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고,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최우수 감독상·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영화 ‘풀타임’(감독 에리크 그라벨)이 18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풀타임’은 파리 교외에서 홀로 두 아이를 기르는 워킹맘 쥘리(로르 칼라미)가 위태롭게 마주하는 일상을 꿋꿋하게 부여잡으려는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쥘리는 파리 시내의 호텔 룸메이드로 일하며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규모 교통 파업이 발생하고, 생활비는 바닥을 보이고, 아이들을 맡길 곳을 새로 찾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던 일상이 한순간에 난장판이 될 위기다.
‘풀타임’은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제시되는 건 일어나자마자 두 아이를 깨우고 정신없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의 분주한 움직임,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파리 시내의 파업 속보, 놀이 공원은 언제 가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질문들이 뒤섞이는 새벽 풍경이다. 쥘리에겐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것조차도 어쩌면 사치다.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채 몰래 이직 면접을 보거나, 카풀이나 히치하이킹에 실패해 지각하는 등의 변수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의지와 상관없이 출근 인파 속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내일이 찾아오고, 모레도 변함없이 쳇바퀴처럼 지속될 것이다.
‘풀타임’은 잘 짜인 각본이나 기승전결의 흐름이 담긴 탄탄한 서사에는 관심이 없다. 영화는 그저 쥘리가 위태롭게 떠도는 모습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포착한다. 때로는 바짝 붙어서, 때로는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면서 숨죽여 따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안하게 반복되는 전자 음악 비트는 시시각각 압박 받고 있는 쥘리의 심리 상태에 관객들이 더욱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쥘리에겐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돌발 상황이 쉴 새 없이 생겨난다. 과연 엔딩 장면에서 관객들은 쥘리가 보여주는 표정과 몸짓을 보고, 쥘리에게 드디어 평안이 찾아오겠다고 쉽사리 예상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쥘리는 그저 일상을 버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