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 함께 누리는 복지 안전망… ‘세대 공감’ 신바람 [청년과 노인의 현주소]

#1. 젊었을 땐 산업화의 역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 한구석에서 폐지를 수거하면서 황혼을 보내고 있다. 한 지자체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을 수립해 펼치고 있다. #2. 20대 짝을 만나 결혼하고 아기도 낳아 키우고 싶지만 모든 여건이 만만찮다. 이들에게 매월 소액을 저축하면 목돈을 만들어 주는 등 전월세 보증금을 지원해주는 지자체도 있다. 최근 저출산 문제와 노년의 삶을 돌볼 의무 증가에 세대 간 갈등도 심화되면서 이를 해결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시행 중인 가운데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광명시가 추진 중인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위한 특화된 복지정책이다. 재활용품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1차로 지난달 폐지 수집 어르신 73명을 개별 면담하고 이달 말까지 고물상 24곳과 연계해 폐지 수집 어르신 현황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관련 조례도 제정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오는 4월 남동구 도림동 386의8에 연면적 2천984㎡(902평) 규모의 요양시설 및 치료시설을 갖춘 인천시립요양원을 연다. 이는 급증하는 어르신의 치매 예방 및 가족들의 부양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인천에서는 처음이다. 인천시는 또 최근 늘어나는 어르신 고독사 등을 막고 안정적인 노후생활 등을 보장하기 위한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가사서비스 및 식사를 제공하고, 병원 동행 서비스도 지원한다. 어르신들의 우울증, 고립감 등을 막을 수 있도록 사회관계망 등을 통한 네트워크 서비스 연계도 지원할 방침이다. 홀몸어르신들을 위한 복지공간 구축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있다. 화성시는 시립화성실버드림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6년 1월까지 향남읍 하길리 일원에 연면적 5천94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시립요양원을 건립한다. 앞서 지난해 6월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가 통과돼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오는 5월 착공할 계획이다. 청년세대 대상의 복지정책들도 눈길을 끈다. 양평군이 대표적으로 젊은 세대의 귀촌을 독려하기 위해 월 소득 250만원 이하인 지역 청년들에게 월 14만원씩 3년간 저축하면 적립금의 2배를 돌려주는 ‘청년 愛 청년통장 사업’을 추진한다. 대상은 지역 기업에 근무하는 월 소득 250만원 이하 청년이다. ‘청년 신혼부부 전세대출이자 지원사업’도 시행한다. 인천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인천’이라는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각종 사업을 내놓고 있다. 최근엔 청년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까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키고, 국가에서 책임지는 보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인천형 출생정책을 발표했다. 인천시가 내놓은 1억+ i dream(아이드림)을 통해 출생아부터 18세까지 모두 1억원의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시는 이 밖에도 청년들이 인천에서 안심하고 결혼부터 출산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 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안산시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안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청년 출산 장려를 위해 ▲결혼을 주저 또는 포기하는 사회·경제적 원인 해소 ▲출생·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자녀 양육의 부담 완화를 위한 보육·교육 환경 개선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해소 ▲생명 존중 및 저출산 인식 개선 등 다섯 가지 전략을 수립해 정책 방향의 키를 정했다. 용인특례시는 3~10월 용인청년랩(LAB) 처인·기흥·수지에서는 ‘사회초년생 핏테크(FITECH)’를 만날 수 있다. 사회초년생에게 경제교육, 관계 형성, 주거생활 지원 등 교육·기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구성하고 있다. 최윤정 고양시 대화노인종합복지관장은 “실버세대와 청년세대의 공존을 위해선 복합적인 복지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노인이 단순한 소비적 존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 참여를 이끌어내고 청년들에게도 미래를 위한 어젠다를 제시하는 것이 위기에 놓인 모든 세대가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가 되는 혜안”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특색 살려… 연령별 정책 연계 필요” [청년과 노인의 현주소]

경기도내 시·군이 실버세대와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사회 전 분야에 닥칠 변화에 대비한 차별화된 프로젝트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지자체는 노인과 젊은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공간 구축과 복지정책 등도 강구하고 있어 다른 지자체로의 확산도 시급하다. 고양특례시가 청년과 노인세대 간 벽을 허물기 위해 추진 중인 내일꿈제작소가 대표적이다. 시는 덕양구 화정동에 총사업비 194억여원을 들여 연면적 6천854㎡(지하 1층, 지상 4층)에 청년 창업·취업 준비공간, 지역 시민건강지원센터 등을 갖춘 내일꿈제작소를 오는 4월 준공한다. 앞서 준공을 앞두고 예비준공검사를 실시했다. 이 공간은 어린이와 청년, 어르신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사화간접자본(SOC) 복합시설이다. 인천 강화군은 223억원의 예산을 들여 강화읍 남산리 213의2에 8천968㎡ 규모의 ‘강화군 행복센터’를 조성했다. 강화군은 타 지역에 비해 노인 인구가 많은데도 모든 연령층이 다양한 여가활동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강화군은 이 곳에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카페와 푸드스토어는 물론 휴식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강화군은 어르신은 물론 젊은 청년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세대적인 통합을 이뤄낼 계획이다.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살피는 서비스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도 눈길을 끈다. 용인특례시가 대표적으로 일상 속 복지 사각지대까지 면밀히 살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홀몸노인가구 잔고장 출장수리’는 취약계층 노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형광등, 수도꼭지 교체 등 가구 내 잔고장 수리 지원을 통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비대면 인공지능(AI) 돌봄서비스인 ‘용인 실버케어 순이’ 대상은 모든 세대다. 65세 이상 일상생활이 가능한 1~2인 가구 가운데 자녀와 따로 살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지원 대상으로 인정된다. 웨어러블 손목 밴드를 착용한 노인의 데이터를 보호자(자녀)가 수시로 앱을 통해 확인하는 구조다. 이용자들은 AI와 대화를 통한 외로움 해소, 정서적 안정감 증대, 운동량 증가 및 규칙적인 생활 환경 조성 등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 대목에서 일치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의 노인, 청년 등 정책을 살펴보면 현재 한국은 모든 걸 너무 분절적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다. 주택도 청년 주택과 노인 주택이 따로 있지 않나. 그러면서 세대 간 분열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걸 막기 위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세대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 이를테면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세대 간 공존과 소통을 위한 정책 지원 및 사업 활성화는 광역지자체보다는 지역별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각 시·군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재정으로는 실버세대와 청년층을 아우르는 복지정책 시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별로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 개발이 필요한데 복지정책은 중앙정부가 보조금 등으로 주도하기 때문에 사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며 “원론적으로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지자체가 지역별로 알아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재정분권과 복지분권 등으로 지역의 재정적 자율성과 권한을 보장하는 등 여건을 만드는 일이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적 특색이 있는 복지시스템 마련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사회 보장 계획이라는 걸 수립하게 돼 있다. 이 계획이 모든 복지 정책을 포괄하지는 않지만 복지정책 대상자들의 욕구 등을 조사하고 반영해 정책 방향성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인간발달, 즉 생애주기를 고려했을 때 연령별, 세대별 복지정책 간 연계가 필요하다. 