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는 자립준비청년…꾸준히 곁 지켜줘야”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자립준비청년, 시설 출신 편견·차별 속… 상처·아픔·피해의식 커져
홀로 선 이들에게 생계 유지 위한 ‘일자리’ 가장 절실
道자립지원전담기관, 대면 상담·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지원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현장에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거주지 지원·자립수당 등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보다 실효성있는 도움을 위해선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을 위한 제도 등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 편견과 차별 속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

 

만 18세로 보호조치가 종료, 살던 시설에서 나가야 하는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매년 한 해 2천400여명의 청년이 시설 안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의 경우, 경기도 내에서만 315명이 시설에서 퇴소했다. 이 해 자립준비청년 수는 경기도가 가장 많았다.

 

지난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도내 자립준비청년은 1천818명으로 집계된다. 시설 안 보호가 종료된 5년까지 지자체의 사례 관리 대상에 속해 일부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일정 수준의 정착금을 쥔 채 '곁을 지키는 이' 하나 없이 사회로 나가야 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시설 밖 보호로부터 분리돼 온전히 홀로서야 하는 이들에게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다.

 

6살부터 약 12년간 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40대 양모씨는 "시설에서 퇴소할 당시 할 줄 아는 것도, 사회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말 그대로 모르는 것 투성이인 상태였다"며 "단지 살려고 했다. 살아야 하는 데 돈은 필요한 상황에서 모든 게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 자립준비청년 3천104명 중 절반인 1천552명(50%)이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립준비청년의 힘든 사회적응을 보여주는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3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심리적 고통, 생활고 등을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등 안타까운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이었던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시설에서 살았단 이유만으로 마주하는 편견 등으로 학창 시절 심리·정서적으로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는다. 이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로 나오다 보니 자격지심, 피해의식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청년들이 다수"라며 "스스로 삶을 포기하거나, 자해하는 경우도 자립준비청년들에겐 특별한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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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유동수화백

■ "생계와 직결" 홀로 선 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일자리...맞춤형 지원 등 제도 마련도 필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생계 유지'에 필요한 '일자리'다.

 

이와 관련 현장에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일자리와 맞춤형 지원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의 취업을 돕고자 ▲맞춤형 진로 교육 ▲취업 후 상환 학자금(생활비) 대출 무이자 지원 ▲해외연수 기회 제공(파란사다리사업) ▲청년일자리 도약장려금 등 정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자립지원전담센터는 자립준비청년의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직업역량증진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취·창업 및 사회성 증진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지원 속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 해 기준 전체 취업자는 825명에 그쳤고, 이중 정규직 취업은 435명(52.7%), 비정규직 취업은 307명(37.2%)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이었다. 취업을 한 경로와 관련, '스스로 취업을 알아봤다'는 이들이 412명(49.9%)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채용 지원 제도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장애인의무고용제도'와 같이 최소 0.5%라도 기업 내 자립준비청년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성민 국민통합위원회 자립준비청년과 함께서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들이 일반 청년보다 이직률이 70~80%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국가와 기업은 이를 사회적 문제로 여기고 힘을 합쳐 매년 1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 차원에서 자립준비청년 일자리 채용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가 나오고 있고, 다른 취약계층에 대한 역차별도 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 선에서 추진할 수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방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께 국민통합위원회 자립준비청년과 함께서기 특별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관련 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에 자립준비청년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회성 증진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단 주장도 있다.

 

용인시에서 자리준비청년을 돕고 있는 한기준 선한발걸음 대표는 "일부 자립준비청년 중에선 경계성 지능과 ADHD 등 증상으로 사회성이 결여된 경우도 있다"며 "정부, 기업 등 차원에서 힘을 모아 기업 내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취업을 보장해 준다면 청년들에게 훨씬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지원을 위한 '공간적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재훈 경기자립지원센터 '내비둬' 대표는 "통상 자립준비청년들이 취업 전선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창업인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공유 사무공간, 주방, 편의시설 등을 마련 확대한다면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지원 속에서 청년들 사이에서도 '지원받는 이들 간의 양극화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코칭 프로그램 등 보다 세부적인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취업 관련 일률적인 정책들로 통일하기보단, 청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도 필요하다"며 "지원 제도를 잘 알고 활용하는 청년들은 지원을 넘치게 받고, 지원 대상에 못 미치거나 지원책이 있어도 방법을 모르거나 의지가 없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양극화'가 생기고 있다. 다양한 지원 사업을 모두가 잘 활용할 수 있게끔 돕는 코칭 프로그램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쏟아지는 심리적 지원 정책들... 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어떤 상황에도 꾸준히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은 '곁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것이죠. 바닥을 치고 방황하더라도, 지지해 주고 함께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해요"

 

20여년간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활동해 온 김재훈 경기자립지원센터 '내비둬' 대표는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심리·정서 지원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와 관련 다양한 지원 사업 등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의 지원 대상 1순위를 자립준비청년, 보호연장아동으로 두고 심리 지원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와 자립지원통합서비스를 시작한 경기도자립지원전담기관은 지난해 325명의 기본 사후관리 청년 중 207명의 청년을 상대로 대면 상담 등을 통해 고충과 니즈를 파악하고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집중 사례 관리를 진행했다. 또 심리정서 강화를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도자립지원전담기관 관계자는 "사례관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자립준비청년들은 심리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이 같은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보다 청년들에게 '유효하고 필요한' 심리적 지원을 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가족처럼 오랫동안 소통하고 돌볼 수 있는 멘토' 또는 '사회적 가족'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마련·강화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재훈 대표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정말 필요한 것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곁에서 눈물로 지켜주고 가족같이 의지를 복돋아 주며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누군가"라며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아이들의 정말 아빠, 엄마가 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청년이 똑같이 어렵고 힘들지만, 부모의 부재로 돌아갈 곳이 없는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외로과 고독감은 설명할 수 없다"며 "정부와 각 시군에선 아이들의 놓인 상황과 심리를 온전히 이해하고 독립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시설경험이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한기준 선한발걸음 대표는 "심리 프로그램 자체로 아이들에 대해 정확한 이해도와 필요한 도움을 주기는 한계가 있다"며 "아이들은 정말 자기에게 가족처럼 관심을 주고 지속해 자립을 도와줄 만한 멘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음을 다해 지켜봐줄 사람이 옆에 1명이라도 있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멘토링 프로그램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부모의 부재'를 채워줄 수 있는 '사회적 가족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한 가정과 아이를 연결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회에 나갔을 때 직면하는 선택과 고민의 순간에 진심 어린 따뜻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국가 차원에서 나서 조성하면 좋겠다"며 "다양한 제도를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상담소나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도와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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