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도 경기도다] 낙후한 경기북부 체육 인프라

우수선수 유출… 체육 샛별 못 뜬다
초중고교·대학·실업팀 연계 안돼
의정부 컬링 등 타지역 이탈 많아
훈련장 태부족, 남북부 선수 4배 차
“道체육회 분소 설치 등 지원 필요"

경기북부 체육은 남부지역과 인접한 서울에 비해 인프라가 낙후되고 연계 진학이 어려워 유망주들의 타 지역 이탈 또는 중도 포기가 많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스포츠지원 포털에 따르면 경기북부 10개 시ㆍ군(의정부ㆍ동두천ㆍ양주ㆍ연천ㆍ포천ㆍ가평ㆍ구리ㆍ남양주ㆍ파주ㆍ고양)에는 149개교에 174개 운동팀이 운영되고 있으며, 22개 종목 1천553명 선수가 등록돼 있다.

반면 남부 21개 시ㆍ군에는 471개교에 597개 팀이 운영 중으로, 42개 종목 6천638명의 선수가 등록돼 북부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차이가 난다.

경기남부에는 대부분 종목들이 초ㆍ중ㆍ고 연계육성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지만, 북부는 대학과 실업팀 부재 등으로 연계육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종목이 컬링이다. 경북 의성군과 더불어 컬링의 ‘메카’인 의정부시는 매년 초등 클럽과 중ㆍ고 팀에서 우수선수를 육성하고 있지만 도내에 실업팀이 경기도청 밖에 없고, 대학팀도 전무해 우수선수들이 경북과 강원, 서울 등지의 대학과 실업팀으로 진출하고 있다. 여자컬링 춘천시청의 선수 5명이 모두 의정부 송현고 출신이다.

의정부 새말초 탁구팀도 매년 전국대회서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지역내 중ㆍ고교 팀이 없어 도내 타 지역은 물론 타 시ㆍ도로 진학하기도 한다. 파주 문산수억중 탁구부는 6명 중 3명이 새말초 출신으로, 부모들은 아이들의 진로를 위해 파주시로 이주하기도 했다.

또한 포천시의 특화 종목인 바이애슬론은 일동초에서 입문해 남자는 일동중, 여자는 이동중으로 진학한 뒤, 남녀 모두 일동고로 진학하지만 매년 학생수 감소로 연도별 편차가 심해 안정적인 연계육성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여고부에서는 선수가 단 한명에 불과해 이번 시즌엔 계주팀도 꾸릴 수 없게 됐다.

현재 북부에는 의정부시 빙상ㆍ컬링ㆍ자전거ㆍ유도, 포천시 바이애슬론ㆍ역도, 연천군 사이클ㆍ테니스, 가평군 사이클, 동두천시 빙상, 양주시 유도ㆍ볼링, 고양시 세팍타크로, 파주시 레슬링ㆍ탁구ㆍ사격, 남양주시 검도 등 특화 종목을 육성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비인기 종목으로 남부에 비해 훈련장 부족과 선수 수급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체육인들은 경기도ㆍ도교육청 북부청사의 체육 전담부서 신설과 경기도체육회, 경기스포츠과학센터의 북부분소 설치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부지역 시ㆍ군체육회는 도ㆍ도의회ㆍ도체육회와 업무 협의를 위해 왕복 5~6시간씩 걸려 수원까지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북부지역의 현실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도 안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수동 경기도 시ㆍ군체육회 사무국장협의회장은 “도 종목단체 차원의 지원은 경기북부 체육 인프라 확충과 인재 유출 방지에 한계가 있다”라며 “경기도청과 경찰청도 남ㆍ북부로 나눠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도체육회 북부분소 설치를 통해 북부지역 시ㆍ군체육회와 원활하게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시설 늘리고… 지자체-학교·클럽 연계활동 필요” 

지난 8월초부터 내부공사에 들어가 오는 11월8일께 재개장을 앞두고 있는 의정부컬링경기장. 김시범기자
지난 8월초부터 내부공사에 들어가 오는 11월8일께 재개장을 앞두고 있는 의정부컬링경기장. 김시범기자

경기 북부지역 체육 활성화를 위해서 지역 특화를 전제로 공공체육시설의 확대, 지자체와 학교ㆍ클럽 간 연계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십수년간 해결되지 않은 경기 북부지역 체육 활성화는 인프라 격차가 더욱 심해지며 일부 종목은 명맥이 끊길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공공체육시설 확대로 장기적인 인프라 개선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주도해 교육기관과 적극적인 교류 및 프로그램 개발을 해나가야한다는 의견이다.

■여전히 부족한 경기북부 공공체육시설

경기 북부 10개 시ㆍ군에는 생활체육시설이 1천256개인 반면 남부지역 21개 시ㆍ군에는 3천948개로 큰 차이가 난다.