아동기, 청소년기 등 시기별 맞춤형 정책도 중요하지만 시기를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그에 맞는 복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인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장은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지금 새로 태어나는 인구가 없다 보니 현재 세대,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이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생산가능 인구가 부족하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경쟁력도 약화될 우려가 높다”며 “청년과 노인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공존의 전략이 가미된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없게 만드는 청년실업, 인구 밸런스를 무너지게 만드는 저출산, 수명이 연장된 노인들이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노후 대책 문제를 사회 문제점으로 꼽고 향후 10년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비할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사회 전 분야에 닥칠 변화에 대비할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서 민간으로… ‘나눔 문화’ 이끄는 경기도 [온기 나누면, 배가 됩니다]

경기 침체 장기화가 어려운 이웃을 향한 도움의 손길 위축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경기도, 인천시 등 지자체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민간 지원 연계에 앞장서고 있다. 공공이 솔선수범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하고 지원 분위기를 조성해야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30일 경기도, 인천시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8월 구성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단 ‘경기도 희망보듬이’를 통해 약 1만1천명의 위기 도민을 발굴, 지원했다. 이날 기준 지자체 유관 기관, 가정 방문이 잦은 민간 생활 업종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경기도 희망보듬이 수는 약 1만명이다. 희망 보듬이 1명당 1.1명의 위기 이웃에게 손길을 내민 것이다. 도는 희망보듬이 수를 2025년까지 5만명으로 늘리고 발굴한 가구가 소득기준 초과로 사각지대에 노출될 경우 민간 지원과 연계하는 방안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도교육청, 삼천리 도시가스 등 기존 24개였던 위기 가구 발굴 협력 협약 기관을 내년까지 34개로 늘릴 계획이다. 기업, 민간 등에게 소외계층 먹거리를 무료로 전달하고자 운영 중인 ‘경기나눔푸드뱅크’의 기업·민간 기부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도는 지난 9월 이마트와 3년간 지역 83개 푸드뱅크 및 점포를 통해 6억원 규모 친환경 농산물을 기부 받아 취약계층 2만7천가구에 제공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경기나눔푸드뱅크의 누적 기부금 및 현물 유치 규모는 지난해 말 684억원을 기록, 2021년(63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인천시도 지난해 25개 푸드뱅크, 점포에 277억원 규모 기부금, 현물을 유치했으며 올해 시설 지원 예산 확대 투입, 배달 서비스 강화 등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시는 내년 은둔형 외톨이와 자립준비청년 등 다양한 복지 수요자에게 필요한 복지 사업을 연계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시는 내년 민관협력복지사업 중 1개인 ‘찾아가는 복지 시범특화사업’으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한다. 시는 1억6천만원의 예산으로 종합사회복지관 2곳을 선정한 뒤, 내년 1월부터 은둔형 외톨이 상담 및 치료, 활동형 프로그램, 자조 모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의 은둔형 외톨이는 2만7천~3만6천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천 인구의 약 1%에 이른다. 또 시는 취약계층 아동의 지원을 위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운영하면서 위기가정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민·관 협력 특별 모금 캠페인으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위한 기부캠페인에 지자체가 앞장서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3억5천951만원의 후원금을, 5억367만원의 후원금을 기록했다. 여기에 시는 인천지역 6개 후원기관이 인천시의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인 ‘인품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를 주축으로 인화회, 인천비전기업협회, 인천지방변호사회, 인천간호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지부,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부 등 다양한 민·관 협력 단체들이 함께한다. 앞서 시는 올해 1~9월에 자립지원청년을 위한 2억3천300만원의 기부금을 모금하고, 기부물품 등을 받았다. 경기 사랑의열매와 같은 민간 공동모금회 기부 창구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앞서 이달 1일 도는 수원컨벤션센터 광장을 비롯한 도내 곳곳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한 이후 31개 시·군과 함께 ▲성금 및 물품 기부 접수·전달 ▲민간·기업 기부 참여 홍보 ▲지자체를 향한 민간 기부의 모금회 유도 등을 병행 중이다. 그 결과 경기 사랑의열매 희망의 온도탑 모금액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된 2020년 306억4천만원으로 전년(308억4천만원)보다 감소했지만 이듬해 325억6천200만원으로 반등, 지난해 327억4천7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인천 사랑의열매 희망의 온도탑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없이 2019년 84억6천600만원에서 지난해 106억5천200만원까지 기부금 규모를 확대했다. 도 관계자는 “경기 침체, 민생 경제 위기 심화로 공공의 위기 이웃 발굴과 복지 정책 적용, 민간 기부 유도 및 연계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2024년도 시·군 및 유관 기관, 민간과 함께 위기 이웃을 함께 지원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도 민·관 협력 단체들과 함께 위기 이웃을 찾아 지원하는데 애쓰겠다”며 “이를 통해 모든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간 중심 사회공헌 한계… 지자체, 기부 주도해야 [온기 나누면, 배가 됩니다]

경기 침체 등 단기적 요인과 사회 다변화라는 중장기적 요인이 겹치면서 민간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 모델이 한계점에 직면했다는 전문가 진단 나왔다. 기업 경제활동 위축과 기부에 대한 신뢰도 변화 등이 겹쳐 사회 공헌 손길이 위축된 만큼 지자체가 사회공헌 분위기를 조성, 기부 활동 주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금숙 신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0일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우리나라 전통적인 사회 공헌 활동 모델은 ‘무조건 기업’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실제 그렇게 이어져 왔다”며 “하지만 사회 다변화, 시대 변화 등으로 이런 인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추구했던 복지·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기조는 작은 정부에 방점을 두고 기업과 민간을 독려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왔지만, 기업 활동 위축 등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조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자체가 이끄는 민·관 파트너십을 구축, 지역 곳곳에 새로운 사회 공헌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공공이 모든 기부 활동에 앞장서는 것은 행정‧재정적 구조상 어렵다”며 “공공이 나눔이 필요한 위기 대상을 발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기부의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지자체의 업무 영역 전환과 인적·재정 자원 확대 필요성도 제시됐다. 그동안 지자체의 복지, 사회 공헌은 ‘발굴’에 최우선 목적을 뒀지만, 최근 복지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추세에서는 ‘지원’에 방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함영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부 대상 발굴이 중심인 지자체의 기존 업무 우선순위를 실질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책의 포괄성을 높여 정책적 배제를 줄이고, 보편적 지원을 늘려 기초재 성격의 서비스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사회적 책임 실천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사회공헌 실현방안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다”며 “사회적 가치 등 개념 정립과 이행방안을 아우르는 종합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가진 기능 특화적 접근이 사회공헌 창출에 효과적”아라며 “지역사회 상생협력, 참여 등 모든 지방행정이 사회적 가치라는 하나의 정책 추진방향에 부합되도록 사업의 큰 그림을 기획하고 그려내는 총괄조정 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관·기업 아낌없는 후원... 지역 문화예술 꽃 피운다 [온기, 나누면 배가 됩니다]

