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道 랜드마크’… 경쟁력 키우고 자긍심 UP [빛나는 경기천년, 정체성을 찾자]

道, ‘서울 근교’ 등 고정적 이미지… 현대 건축물·도시공간 無
단순 건축물 아닌 서울 경의선숲길 같은 선적인 이미지 중요
“기존 이미지 탈피… 경기도 개성 담긴 새 공간 창출해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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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다양한 명소를 이용한 랜드마크를 조성, 이를 통한 지역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성 남양성모성지. 경기일보DB

 

랜드마크는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한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여기에 그 지역만의 정체성이 담기면 이미지가 한층 강화돼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된다.

 

일부 시·군의 경기도 이탈 움직임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지역 정체성 확립을 위한 새로운 랜드마크를 찾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의 저자이자 여행 전문칼럼니스트 운민 작가(본명 이민주)는 26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도라고 하면 천편일률적이고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서울 근교’, ‘살기 좋다’, ‘교통이 좋다’, ‘베드 타운’ 등)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며 “이제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대찌개로 유명한 의정부는 도서관을 만들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는 미술과 음악 등 도시의 문화자원을 연결한 의정부미술도서관, 의정부음악도서관, 의정부영어도서관 등을 설립해 ‘도서관=의정부’라는 등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의정부시민 3명 중 2명이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했고, 이용자수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의정부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지자 도서관별 특성에 따라 도서 전시 프로그램 기획,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맞춤형 정보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사업도 진행했다. 덕분에 해외 도서관 관계자들이 먼저 교류를 요청하며 벤치마킹에 나서기도 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빌딩이나 일본의 롯폰기 힐즈,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같은 현대적인 건축물 또는 도시 공간이 없다는 점도 경기도의 단점으로 꼽힌다. 단순히 공간적인 측면의 건축물이 아닌 서울 경의숲길과 같은 선적인 이미지를 가진 랜드마크 건설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장준호 안양대 도시정보공학과 교수는 “허드슨강을 따라 버려진 철도를 이용해 만든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가장 큰 공원인 하이드 파크가 모두 선적인 이미지를 가진 공간들”이라며 “경기도에서도 이런 선적인 공간들을 랜드마크로 만들려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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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다양한 명소를 이용한 랜드마크를 조성, 이를 통한 지역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 지혜의숲. 경기일보DB

 

경기도민의 지역 정체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파주를 주목하기도 한다. 파주에는 출판 단지, 헤이리 마을 등 주요 관광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출판 단지는 출판 도시로도 불리며 현재 국내에서 출판사가 가장 많이 밀집된 곳이다. 단순히 책방이나 북카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갤러리, 전시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아시아출판문화센터를 중심으로 독서 문화 공간 ‘지혜의숲’, 북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 등이 대표적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에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 326명이 참여해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공연장 등 문화 예술공간을 만들며 형성됐다. 이곳에 지어진 건물들은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지향하며 설계돼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헤이리는 국내에서는 인사동(2002년)과 대학로(2004년)에 이어 2009년 12월에 세 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이 밖에도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해 산책을 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인 안양 예술공원, 병인년(1866년) 대박해 때 많은 순교자 피 흘리며 죽어간 무명 순교지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화성 남양성모성지, 부지 면적만 총 289만㎡(약 87만평)에 달해 단일 반도체 공장 중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평택 삼성전자캠퍼스 등도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론된다. 이중 삼성전자캠퍼스는 지난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방문한 곳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3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시제품에 나란히 서명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해 이목을 끌었다.

 

신동규 경기과학기술대 건축인테리어학과 교수는 “(파주, 안양, 화성의 경우) 도시를 구성함에 있어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반영된 문화와 도시 개발이 성공적으로 접목된 사례이면서 사람들의 선호가 반영돼 예술적 가치가 큰 곳”이라며 “(평택은)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의 메카로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대표하며, 규모적으로도 압도적이므로 랜드마크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와 각 시·군은 각종 개발사업 진행 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편적 가치와 지역적 특성이 공존하는 경기도만의 개성을 반영한 랜드마크를 창출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선 경기도의 특성이 무엇인지, 이미지는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연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하는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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