이 가운데 전문 선수들에게 필요한 육상경기장과 수영장, 축구장, 빙상장 등은 남부에 총 419개가 있지만 북부에는 126개에 그치고 있다. 특히 양궁장과 승마장은 북부에는 전무해 이들 종목 육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의정부, 연천, 가평 등은 오래전부터 사이클이 육성되고 있지만, 경기장은 의정부 벨로드롬 하나 밖에 없다. 의정부 지역 외 선수들은 학교 운동장을 이용하거나, 의정부까지 이동해 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체육시설의 부족은 전문체육 뿐만이 아닌 생활체육 발전에도 영향을 끼친다. 간이 운동장과 동네 체육시설도 남부지역에 비해 절반 이하로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이에 북부지역에서 체육활동을 즐기거나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키워가기가 어렵다는 여론이다.

■지자체 육성 운동부의 역할과 필요성

동두천의 빙상은 지난 2001년부터 실업팀 동두천시청을 중심으로 김동성, 차민규 같은 스타들을 배출하며 지역 내 빙상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2019년 동두천시청의 해체 후 유망주 수급 자체가 힘들어졌다.

현재 동두천 4개 학교의 빙상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사동초 선수가 3명이고, 동두천중과 동두천여중은 한 명의 선수도 없으며, 동두천고도 2명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 실업팀이 지역 학교를 순회하며 일일 강습을 하는 등 적극적인 종목 홍보에 나섰지만, 팀이 사라지면서 지역 내에서 유망주를 키워 낼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동두천서 지난 20년간 빙상 선수들을 지도해 온 A씨는 “과거 지자체팀이 있던 시절엔 주기적으로 관내 학교를 방문해 빙상을 가르쳐주고, 유망주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면서 직ㆍ간접적으로 종목 육성해 기여해왔다”며 “하지만 최근엔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고리가 없어진데다, 운동을 하려는 학생들이 줄어 선수를 육성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라고 토로했다.

 

■전환적 체육정책 통해 활성화 도모해야

이에 전문가들은 전환적인 체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공공체육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지자체와 학교ㆍ클럽 간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고양시의 특화 종목인 세팍타크로는 그 동안 동남아의 강세 속에서도 아시안게임서 꾸준히 입상한 효자 종목이다. 지역내에는 고양시청과 저동고 밖에 팀이 없지만, 고양시청에서 지역 초ㆍ중ㆍ고와 클럽 등을 순회하며 동호회 지원과 합동훈련 등을 통해 기술지도를 하고 있어 꾸준히 유망주를 배출하고 있다.

이처럼 초ㆍ중학교 운동부를 유치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팀이 지역 순회ㆍ연계활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종우 한국체대 대학원 교수는 “기업에 대한 지자체의 조세감면 혜택과 협조로 실업팀 유치와 학교운동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적으로 경기 북부에 실업팀을 유치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지역 특화를 골자로 공공체육시설의 확대와 함께 지자체가 특화 종목 지원 및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등으로 지역민의 스포츠 문화 향유라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거버넌스 기관 설치·거점화 힘써야"

(왼쪽부터)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실무 부회장/박재명 한국체대 스포츠청소년지도학과 교수/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왼쪽부터)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실무 부회장/박재명 한국체대 스포츠청소년지도학과 교수/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체육 전문가들은 경기북부 체육 인프라 확충과 관련, 거버넌스 기관의 설치 및 거점화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는 “어차피 경기도체육회의 주 역할은 도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행정 업무다 보니 경기북부지역 시민이 실제로 혜택을 얻고 체감할 수 있는 체육 관련 거버넌스 기관이 일부 지역을 거점화해 설치 운영될 필요가 있다”라며 “학교 입장에서 운동부를 운영에 따른 메리트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특히 북부지역의 경우 더욱 그렇다. 비인기 종목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데 과거와 비교해 운동부가 학교와 학부모에 의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 시점에선 비인기 종목을 정책적으로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정부에서 시설과 예산 지원을 골자로 한 지정제 도입도 필요하다”라며 “도ㆍ도의회ㆍ도교육청ㆍ도체육회 등이 머리를 맞대 특정 종목의 학교 운동부ㆍ클럽 운영을 강제하면서도 지정제 도입 후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클럽 스포츠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실무 부회장은 “현재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클럽 스포츠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데, 인프라가 부족한 경기 북부의 경우 클럽 스포츠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펜싱과 테니스의 경우 최근 클럽과 아카데미 단위로 전국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비인기 종목도 클럽 스포츠를 활용하되, 지자체와 체육회에서 클럽 스포츠 활성에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기 북부지역의 취약 분야인 하계 종목도 동계 종목과 대등하게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재명 한국체대 스포츠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경기 북부지역 학부모로서 자녀에게 운동을 시켜보려 했지만 학교 운동부는커녕 클럽마저 없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일부 종목의 경우 시작 자체가 어려운 게 북부지역의 실태라고 생각한다. 유입 경로를 늘리되 강점인 동계 종목만큼이나 하계 종목도 우선적으로 학교 체육과 클럽 스포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도 및 시ㆍ군체육회가 고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선학ㆍ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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