#1. 추상화가 안상훈 작가(47)는 지난 2019년부터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을 받았지만, 2021년부터 지원이 끊기면서 작품활동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나이 제한으로 공모전 참가도 어려워진 그에게 어느 날 든든한 후원 기업이 나타났다. 성남에 있는 벽산엔지니어링㈜이다. 벽산엔지니어링은 임직원의 급여 중 1%를 모아 10여년간 문화예술 분야에 후원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2. 성정문화재단은 성정전국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대상을 거머쥔 한 첼리스트를 17년간 후원하고 있다. 일찍이 그의 재능을 본 재단은 생활비, 교육비, 악기 구매, 음악 CD 제작 등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4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대한민국의 대표 첼리스트 ‘문태국’이다. #3.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지난 2020년부터 인천문화재단의 ‘아트레인 메세나’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트레인 메세나는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이를 통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후원·지원하고 있다. 이 ‘원데이 아트투어’엔 시민 300여명이 참여하고, 조윤경·황문정·김진영 등 참여예술가가 함께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후원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은 지역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소득격차에 따른 문화예술 향유의 격차도 줄어들게 한다는 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집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 이뤄진 문화예술 후원금은 약 1천1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9년 306억6천만원의 후원금이 모인 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금액이 줄었지만, 여전히 연간 170억~180억원이 꾸준히 모아져 지역 문화예술 발전·예술인 창작지원·소외계층 문화예술 향유 등을 위한 사업에 사용된다. 경기문화재단 역시 올해 ‘경기예술나무’ 브랜드를 만들어 문화예술 기부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예술을 모두가 함께 심고 키워야 할 나무로 형상화해 문화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고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재단은 지난 달부터 두 차례의 ‘경기예술나무 포럼’을 열어 지역, 장르가 다른 예술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정치계, 경제계 인사들을 초청해 후원을 유도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도 기부금 사업 ‘아트레인’을 추진해 문화예술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역의 기관·기업과 연계한 메세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구입한 미술품을 전시하면서 인천 미술문화 활성화를 하는 '미술 활성화 기획'을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트센터 인천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공공시설의 사회공헌 강화와 예비 예술인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콘서트와 다목적홀을 예비예술인에게도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문화예술 후원이 곧바로 경제적인 효과,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늘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후원은 기초예술 뿐 아니라 미디어아트 등 차세대 예술을 발전시켜 ‘K 컬쳐’의 토대가 된다. 결국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문화 토양을 단단하게 해주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마다 줄어드는 기부금… 매개 사업 확대 ‘절실’ [온기, 나누면 배가 됩니다]

경기·인천 문화예술계에 후원의 바람이 일고 있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원자가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는 후원매개 사업을 늘리는 것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독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기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재단이 후원 받는 기부금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기부금은 2억7천여만원으로, ‘문화e음 연차보고서’가 발간되기 시작한 지난 2016년(6억9천여만원) 대비 60% 줄었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지난해 모집한 기부금은 1억7천여만원으로 ‘아트레인 연차보고서’가 발간된 2015년(1억9천여만원) 보다 10% 감소했다. 이는 서울문화재단(13억원), 대전문화재단(4억4천만원), 부산문화재단(2억9천만원) 등 지난해 타 지역 재단의 기부금과 비교해도 적은 규모로 전국 광역 시도 중 인구 수가 가장 많고 첨단 기업체가 몰려있는 경기도 등의 위상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선 문화예술 씨앗 심기에 대한 홍보와 분위기 조성이 주요한 내용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후원매개 사업이 필요하지만, 경기문화재단은 사업비 부족으로 매년 후원자에게 감사장을 발송하는 데 그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후원 받은 예술인의 전시를 마련해 후원 성과를 보여주면서 후원한 기업을 홍보해주는 등 다양한 예우 사업을 한다. 지난해부터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업 설명회’를 열어 주요 기업을 초청, ESG 경영과 연계한 후원 사업과 세제 혜택 등을 안내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 역시 매년 ‘후원자의 날’ 행사를 열어 후원자들에게 공연을 선보이거나 감사패·감사장을 수여하고, ‘후원 안내 팸플릿’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대전 예술 씨앗’ 플랫폼·SNS 등에서 홍보를 이어간다. 부산문화재단도 ‘감사의 밤’을 마련해 후원자들에게 성과를 보고하고 공연, 감사패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후원매개 사업을 위해선 지자체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데, 경기도에선 이조차 부족한 상태다. 지난 2017년 ‘경기도 문화예술후원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제정됐지만, 도가 추진하는 후원 관련 사업은 전무하다. 내년 신규사업으로 ‘문화예술 민간참여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나, 대상자를 장애예술인에 한정해 도와 기업의 사업비 매칭으로 장애 예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준이다. 반면, 서울시는 산하기관 관계자들을 한 데 모은 ‘민간 협력 네트워크’ 간담회를 열어 후원·협력 관련 노하우를 공유케 하고 있다. 또 매년 서울문화재단이 추천한 후원 기업에 서울시장상을 수여함으로써 후원을 독려하기도 한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조례를 유명무실하게 둬선 안 된다. 광역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후원을 활성화 해 문화예술이 갖는 힘을 도민에게 알려야 한다”며 “‘문화예술후원법’에 따라 기초 지자체에서도 모두 조례를 만들어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기업 후원을 유도할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후원 관련 사업이 없어 내년에 신규 사업을 계획한 것”이라며 “경기도 문화예술계에 후원이 늘어나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웃愛 온정 릴레이… 경기도 밝히는 ‘키다리 기업’ [온기, 나누면 배가 됩니다]

#. 수원에서 시행사 피엠케이를 운영하는 엄형원 대표(51)는 지역사회에서 알아주는 소문난 ‘키다리 아저씨’다. 회사원이었던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20년 동안 매년 월드비전에 후원을 했고, 엄 대표 도움의 손길을 받은 아이들도 어느새 3명이나 된다. 이외에도 수원 장애인자립지원생활센터, 탈북민 단체, 교육단체 등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개인은 물론 법인 자격으로도 기부를 이어오는 그가 매년 기부하는 금액만 해도 약 1천만원에 달한다. 기부 외에도 새마을회에 소속돼, 수해 현장 등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 달려가고 있다. 엄 대표는 “내가 가진 재능을 남들과 나눈다면, 지역사회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이 선순환되지 않겠느냐는 마음에서 기부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마음가짐을 변하지 않고 간직해 앞으로도 기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불황 속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부 활동에 앞장서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일 연말을 맞아 이웃사랑 성금 50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지난 199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5년간 지속적으로 성금을 내고 있는데, 올해까지 기탁한 성금의 누적 총액은 약 8천2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경기부진으로 반도체 사업이 적자로 전환했지만, 연말 성금 규모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됐다. SK인천석유화학 역시 매달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출연해 협력사 동반성장과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2018년부터 기금을 조성했는데, 현재 누적기금은 33억원에 육박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2007년부터 13년 간 공항 인근 지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수업 지원을 통해 교육복지 인프라 조성에 힘쓰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된 해당 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영종도, 북도면 등의 20개 초·중교 6천681명 학생들이 지원을 받았다. 