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등진 ‘유투’ 유한기, 누구인가…檢, ‘윗선 수사’ 차질 불가피

10일 오전 7시4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세상을 등지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윗선 규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유 전 본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오전 2시께 집을 나섰으며, 그의 가족은 오전 4시10분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집안에선 ‘마지막’을 암시하는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4년 8월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뒷돈 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아 왔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최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 등이 대장동 아파트 분양업체 대표이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모씨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뒤 서울의 한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날 그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열 예정이었다. 포천도시공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유 전 본부장은 검찰에서 영장을 청구한 뒤인 전날 밤 비서실 직원에게 사직서를 맡긴 뒤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식 접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유 전 본부장은 과거 대장동 개발 당시 실질적인 1인자라는 뜻으로 ‘유원’이라 불린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2인자라는 의미로 ‘유투’라고 불렸다. 지난 2015년 3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선 신청서를 낸 컨소시엄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며 1차 평가의 평가위원장, 2차 평가의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그는 또 지난 2015년 2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받아 왔다. 황무성 전 사장은 지난 2014년 취임했으나,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지난 2015년 돌연 사퇴했다. 이 시기는 공사 측이 대장동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 사업 등 주요 현안을 다루던 때였다. 황 전 사장의 퇴직 이후 유동규 전 사장이 수개월간 사장 직무대리를 맡아 대장동 사업을 주도했고, 이후 성남의뜰이 사업 시행자로 선정되며 민간사업자의 초과 이익을 회수하지 않도록 하는 수익 구조가 만들어졌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11일 유 전 본부장을 불러 사퇴를 종용한 경위를 조사하기도 했다. 이후 중복수사를 막기 위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맡아 왔다.

검찰은 우선 뇌물 혐의로 그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사퇴 압박 의혹에 대한 보강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가 숨지면서 그 계획은 무위에 그쳤고, 윗선 규명으로 이어지는 수사 역시 난항을 겪게 됐다. 수사팀 출범 2개월이 넘도록 검찰은 ‘대장동 4인방’을 기소한 것 말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곽상도 전 의원의 영장이 기각되며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발목이 잡힌 마당에 유 전 본부장의 사망까지 이어지며, 사건의 핵심인 배임 행위의 배후를 밝히는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무성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직후 “유 전 본부장은 계속 유동규 밑에서 일했으며, 사퇴 압박 등은 모두 그에게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며 “그 사람은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검찰 관계자는 “불행한 일이 생겨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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