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소년뮤지컬 ‘스노우 데이’ 성황리 종료 14명 단원 일사불란 동선·안무 등 연습 결과 뽐내 정유진 감독 “학생의 삶으로 스며드는 무대 특별”
가상의 배역을 통해 허구의 세상을 연기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대 위가 삶보다 더 진짜 같은 삶의 현장이 될 수 있다면?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생기로 가득했던 무대는 그 가능성이 실현되는 곳이었다. 지난 10일과 11일 양일간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제6회 정기 공연 ‘스노우 데이’가 관객들과 만났다. 공연엔 중·고등학생 위주로 구성된 14명의 단원이 무대에 올라 1년가량 연습한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틈만 나면 공상에 빠져 살고 엉뚱한 생각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대니. 폭설로 휴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는 대니에게 정말 상상이 현실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뮤지컬단원들은 지난해 수원특례시 제27회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공연, 옴니버스 뮤지컬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 그리고 나’, 수원시청소년예술단 연합음악회 ‘어깨를 나란히 꿈을 향해’ 등 세 차례의 무대에서 이번 정기 공연의 ‘My World’와 같은 넘버들을 일부 활용해 공연을 펼쳐왔다. 여기에 더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단원들이 동선과 안무를 일사불란하게 선보이면서 높은 완성도의 무대를 이끌어냈다.
이어 무대를 수놓는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일상의 학교 풍경이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왁자지껄 떠들고, 정돈되지 않은 교실 분위기를 한순간에 휘어잡는 선생님이 등장한다. 주인공 대니는 자꾸만 지각을 일삼고 친구들, 선생님과 원만한 관계를 쌓아가지 못한다. 혼자 있을 때 지붕 위로 올라가 공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대니는 학교에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정신을 못 차린다는 꾸중을 듣기도 한다. 대니는 자꾸만 위축되고 작아진다.
이런 대니가 겪는 내면의 혼란, 청소년기에 직면한 다양한 고민들이 관객에게 잘 전달된 이유는 단원들이 몸에 맞는 연기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일상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나의 삶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삶의 조각들이 무대 위에 펼쳐졌다. 청소년기에 으레 할 법한 고민들, 학교생활, 부모님과의 관계, 친구들과 어울리는 문제들,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에 맞닥뜨리는 갈등들 말이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객석엔 무대에 오른 단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자 공연장을 찾은 가족들과 친구들 외에도 뮤지컬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시간을 내 관람한 중·고등학생들이 꽤 많았다. 이들은 커튼콜에서 단원들에게 열띤 환호를 보내며 함께 호흡했다.
정유진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에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각색해 이야기를 구성했다. 그가 뮤지컬단을 운영해오던 철학에 따라 이번 공연 역시 ‘공연으로서의 공연’이라는 기능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무대가 아닌, 학생들의 삶과 함께 호흡하고 삶의 일부로 스며드는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결실이라고 설명한다.
정 예술감독은 “늘 흔들리고 요동치는 학생들의 내면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치유와 성장을 거듭해갈 수 있었다”며 “우리 작품은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외롭고 답답함을 느끼던 이가 친구가 생길 때의 순간, 더 나아가 함께하는 가치를 느끼는 과정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심으로 뮤지컬을 사랑하는 열 넷 배우들의 반짝이는 이야기를 많은 관객들과 나눌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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