포스코이앤씨(포스코건설)은 지난 2010년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사옥을 이전한 뒤부터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3년 동안 43억1천여만원을 기탁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만 2억5천만원을 기부했다. 또 3년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와 함께 11개 그룹홈 아동·청소년 110명과 함게 ‘퓨처리더스 캠프’를 여는 등 소외 학생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또 올해엔 세계 벌의 날을 맞아 ‘해피 벌스 데이’를 열고 어린이 3천명과 가족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중소기업계 역시 이 같은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은 오는 22일까지 연말 맞이 성금 모금 집중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기부된 성금과 물품들은 기부 받은 우수 중소기업제품을 복지시설에 전달하는 ' 희망이음사업' 등 연말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온정을 전달하기 위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감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부 한파’ 몰아친 고소득층… 1인당 현금 기부액 첫 감소 [온기, 나누면 배가 됩니다]

올해 고소득층의 고액 기부가 감소하며 1인당 현금 기부액이 사상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솔선수범하는 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선 함께 사는 삶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6일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직전 한 해 기부자의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은 약 58만9천8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60만3천원이었던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약 2.2% 줄어들었다. 현금 기부액이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기부금 액수가 큰 고소득 가구에선 현금 기부액이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의 1인당 현금 기부액은 74만9천200원으로 2021년(89만6천900원) 보다 14만7천700원(1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고소득층의 기부가 감소한 주된 이유로는 어려워진 경제 상황이 꼽힌다. 실제로, 기부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기부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46.5%로 가장 많았고,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35.2%), ‘기부 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10.9%)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기부 한파’는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 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사랑의 열매 모금 실적은 지난 7일 기준 총 546억원(현금·현물 합산)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74억원) 대비 약 5% 줄어든 수치다. 경기남부지역으로 한정해 보면 올해 모금 실적은 총 405억원(현금 208억원, 현물 1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가까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만 우리 사회 기부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한다. 강성훈 경기 사랑의 열매 사회공헌팀장은 “부익부 빈익빈이 지속되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는 고소득층이 기부를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우리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경제적 부분들 외에도 문화적으로 더불어 살 수 있는 구조가 정착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적은 액수라도 기부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노연희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부에 앞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사회적 연대란 어떤 의미인지 등 인간에 대한 성찰과 교육”이라며 “이러한 성찰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기부금을 많이 내라’는 식의 기부는 결국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인문학 교육이 반드시 선행돼야만 기부 문화도 올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 경기도 움직임… 정체성 흔들 ‘개성만점’ 랜드마크 키우자 [빛나는 경기천년, 정체성을 찾자]

김포를 필두로 서울 인접 지자체들이 잇따라 ‘탈(脫)경기’ 움직임을 보이면서 천년 역사를 가진 경기도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서울 주변이라는 배경을 극복, 경기도민 자긍심과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지역 ‘대표 랜드마크’ 육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민의 지역 소속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2016년 ‘경기도 정체성 온라인 조사’에서 ‘경기도민으로서의 소속감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체로 있는 편’ 또는 ‘매우 많다’는 답변은 76.9%(820명)였다. 그러나 도민 3천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경기도 정체성 및 도민의 자긍심 강화 방안 모색 연구’ 조사에서는 42.1%(1천263명)만 소속감이 있다고 답해 감소폭은 34.8%포인트에 달했다. 최근 논란인 김포의 서울 편입과 관련, 경기도가 전문기관을 통해 이달 2~5일 도민 3천4명을 조사한 결과, 경기도민의 66.3%가 편입에 반대했지만, 찬성도 29.5%로 나타나 여전히 ‘경기도’라는 공간적 소속감 인식 부족을 보여줬다. 경기도 소속감이 낮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도민 대부분 거주기간이 짧아 지역 애착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베드타운화, 서울의 위성도시화 등도 '토박이' 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연구원의 2020년 ‘경기도 지역정체성 강화 해법’ 연구 결과, 1960년 97.2%였던 도민 중 토박이 비율이 2015년 25.3%로 크게 줄었다. 토박이 감소는 경기도민의 정체성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지역 고유의 정서적·문화적 공감대 상실로 이어졌다. 따라서 경기도의 지역정체성 강화를 위한 대표성을 지닌 '랜드마크' 조성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는 도내 시·군별로 분포한 랜드마크로 손색 없는 문화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도내 유·무형 문화재는 모두1천267개로 수원화성, 남한산성 등 해당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 적지 않다. 김성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무엇인가는 (그 지역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경기도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 중 미래자산이 될 만한 것에 대한 활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또 “경기도 역사·문화 이해는 도내 각 지역의 역사·문화에 대한 인식제고로부터 가능하다”며 “이는 곧 지역민으로서, 경기도민으로 자긍심 고취나 지역정체성, 나아가 경기도 정체성 확립 토대로 작용한다”고 했다. 홍승대 신안산대 실내디자인과 교수는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선 외부 인지도가 중요하다. 다른 지역에서 봤을 때 경기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유적지를 떠올린다”며 “현대적인 시건과 생각을 반영한 건축물이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 만든 ‘道 랜드마크’… 경쟁력 키우고 자긍심 UP [빛나는 경기천년, 정체성을 찾자]

