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용기내면, 상처는 봉합된다...연극 '해피버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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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공연단, <해피버스데이>

모든 딸의 이야기이자 모든 엄마의 이야기인 연극 <해피버스데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수원시립공연단이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선보인 이 공연은 일본의 원로 작가 아오키 가즈오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극화한 작품이다.

<해피버스데이>가 지금 이 시점에 관객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타인과의 교류는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까운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해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던 시기를 지나 왔다. 엔데믹으로 향하는 대면 전환기를 통과하는 지금, 연극<해피버스데이>는 모두에게 숨겨온 비밀을 용기 내서 직면하는 방법, 오랜 시간 쌓여 왔던 갈등의 벽이 허물어지는 과정, 대면과 접촉의 필요성에 관해 말한다. 이 공연만큼 이 시기에 관객과 만나기에 적절한 연극이 또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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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공연단, <해피버스데이>

<해피버스데이>는 엄마 성희로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존재를 부정당한 딸 유아의 고군분투지만, 한편으로는 엄마(할머니)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성희의 고백록이기도 하다. 엄마는 딸에게 속사정을 털어놓을 수 없었고, 유아도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관객은 그들의 내면이 변화되는 과정을 같은 무대 위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교차 연출로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성희가 상담실에서, 유아가 엄마의 예전 방에서 각자 내뱉는 속마음이 교차되면서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음악 역시 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면서 이들의 상처가 극복돼 가는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

마침내 성희는 딸 유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딸 유아 역시 엄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할머니 역시 응어리진 마음을 밖으로 꺼내서 진솔한 고백을 늘어놓는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만난 윤경란씨(60)는 입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윤 씨는 “할머니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잘못을 유아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볼 때 울컥했다”면서 “더 늦기 전에 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유아가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처럼 <해피 버스데이>는 세대에 걸쳐 반복되는 아픔의 굴레를 끊어내려고 한다. 극의 초반부에 유아가 상담 선생님께 질문을 던지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질문이다. 유아의 질문이 후반부에 이르러 ‘내가 먼저 엄마를 사랑해야겠다’는 행동으로 바뀔 때,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던 상처가 봉합될 수 있겠다는 자그마한 희망이 생겨난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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