거로 내세웠던 ‘정영학 녹취록’ 역시 향후 조사 과정에서 김씨에게 내용을 보여주며 반론을 듣고, 빈틈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수사를 끌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2. 모든 의혹의 ‘열쇠’를 쥔 인물, 김만배
김씨는 이른바 ‘50억 클럽’이라 불리는 화천대유 로비 의혹의 시작점으로 꼽힌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넘긴 녹취록에는 김씨가 ‘성남시의장에게 30억,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고 실탄은 350억원’이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키맨’이 될 것으로 보이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저희끼리 ‘350억원 로비 이용’ 이야기를 했었는데, 7명에게 50억원씩 주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로비 의혹의 주요 사항들은 김씨의 구속영장에 혐의 사실로 적시됐다. 뇌물 공여액엔 곽상도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지급된 퇴직금 50억원도 포함됐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둘러싼 의문점도 김씨로 향한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의 것’이라는 김씨의 발언이 등장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남 변호사도 김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가 본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천화동인 1호가 본인의 것이며 ‘그분’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거래 의혹’의 출발점에도 김씨가 있다.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지낸 김씨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9차례에 걸쳐 대법원을 방문했고, 이 가운데 8차례는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화천대유의 법률 고문을 맡았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권 전 대법관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판결 전후로 김씨와 여러 차례 만나고, 이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되는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3. 성남시청 들이닥친 검찰, 수사 불씨 살릴까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김씨의 구속에 제동이 걸린 직후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며 대장동 수사의 불씨를 살리려는 시도에 나섰다. 그러나 검경 중복수사의 우려도 함께 현실화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성남시청에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명을 투입, 도시주택국ㆍ교육문화체육국ㆍ문화도시사업단ㆍ정보통신과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부서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7일 문화도시사업단 내 도시균형발전과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계획 변경 인가 과정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고, 다음날엔 교육문화체육국 내 문화예술과에서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곽 전 의원 아들에 대한 서류를 넘겨받았다.
같은 수사 대상을 놓고 검찰은 압수수색, 경찰은 임의수사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성남시 수사에 대해 한쪽이 먼저 확보한 자료 등에 대해 문의하거나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은 것으로 파악됐다.
#4. 같은 대상, 따로 수사…검경 중복수사 현실화
‘유동규 휴대전화’를 놓고서도 검경은 엇박자를 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유 전 사장의 지인 A씨의 자택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유 전 사장이 과거에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A씨는 유 전 사장과 재혼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으로,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는 유 전 사장이 약 2개월 전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최근 압수했던 휴대전화와는 다른 것이다.
앞서 경기남부청이 확보한 휴대전화는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포렌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 전 사장이 최근 사용했던 휴대전화는 경찰이, 과거 오랜 기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는 검찰이 각각 확보하면서 진실을 규명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은 유 전 사장의 과거 휴대전화를 찾으면서 검찰과 마찬가지로 A씨가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지난 13일 A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하루 뒤인 14일 저녁 수원지검이 법원에 청구했는데, 다시 하루 뒤인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결국 경찰은 검찰의 휴대전화를 지켜만 보는 모양새가 됐다.
경찰 내부에서도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경찰의 수사 아이템을 가로채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검찰이 발부받은 영창의 청구 시점은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던 13일로 확인됐다. 영장에 대한 청구 또는 신청을 검경 중 어느 수사기관에서 먼저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은 지난 11일 지인(A씨)의 주소지를 탐문ㆍ확인했고, 다음날 오전 유동규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소재지를 파악해 신속한 압수수색 절차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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