랜드마크는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한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여기에 그 지역만의 정체성이 담기면 이미지가 한층 강화돼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된다. 일부 시·군의 경기도 이탈 움직임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지역 정체성 확립을 위한 새로운 랜드마크를 찾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의 저자이자 여행 전문칼럼니스트 운민 작가(본명 이민주)는 26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도라고 하면 천편일률적이고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서울 근교’, ‘살기 좋다’, ‘교통이 좋다’, ‘베드 타운’ 등)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며 “이제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대찌개로 유명한 의정부는 도서관을 만들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는 미술과 음악 등 도시의 문화자원을 연결한 의정부미술도서관, 의정부음악도서관, 의정부영어도서관 등을 설립해 ‘도서관=의정부’라는 등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의정부시민 3명 중 2명이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했고, 이용자수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의정부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지자 도서관별 특성에 따라 도서 전시 프로그램 기획,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맞춤형 정보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사업도 진행했다. 덕분에 해외 도서관 관계자들이 먼저 교류를 요청하며 벤치마킹에 나서기도 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빌딩이나 일본의 롯폰기 힐즈,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같은 현대적인 건축물 또는 도시 공간이 없다는 점도 경기도의 단점으로 꼽힌다. 단순히 공간적인 측면의 건축물이 아닌 서울 경의숲길과 같은 선적인 이미지를 가진 랜드마크 건설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장준호 안양대 도시정보공학과 교수는 “허드슨강을 따라 버려진 철도를 이용해 만든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가장 큰 공원인 하이드 파크가 모두 선적인 이미지를 가진 공간들”이라며 “경기도에서도 이런 선적인 공간들을 랜드마크로 만들려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민의 지역 정체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파주를 주목하기도 한다. 파주에는 출판 단지, 헤이리 마을 등 주요 관광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출판 단지는 출판 도시로도 불리며 현재 국내에서 출판사가 가장 많이 밀집된 곳이다. 단순히 책방이나 북카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갤러리, 전시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아시아출판문화센터를 중심으로 독서 문화 공간 ‘지혜의숲’, 북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 등이 대표적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에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 326명이 참여해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공연장 등 문화 예술공간을 만들며 형성됐다. 이곳에 지어진 건물들은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지향하며 설계돼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헤이리는 국내에서는 인사동(2002년)과 대학로(2004년)에 이어 2009년 12월에 세 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이 밖에도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해 산책을 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인 안양 예술공원, 병인년(1866년) 대박해 때 많은 순교자 피 흘리며 죽어간 무명 순교지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화성 남양성모성지, 부지 면적만 총 289만㎡(약 87만평)에 달해 단일 반도체 공장 중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평택 삼성전자캠퍼스 등도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론된다. 이중 삼성전자캠퍼스는 지난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방문한 곳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3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시제품에 나란히 서명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해 이목을 끌었다. 신동규 경기과학기술대 건축인테리어학과 교수는 “(파주, 안양, 화성의 경우) 도시를 구성함에 있어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반영된 문화와 도시 개발이 성공적으로 접목된 사례이면서 사람들의 선호가 반영돼 예술적 가치가 큰 곳”이라며 “(평택은)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의 메카로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대표하며, 규모적으로도 압도적이므로 랜드마크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와 각 시·군은 각종 개발사업 진행 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편적 가치와 지역적 특성이 공존하는 경기도만의 개성을 반영한 랜드마크를 창출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선 경기도의 특성이 무엇인지, 이미지는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연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하는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입찰 제한제’ 외면당한 경기도내 건설업체 [빛나는 경기천년, 정체성을 찾자]

#1. 화성에서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경기도에서 진행된 하도급 공사를 수주해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건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내 건축 공사 등의 기술 혁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정작 일감을 따낼 수가 없으니 좌절을 느낀다고 했다. A씨는 “경기도에서 사업을 해 온 지가 10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정작 최근에는 경기도에서 공사 하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경기도를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역 건설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운영 중인 ‘지역입찰 제한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김포시 서울 편입 논란 등으로 경기도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지역입찰 제한제의 개선을 통해 튼튼한 사업 환경을 조성해 경기도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역입찰 제한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계약 발주를 할 때 추정가격이 일정금액 미만인 계약에 대해 관할 시·도에 본점이 소재한 업체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다. 종합 공사는 100억원 미만이며, 전문·기타 공사는 10억원, 일반 용역은 3억3천만원 미만 등이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시·도 중 전문건설업체가 가장 많은 곳인데, 도내 전문건설업체 수는 지난 10월 기준 1만6천426곳(20.2%)으로 서울(1만1천588곳), 인천(3천296곳) 등 타 지역 대비 압도적 규모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입찰 제한제를 통해 원도급자로 선정된 이후, 하도급은 타 지역업체에 맡겨도 아무런 제재가 없어 타 지역 업체들이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실제 광명시에서 발주해 공사가 진행 중인 ‘업사이클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경우 지역입찰 제한제를 통해 원도급 업체는 안양의 한 종합건설업체가 수주했지만, 하도급 업체 3곳 중 2곳은 서울 소재 업체였고, 도내 업체는 단 1곳에 그쳤다. 군포에서 추진 중인 ‘상생드림플라자 조성공사’도 하도급 업체 3곳 중 1곳은 도내 업체가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관급공사는 타 지역 업체가 수주할수록 세수 유출이 커지는 만큼 소규모 전문건설업체에도 지역입찰 제한제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경기도와 각 시·군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도내에서 이뤄지는 건설공사는 경기도와 각 시·군, 관리감독 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이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지역업체의 하도급율이 높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기도의 정체성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하도급 수주 30%도 안돼… 타 지역 업체가 점령 [빛나는 경기천년, 정체성을 찾자]

