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10곳 다 합해도 평택 1곳만 못해... 수입액도 7.5배 차
경기북부 10개 시·군의 수출액을 모두 더해도 평택시 한 곳의 수출액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수출 기업들이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수출 기업이 경기남부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수원세관이 매월 발표하는 ‘월별 경기도 수출입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3개월(2022년 5~7월)간 경기지역 31개 시·군의 수출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먼저 해당 기간 경기도의 전체 수출액은 123억500만달러(5월)→121억9천400만달러(6월)→120억8천900만달러(7월) 등 감소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돼 급격한 통화긴축이 오고, 중국 봉쇄로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전년 대비 약 9.9%·38억1천700만 달러)한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남·북부를 각각 21개 시·군과 10개 시·군으로 나눠 보면, 남부지역 평균 수출액은 지자체 1곳당 5억3천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북부지역 1곳의 평균 수출액(8천700만달러)보다 약 6.1배 많은 수치다.
특히 북부의 최근 3개월 치 모든 수출액(8억7천만달러)을 더해도 평택시 한 곳의 수출액(18억4천300만달러)의 절반조차 채우지 못한다. 남부권에서 수출액 5위 수준인 수원시(9억2천200만달러)보다도 북부 전체의 수출액 총합이 낮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도내 수입액을 보면 증감을 반복하며 3개월 평균 149억7천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여름철 에너지 수요가 크게 확대되면서 주요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남부지역 수입액은 지자체 1곳당 평균 6억6천900만달러였으며, 북부는 평균 8천900만달러였다.
수원세관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와 더불어 공급망 불안 등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친환경 차량 수출 확대 및 전기·전자기기와 같은 자본재 수입이 늘면서 경기도의 수출입이 비교적 호황”이라며 “무엇보다 대기업 등이 밀집한 남부지역의 수출 실적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열악한 북부… 도내 수출액 고작 10%도 안돼
경기도 전체 수출액의 90% 이상을 남부권이 책임지고 있다.
대기업·산업단지 등 인프라가 열악한 북부권에서 반도체나 정밀기기 등 주요 품목을 해외로 수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 수출액, 상위 5곳 남부권·하위 5곳 북부권
27일 수원세관의 ‘2022년 5~7월 경기도 수출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개월간 경기도의 평균 수출액은 약 121억8천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남부지역 수출액은 약 113억1천900만 달러, 북부지역 수출액은 약 8억7천만 달러였다. 각각 92.8%, 7.1% 비중이다.
시·군별 상위 5곳은 남부지역에, 하위 5곳은 북부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먼저 평택시, 화성시, 이천시, 용인시, 수원시 등 5개 지자체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수출액 상위 1~5위를 번갈아 차지했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과 각종 공단·산단이 기계류 등의 품목을 대량 수출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해당 지자체 5곳의 평균 실적(1곳당 15억5천600만 달러)이 도 전체 수출액의 12.7%를 담당할 정도다.
반면 수출액 하위권은 양평군, 가평군, 과천시, 구리시, 여주시 등 5개 시·군이 맴돌았다. ‘수출 꼴찌’인 양평의 경우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매월 100만 달러의 수출액만 기록하며 1위인 평택시와는 1천800배 이상 벌어진 양상을 보였다. 수출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 북부권 지자체들은 대규모 기업이나 공단·산단 없이 1차 산업 위주로 운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 수입액도 마찬가지... 북부 간 하위 다툼
수입(금액 기준) 역시 같은 결과였다. 수출과 마찬가지로 이천시, 평택시, 화성시, 수원시 등 4개 지자체는 상위권에 무사 안착했으며, 간혹 용인시나 성남시 등이 번갈아가며 ‘톱5’ 안에 들었다. 이들 모두 인프라가 탄탄하고 인구가 많은 남부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하위권은 여전히 양평군, 가평군, 과천시, 구리시, 여주시가 꿰찼다. 시기에 따라 동두천시나 의정부시가 포함되기도 했는데 이들 2곳도 결국엔 북부지역에 속한다. 때로는 가평군이 월 300만 달러만 수입해 최저치를 보였다가, 때로는 연천군이 400만 달러만 수입해 꼴찌가 되곤 했다. 경기도내 수출입액의 하위지역 5곳은 늘 경기북부권인 셈이다.
■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이는 경기도의 주요 수출입 품목과도 연관이 있다. 현재 도내 상위 10개 수출입 세부 품목은 △메모리반도체 △승용자동차 △일반 기계류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정보통신기기 △정밀기기 △자동차부품 △가전제품 △인조플라스틱 및 동제품 △비철금속 등으로 구성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유가 및 원자재가 인상이 이어지고는 있다지만, 그럼에도 전기·전자기기나 기계·정밀기기를 취급하는 기업들이 많은 경기 남부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품목들이다. 또 수출이건 수입이건 물자를 옮기는 부분에서도 남부가 북부보다 여건이 낫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 꼭대기에 위치하고 항구가 없는 북부 특성상 내륙 운송도, 항만 운송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북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연우기자
해당 데이터는 △평택 △화성 △이천 △용인 △수원 △성남 △안산 △안양 △김포 △시흥 △광명 △부천 △오산 △안성 △군포 △광주 △하남 △의왕 △여주 △과천 △양평 등 21개 지자체를 ‘경기 남부권’으로, △파주 △양주 △고양 △포천 △남양주 △의정부 △동두천 △연천 △구리 △가평 등 10개 지자체를 ‘경기 북부권’으로 설정해 취합(수출금액 상위 지자체 순)했다.
전문가 제언
“규제 완화·세금 감면 혜택 기업 늘어나야 경쟁력 강화”
경기북부권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등을 통한 ‘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도내 수출입업계와 무역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북부지역도 남부지역 만큼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서구 경기도수출기업협회 부회장은 우수한 기업들이 북부권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입지 요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현재 북부지역 수출입 경제를 이끄는 게 사실상 파주시의 LG디스플레이라고 가정한다면, 파주를 넘어 인근 지자체까지 LG의 2~3차 벤더 기업들이 분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경기도 안에서 북부권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 감면 혜택을 주거나 부지를 일정 기간 저렴한 값에 빌려주는 등 지자체의 개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소재한 도시에 사는 지역민들이 개인 소득 또한 높은 만큼, 북부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게 해답”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북부권에만 적용되는 입지 규제나 지역별 규제 등을 완화함으로써 기업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을 보탠다.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 소속 장현숙 환경학 박사는 “북부지역은 기업적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세금, 입지 규제, 지역별 규제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때문에 남부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야 북부를 찾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금을 줄여주거나 규제를 풀어주는 등 근본적으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북부지역에서 더 많이 제공한다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타 제도적 지원 및 혜택을 통해 기업들이 늘어나야 북부권의 수출입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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