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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평년 강수량 반토막" 가뭄에 울상 짓는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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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평년 강수량 반토막" 가뭄에 울상 짓는 농촌

2일 낮 용인시 처인구의 한 메마른 마늘밭에 농부 오형식씨가 물을 뿌리고 있다. 김시범기자

‘역대급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촌마다 농번기를 맞고도 제때 일을 하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2일 낮 12시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한 농촌. 1천㎡에 달하는 메마른 들녘에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자, 밭을 바라보는 오형식씨(70)의 낯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올해로 4년째 마늘과 감자, 고구마 등을 재배하고 있는 그는 날씨가 가물어서 어린 아이의 주먹 만큼도 자라지 못한 마늘 탓에 매일 속이 타들어 간다.

오씨는 “통상 6월 말이 되기 전에 마늘을 수확해야 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작년의 3분의 2 정도만 큰 것 같다”며 “매일 멀리서부터 물을 길러다 주고 있지만 아무리 많이 물을 뿌려도 비가 한 번 제대로 내리는 것만 못하다”고 토로했다.

햇살이 더 뜨거워진 오후 2시께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의 밭은 마른 흙이 ‘바스락’ 부서지다 못해 쩍쩍 갈라진 상태였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고추와 배추, 마늘, 들깨 등의 작물들을 기르고 있다는 김성호씨(65·가명)는 작물들이 말라 비틀어져 ‘반 포기’ 상태라고 털어놨다. 물이 없다 보니 3천㎡짜리 밭 곳곳에 설치해둔 스프링클러도 무용지물이 됐다.

김씨는 “마늘은 뿌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말라버렸고, 배추도 자라다 말고 누렇게 말랐다”며 “고추 같은 작물들은 꽃을 틔운 뒤 열매를 맺는데, 비가 내리질 않아 다 자라지도 못한 채로 꽃을 틔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일 오후 이천시 부발읍의 한 밭이 오랜 가뭄으로 쩍쩍 갈라져 있다. 이명호기자

기상청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 기준으로 지난 5월31일까지 올해 누적 강수량은 143.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73년 강수량을 집계한 뒤 50년간 여섯 번째로 비가 적게 오고 있는 것이다. 평년값 252.0㎜와 비교하면 56.7%의 평년비로, 올 들어 강수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비 소식이 끊겨버린 역대급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촌마다 ‘고난의 행군’에 들어섰다. 모내기엔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나, 노지 밭작물은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면 생육이 저하되고 생산량 감소까지 이어지는 탓에 사안이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급수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비 소식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와 한국농어촌공사를 대상으로 가뭄 취약지역에 대한 수시 점검을 요청했으며, 지역 사정에 따라 절약 급수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며 “우선 지자체에 가뭄대책비용으로 25억원(경기 3억원)을 투입했으니 가뭄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농민들과 지자체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희준·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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