경기도에서 진행되는 공사 물량의 70% 이상은 경기도 업체가 아닌 타 지역 업체가 수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동 도급 활성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해 경기도 업체들이 도내에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도내 하도급 총 물량에 대해 경기도업체와 타 지역업체의 수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타 지역 업체가 도내 공사 물량의 70.2%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도급 금액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지난 2021년 경기도내 공사 물량의 총 하도급 금액은 약 25조4천800억원이었으며 이 중 서울업체가 44.7%(11조3천836억원)으로 가장 많이 수주했다. 경기도 업체는 서울업체보다 4조원가량 적은 7조5천947억원(29.8%)에 그쳤다. 현재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를 보면 지역 건설산업에 참여하는 대표사는 지역중소건설업체와의 공동도급 비율을 49% 이상, 지역건설산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60% 이상으로 규정하고, 민간이 개발하는 지역건설산업에 대한 공동참여와 직접 시공비율의 확대를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타 시·도를 보면 서울의 경우 총 하도급 금액의 59.8%를 서울 업체가 수주했으며, 부산은 총 하도급 금액의 51%를 부산지역 업체가, 광주광역시 역시 총 하도급 금액의 48.2%를 광주지역 업체가 수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기도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동도급 강화 등 지역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등 행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현재 지역건설산업의 추세는 대부분 공동도급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특히 공공분야의 경우 입찰 공고나 인허가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함께하는 공동도급 형태의 운영을 더 늘려야 한다”며 “또 심의 과정에서도 가능하면 지역업체의 자재를 쓰도록 하는 비율을 명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상에서 정해놓은 공동도급 비율과 하도급 비율은 일정 수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민간 공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낮은 상황”이라며 “민간 공사를 포함해 도·시군·공공기관·산하 출자 출연기관 등을 포함해 도비가 투자된 관급공사에 대해 정책적으로도 공문을 통해 권고를 확대하는 등 지역 업체가 우선적으로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자도·서울 편입’ 흔들리는 경기도 [빛나는 경기천년, 정체성을 찾자]

천년의 역사를 지닌 경기도가 흔들리고 있다. 31개 시·군은 경기도가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더해 김포시를 시작으로 번진 ‘서울 편입’ 논란으로 분열되고 있다. 지역 경제를 탄탄하게 받쳐주던 기업들도 대내외 어려움 속에 점차 무너져가는 실정이다. 이에 경기일보는 11월 ‘이슈M’을 통해 흔들리는 경기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경기도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북자도) 설치 추진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국민의힘의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시·군 곳곳으로 확대되면서 경기도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라는 게 국민의힘, 찬성 기초 단체와 주민들의 공통된 주장인데, 도시 개발로 증가한 인구 대다수가 서울 통근을 위한 외지인으로 구성되며 각 시·군이 ‘서울 의존 지역’으로 전락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7일 경기도와 시·군 등에 따르면 김포시는 이날 서울 편입을 위한 주민 간담회, 여론조사 등 공론화 절차에 착수했다. 전날 김병수 김포시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공동연구반’ 구성 등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을 본격화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백경현 구리시장도 서울 편입 관련 오는 13일 오 시장과의 회동을 예정했고 고양, 하남, 안양 등에서도 단체장, 시민, 지역 정치권 사이에서 ‘경기도 이탈’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서울 편입 찬성 입장의 핵심은 “우리 지역은 이미 서울 생활권”이라는 것이다. 단지 행정구역이 경기도일 뿐, 서울로 통근·출근하며 소비 활동도 서울에서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기도를 떠나 서울로 편입하면 ▲출퇴근 교통 및 교육 서비스 개선 ▲서울 타이틀을 통한 도시 경쟁력 강화 ▲부동산 자산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기연구원과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1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 급증부터 예견됐다. 경기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경기도 지역정체성 강화 해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 479만명이던 경기도 인구는 서울 인구 분산을 위한 1기 신도시 개발 이후 급증, 2015년 1천174만명까지 증가했다. 반면, 1960년 97.2%였던 경기도 토박이 인구 비중은 2015년 25.3%로 크게 줄어들었고, 보고서는 “경기도는 급격히 베드타운화 및 서울의 위성 도시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학·통근하는 인구는 1기 신도시가 막 개발된 1995년 43만여명에서 2015년 127만여명을 거쳐 2020년 125만5천여명으로 4배 폭증했다. 특히 단체장과 시민, 정치권 사이에서 서울 편입 요구가 이는 고양·구리·하남 등은 전체 주민 중 15~20%가 서울로 출퇴근, 통학하는 시·군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 통학·통근 인구가 많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경기도’ 소속이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이 희석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서울 생활권이기에 일부 시·군의 서울 편입을 추진한다는 ‘메가시티 서울’ 구상은 여당 단체장과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경기도 균형 발전, 자치 분권의 가치를 확장시키겠다는 김동연 지사 입장에 따라 현안을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道, 서울 의존 구도 깨야… 베드타운 탈피” [빛나는 경기천년, 정체성을 찾자]

서울 인접 경기도 시·군이 서울 편입 목소리를 내는 등 경기도 정체성이 위협받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서울에 대한 일자리, 교육, 교통 의존 구도를 깨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서울에 일자리와 교육, 기반 시설이 집중된 이상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시·군은 서울 생활을 위한 ‘베드타운’을 넘어 서울 하위 도시 인식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7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도 인구 대부분이 전국에서 유입된 외지인이며 김포, 고양 등 서울 인접 시·군 도심은 서울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조성된 위성도시”라며 “서울 생활 인구의 베드타운 성격이 강하기에 이들 지역 주민에게 경기도라는 광역단체 소속감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베드타운 주민 입장에서는 경기도라는 ‘공간’에 거주할 뿐, 사실상 서울에서 생활하는 ‘서울시민’ 인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 연구원은 경기도가 서울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일자리, 교육 및 생활 기반 시설을 갖추면 경기도 정체성과 소속감 제고, 서울 쏠림 현상 방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 연구원은 “자신이 속한 지역보다 인접 지역에서 더 좋은 일자리, 생활 기반 시설이 조성돼 있다면 그쪽으로 몰리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경기도 입장에선 서울 인접 지역의 베드타운 탈피가 가장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경기연구원이 2019년 도민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도민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65.6%는 경기도 이미지로 ‘수도권, 서울 근교’를 제시했다. 특히 응답자 중 73.9%의 생활권은 서울로 조사됐다. 또 경기연구원은 경기도민이 경기도 자체보다 거주 시·군에 더 높은 소속감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은 경기도와 시·군이 서울 인접 기초단체부터 서울 의존 구도를 타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 명예회장은 “김포, 고양 등 서울 주변 시·군 상당수가 갖는 문제점은 자족도시 역할을 못 하고 서울에 지나치게 의존, 베드타운 기능에 지나치게 치우쳐졌다는 점”이라며 “경제권, 생활권, 산업권이 모두 부족하기에 지역 경제와 부동산 가치 등이 정체되고, 이는 서울 편입 찬성 목소리가 나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 명예회장은 “경기도가 서울 편입 논란을 딛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시·군이 스스로 자족 기능을 갖춰 그 지역이 주민의 직장, 삶의 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빚더미 갇힌 서민경제… 사라진 ‘희망의 빛’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경인지역을 뒤덮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을 잠식한 경기침체의 배경에는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가계 부채가 있다. 가계 부채의 급증은 소비 위축을 유발하고 이는 곧 기업 성장의 족쇄, 정부와 지자체의 자금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원으로 상품의 최종적 소비활동을 영위하는 경제주체 ‘가계’. 경기일보는 경기침체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의 현황을 살펴보고 대응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1. 