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View] 사라진 땅

땅이 사라졌다. 온통 하늘을 향해 치솟는 건물들이며 콘크리트 위에 서 있다.

어린 시절 땅이 있던 곳이면 스케치북 없이도 그림을 그리는 놀이터였고 흙을 만지며 도깨집도 지었고 땅 따 먹는 놀이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온전히 왔던 대로 빈손으로 돌아왔다. 비가 내리면 흙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요즘은 땅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만져 보기는 더 어렵다. 어느 날 쿵캉쿵캉 집들이 헐리고 콘크리트와 시멘트란 갑옷을 벗겨줘야 얼굴을 내밀고 긴 한숨을 쉰다. 도심에서 땅이 숨을 쉴 수 있는 일은 건물 하나가 헐려야 딱 그 공간만큼 정해진 시간 동안 세상을 향해 숨을 쉴 수가 있다. 그 시간이라는 것도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이 쫙쫙 달라붙을 정도로 실감 난다. 요 며칠 근처 집이 헐리고 다시 큰 빌딩이 들어선다고 한다. 그 짧은 틈을 놓칠세라 사진을 찍었다. 나무며 풀들은 겨울이면 같이 한 계절 쉬어가는데….감옥 아닌 감옥살이는 땅이 하는 걸까 우리가 하는 걸까. 촉촉한 땅 냄새가 그립다.

홍채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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