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기업 파산 신청 317건...빚 폭탄으로 돌아온 ‘코로나 대출’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매출 급감 불황·고금리 지속...올 상반기 연체액 2조4천억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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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서 제조업 회사를 운영 중인 대표 이모씨(60)는 현재 사업을 정리할 지 말 지 고민에 빠졌다. 20년 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회사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탓이다. 또 코로나19 당시 매출이 급감한 탓에 빌렸던 대출금 이자 역시 부담이다.

 

이씨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매출이 3분의 2 이상은 떨어졌고, 대출금리도 2~3배 가까이 치솟은 상황”이라며 “조금 더 버텨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보이면 견디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자만 한 달에 500만원 넘게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금형 업체를 운영하는 A씨(43)는 최근 1차 기업으로부터 주문 물량이 크게 줄면서 매출 하락의 직격탄를 맞고 있다. A씨는 “원래 생산하던 물량의 30~40%는 줄어든 상황에 대출금만 쌓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형 산업의 주요 1차 기업인 자동차 및 전자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위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원산지 사용에 대해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원자재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을 받는데 미국으로의 수출 활로가 만들어 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형 업체들은 파산 기로에 놓여있는 곳들이 매우 많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되며 경인지역 중소기업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하루에 4개 이상의 기업이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생긴 결과인데, 향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파산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건수는 총 1천2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파산 건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지난 2020년(1천69건)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하루에 4.5개 기업이 법원을 찾아 파산을 신청한 셈이다.

 

경인지역의 법인 파산 신청도 역대 최대를 갈아 치우고 있다. 지난 9월까지 경기·인천에선 총 317건(수원회생법원 231건, 인천지방법원 53건, 의정부지방법원 33건)의 법인 파산신청이 접수, 최근 10년간 가장 많았다. 수원회생법원에 신청된 파산 건수는 서울회생법원(500건) 다음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를 합쳐보면 1천213건 중 817건(약 67.4%)이 수도권 소재 기업이다.

 

통상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당시 은행권을 통해 대출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국책 금융기관인 IBK 기업은행에서 1조3천22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협은행(5천860억원), 하나은행(4천463억원) 등 순이었다.

 

이같이 은행권에서 자금을 대출한 뒤 만기일이 도래했음에도 상환하지 못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대부분은 중소기업인 상황. 더욱이 이는 중견기업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은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시기 동안 빌렸던 대출금 등을 상환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이러한 위기는 중소기업 등 규모가 작은 기업들부터 시작되는 경향성을 띤다”며 “금융당국은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회수가 가능한 자금인지 건전성 테스트 등을 통해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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