지난달 경기도와 서울 등지에서 일가족 5명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투자 실패 등으로 수억원의 빚을 지고 독촉에 시달리던 40대 여성 A씨를 비롯한 A씨의 가족은 기초생활보장급여 상담을 받을 정도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가족이 살던 곳의 우편함에는 카드 사용료 미납으로 인한 연체 채무금 추심 고지서와 1년 이상 장기 체납에 따른 도시가스 공급 중단 안내문 등이 쌓여 있었다. #2. 지난 3월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일가족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장인 40대 B씨가 5억원의 빚을 지는 등 생활고를 겪던 와중 가족을 살해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의 가족은 이웃 주민들에게 단란한 가정으로 기억될 정도였지만, 빚이 점차 커지면서 결국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이 개인 부채의 늪에 빠졌다. 국채 발행이나 예산 삭감 등으로 자금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정부나 기업과 달리 자생 능력이 부족한 가계는 과도한 부채가 쌓일 경우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경인지역의 지난 1분기 말 빚을 진 1인당 가계부채 규모는 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지역의 1인당 가계부채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9.8% 증가한 1억300만원이었고, 인천의 경우 같은 기간 18.4%나 증가해 1인당 가계부채가 9천7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은 경기지역이 254%, 인천지역이 253%였다. 평균적으로 빚을 진 사람 한 명이 2년 6개월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갚아야 부채를 모두 탕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 같은 속도로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가계 부채 증가세가 완화되지 않으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난 9월 일시적으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완화되기도 했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빚에 허덕이는 청춘들… 올 2분기 채무부담 262% ‘빨간불’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가계 부채의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어린 나이부터 빚을 지는 청년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나이부터 쌓인 부채는 경제적 불안정으로 이어지면서 나이가 들어도 빚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고, 이로 인한 이들의 소비력 감소는 경기 침체까지 야기할 수 있어 청년층의 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청년들의 가계 부채 부담과 연체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청년층의 가계대출 채무부담(LTI)은 262%로 지난 2019년에 비해 +39% 포인트 상승했다. 비교적 상환 능력이 뛰어난 중장년층(+35% 포인트)과 고령층(+16% 포인트)보다 더 높은 비율로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채무부담이 커지면서 90일 이상 빚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상태이거나 저신용자)와 잠재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올해 2분기 일반 청년층의 연체율은 0.58%로 지난해 2분기(0.41%)보다 불과 0.17% 포인트 늘었다. 문제는 취약차주다. 같은 기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5.80%에서 8.41%까지 급증했다. 연체율뿐만 아니라 취약차주 비율 역시 가파르게 늘었다. 2021년 3분기 6.6%였던 취약차주인 청년층 비율은 올해 2분기 7.2%(0.6% 포인트↑)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층의 취약차주 비중은 5.8%에서 6.0%까지 0.2% 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아직은 취약차주가 아닌 잠재 취약차주 비중 역시 가파르게 늘었다. 잠재 취약차주인 청년층 비율은 지난해 2분기 17.2%에서 올해 2분기 17.8%(0.6% 포인트↑)까지 높아졌다. 이 기간 다른 연령층의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16.6%에서 16.9%로 0.3% 포인트 증가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청년층의 과도한 대출로 리스크가 커지지 않도록 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 강화와 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 일시상환 방식의 기존 대출에 대한 원금상환 유도 등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가계 부채 증가가 전반적인 경제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과 함께 청년들의 고용 사정 악화, 주거 확보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청년층의 빚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층의 빚 문제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청년층을 타겟팅하는 형태의 다양한 금융 지원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인기업 파산 신청 317건...빚 폭탄으로 돌아온 ‘코로나 대출’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기도 안산에서 제조업 회사를 운영 중인 대표 이모씨(60)는 현재 사업을 정리할 지 말 지 고민에 빠졌다. 20년 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회사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탓이다. 또 코로나19 당시 매출이 급감한 탓에 빌렸던 대출금 이자 역시 부담이다. 이씨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매출이 3분의 2 이상은 떨어졌고, 대출금리도 2~3배 가까이 치솟은 상황”이라며 “조금 더 버텨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보이면 견디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자만 한 달에 500만원 넘게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금형 업체를 운영하는 A씨(43)는 최근 1차 기업으로부터 주문 물량이 크게 줄면서 매출 하락의 직격탄를 맞고 있다. A씨는 “원래 생산하던 물량의 30~40%는 줄어든 상황에 대출금만 쌓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형 산업의 주요 1차 기업인 자동차 및 전자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위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원산지 사용에 대해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원자재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을 받는데 미국으로의 수출 활로가 만들어 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형 업체들은 파산 기로에 놓여있는 곳들이 매우 많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되며 경인지역 중소기업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하루에 4개 이상의 기업이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생긴 결과인데, 향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파산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건수는 총 1천2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파산 건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지난 2020년(1천69건)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하루에 4.5개 기업이 법원을 찾아 파산을 신청한 셈이다. 경인지역의 법인 파산 신청도 역대 최대를 갈아 치우고 있다. 지난 9월까지 경기·인천에선 총 317건(수원회생법원 231건, 인천지방법원 53건, 의정부지방법원 33건)의 법인 파산신청이 접수, 최근 10년간 가장 많았다. 수원회생법원에 신청된 파산 건수는 서울회생법원(500건) 다음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를 합쳐보면 1천213건 중 817건(약 67.4%)이 수도권 소재 기업이다. 통상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당시 은행권을 통해 대출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국책 금융기관인 IBK 기업은행에서 1조3천22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협은행(5천860억원), 하나은행(4천463억원) 등 순이었다. 이같이 은행권에서 자금을 대출한 뒤 만기일이 도래했음에도 상환하지 못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대부분은 중소기업인 상황. 더욱이 이는 중견기업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은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시기 동안 빌렸던 대출금 등을 상환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이러한 위기는 중소기업 등 규모가 작은 기업들부터 시작되는 경향성을 띤다”며 “금융당국은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회수가 가능한 자금인지 건전성 테스트 등을 통해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 대출 연체율 1년새 ‘껑충’… 세금인하·금융지원 절실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 침체가 지속되며 경인지역 기업들의 파산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은 ‘세금·부담금 인하’와 ‘금융지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사자 수와 매출액이 적은 기업일수록 금융지원을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2023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현재 가장 필요한 정책은 ‘세금 및 각종 부담금 인하’(57.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책자금·보증확대 등 금융지원이 55.6%, 인력난 해소가 27.6%로 뒤를 이었다. 특히, 금융지원은 종사자 수가 적고, 매출액이 적은 기업일수록 더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 수가 5명 미만인 기업이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5.4%로 가장 높았고, 매출액이 10억 미만인 기업 역시 67.9%로 금융지원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들의 이러한 현실 인식은 이들 기업들이 올 하반기 경영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는 지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최우선 경영전략에 대한 질문에 비용절감, 사업구조 조정 등 경영내실화란 응답이 44.2%로 가장 높았고, 환율 변동 등 경영리스크 관리(21.6%)가 뒤를 이었다. 외형성장(18.2%)이나 지속가능경영 참여 확대(9.6%), 연구개발 투자 등 성장 잠재력 확충(6.4%) 등 기업의 성장과 관련된 항목은 후순위에 자리했다. 이들 기업들이 각종 부담금 인하나 금융지원 등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존 대출금에 대한 부담이 커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예금은행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은행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천10조9천160억원으로 5년간 50% 증가했다. 경기도의 경우 5년 사이 79조4천80억원 증가해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폭이 컸고, 인천은 17조9천770억원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였다. 문제는 연체율(원리금을 1개월 이상 연체한 비율)인데, 전국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6월 기준 0.43%로 1년 전(0.24%)에 비해 1.8배 높아졌고, 경기와 인천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2.3배(0.11%→0.25%), 2.5배(0.09%→0.23%) 늘었다. 서기만 경기벤처기업협회장은 “최근에는 워낙 경기가 안 좋으니 기업들에선 매출이 안 나와 힘들어 한다”며 “정부 역시 저렴한 금리로 여건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이러한 혜택이 우량기업들에게만 이어지고 실질적으로 어려운 기업들에겐 도달하지 않는 만큼 제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살림살이 고삐… 지역 핵심사업 ‘빨간불’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기침체라는 먹구름이 지방정부라고 비켜 가진 않는다. 고물가와 고금리 역풍도 거세다.역대급 세수 부족도 가세하고 있다. 초긴축 재정이 도내 시·군을 강타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내년 예산안 감축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를 맞아 의욕적으로 펼치려던 공약사업이나 핵심 사업들도 줄줄이 축소되거나 유보되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 편집자주 경기도내 시·군의 내년 살림살이에 초비상이 걸렸다. 중앙정부와 시·도의 긴축재정 도미노가 지방정부에까지 미치고 있어서다. 당장 국세 등 세수부족에 따른 국·도보조금과 지방교부세 감축 등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내 각 지자체는 긴축 재정 운용에 들어갔다. 2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양특례시가 대표적으로 올해 정부의 국세 수입이 당초 전망치 400조원에서 59조원 부족한 341조원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예산편성 역시 감축이 불가피하다. 세입 중 지방세 수입은 23.8%에 불과하고 국·도 보조금 35.7%, 지방교부세 10.1%, 조정교부금 8.6% 등 중앙정부와 경기도 의존 비중이 54.4%에 달한다. 중앙정부의 긴축재정은 고양특례시 예산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천시는 내년 국·도세와 연동된 이전재원(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 전망액의 큰 폭 감소가 예고돼 부족한 재원이 844억원으로 예측되고 있어 국·도비 보조금 확보와 세출 재구조화, 지방채 발행 등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부천시의 내년 국·도비 보조금 확보 진행 상황을 보면 국비는 기획재정부에서 국회로 액수를 기초로 볼 때 신청액 419억3천만원 중 225억4천만원을 확보해 53.8%의 확보율을 보이고 있지만 도비는 206억6천만원을 신청해 확정된 사업은 원종동 도시재생사업에 그치고 나머지 6건은 모두 도의회 예산심사 중으로 확보율은 5.08%에 그치고 있다. 안양시의 경우 올해 기준 전체 예산 1조4천억원 중 지방교부세 1천400억원(전체 예산의 10.12%)으로 편성했는데, 실질적으로 재정이 축소됐을 때 교부세 등이 줄어들면 1천여억원이 드는 GTX 사업이나 1천300억여원의 월판선 사업 등 대규모 사업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성남시도 내년 세입이 올해보다 지방세 등 자체 세입이 558억원 줄고 세출 조정액 대비해 세수입은 2천억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긴축재정 기조로 편성할 방침이다. 양주시도 올해 9천415억원(일반회계 기준)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내년에는 8천억원대 예산으로 주저앉게 됐다. 김성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재정연구센터장은 “긴축재정 상황에선 사업의 기획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사회복지 예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자체의 경우 복지 관련 계속사업은 물가상승률만 반영해 편성하고 신규사업 추진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긴축예산 편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살림살이 고삐… 인천 현안 사업 ‘빨간불’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기침체라는 먹구름이 지방정부라고 비켜 가진 않는다. 고물가와 고금리 역풍도 거세다. 역대급 세수부족도 가세하고 있다. 초긴축 재정이 인천 군·구는 물론 경기 시·군 등 기초지자체까지 강타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내년 예산안 감축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를 맞아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약 사업이나 핵심 사업들도 줄줄이 축소·유보하는 등 빨간불이 들어왔다. 편집자주 인천지역 군·구의 내년 살림살이가 초비상이다. 중앙 정부의 세수 부족으로 인천시에 이어 기초지자체까지 도미노로 긴축재정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수의 대부분을 국고보조금과 조정교부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천 군·구 중 일부는 지방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21일 인천시와 인천 10개 군·구 등에 따르면 중구와 부평구·계양구는 최근 지방채 발행을 위해 ‘지방채 발행 사전 승인 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중구는 25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고, 부평구와 계양구는 각각 30억원과 1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들 구는 내년에 지방채 발행 없이는 구청장 역점사업은 물론이고 문화·복지 사업 등 계속 사업의 추진도 불투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구의 관계자는 “세수가 전체적으로 줄었다는 상황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민선 8기 역점사업은 물론이고 계속해야 하는 복지사업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인천 군·구의 낮은 재정자립도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인천의 군·구 중 재정자립도는 중구가 35.72%로 가장 높다. 이어 연수구가 26.52%, 서구가 23.96% 등이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곳은 동구로 12.97%에 그친다. 이 같은 군·구의 재정난은 현재 세수 구조 때문이다. 기초지자체인 군·구 대부분 지방세로 걷힐 수 있는 규모가 적다보니 시의 조정교부금과 중앙 정부의 보조금 등에 대한 의존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및 시의 긴축재정에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내년에 가장 큰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계획한 계양구는 세입 중 지방세 수입이 700억원으로 전체 세입의 11.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시로부터 받는 조정교부금이 16%, 국고보조금 등이 58.2%에 이른다. 김성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재정연구센터장은 “사회복지 예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자체는 복지 관련 계속사업은 물가상승률만 반영해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사업 추진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긴축예산 편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