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구멍’ 지방재정 흔들… 건강한 경제 흐름 타격 안돼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기·인천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내년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선 8기를 맞아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공약 사업의 축소 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만큼 관행에 맞춘 예산 편성을 지양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겠지만 지역경제의 건강한 흐름에 타격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내년 긴축예산 편성 불가피로 차질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고양특례시의 청사 이전이 있다. 이전에 따른 비용은 600억원이나 예산 편성이 만만찮아서다. 고양특례시는 이와 관련, 경기도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예산에 이전 비용을 편성하고 내년 6월 시청사를 옮길 계획이지만 시의회 예산심의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국고보조금 감소로 부천시가 추진 중인 작동군부대 문화재생사업 등 국고보조사업의 차질도 우려된다. 이 사업은 전체 예산 28억 4천만원 중 9억원만 확보된 상태이고 굴포천 비점오염저감시설 설치사업도 62억원 중 16억4천만원 등 일부만 확보돼 추가 확보가 절실하다. 부천페이 일반판매 인센티브 60억원은 전액 기재부에서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고 고강지역 도시재생 뉴딜사업 48억9천만원은 국비 예시액에 따라 조정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남시는 정자교 붕괴사고 이후 교량 점검과 보수 등에 예상치 못한 예산이 더 투입하게 될 것으로 보여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성남시는 그러면서 지난 7월 현행 차선수를 유지하면서 기존의 차로 폭을 도로시설 기준에 맞게 조정하고, 기존 차도부 양측에 보도를 조성하는 방안 또는 보도교를 1개만 신설하고 맞은편 보도는 차로 내 조성 하는 방안으로 분당 탄천 교량 재시공 예산을 당초 1천610억원에서 770억원으로 대폭 감액했다. 양주시의 민선 8기 핵심 공약사업인 테크 노밸리 융복합R&D단지 구축사업과 양주교 육지원청 신설, 과밀학급 초중고 증축, 국도 3호선 확·포장공사, 서울~양주고속도로 개 설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감액이 불가피하다. 이 밖에 장애인 복지택시 24시간 운영과 증차(19억원), 나리농원 식물원 유치(20억원), 엘리트 체육 지원(14억원), 양주아트센터 건립사업(190억원) 등도 차질이 우려된다. 양평군도 민선 8기 핵심 시책으로 추진중 인 노인복지관, 도서문화센터 건립 등 10억원 이상 투입되는 인프라 구축사업이 세수 감소 등으로 정상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내년 양평군 예산은 6천647억원 규모로 올해 본예 산 7천82억원 대비 435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남동구는 중앙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구청장의 1호 공약인 만수천 복원사업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남동구는 1990년대 복개한 뒤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만수천을 서울의 청계천과 같은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청장 취임 2년 차를 맞이하고도 국비 확보 등이 어려운 탓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동구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친 뒤 사업 추진 방향을 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천 계양구 역시 지난 6월 전국 최초로 플랫폼 노동자 지원조례를 마련했으나 예산 문제에 부딪혀 보호장구 지급과 쉼터 등 사업 추진의 로드맵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연수구 역시 사업성 악화 등의 이유로 연수문화 예술회관 건립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수구는 지난 2019년 중앙투자심사를 조 건부로 통과, 지난해 4월 연수문화예술회관을 착공했지만 공사 도중 콘크리트 구조물 등 매립 폐기물이 드러나면서 사업비가 당초 예정했던 498억원보다 200억원이나 늘어 700억원에 육박하면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 연수문화예술회관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의 세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지방 교 부세가 감소하므로 지자체 예산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지자체 재정 확보를 위한 방안을 중앙과 지방이 협의해야 한다”며 “현재 시스템에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만큼 지방세 비율과 교부금을 높이는 등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닥난 곳간… 끝없는 ‘빚의 굴레’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어닥친 세계 경기 침체로 대한민국이 ‘빚’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중앙 정부를 비롯해 경기, 인천 등 광역단체는 유례 없는 세수 결손, 재정 악화에 부닥쳤으며 기업과 가계도 고금리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10월 ‘이슈M’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의 ‘빚 문제’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내년 본예산 편성에 나선 경기도와 인천시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경기도는 2조원, 인천시는 1천100억원 규모의 세입 결손이 확정된 가운데 정부 역시 58조원의 세입 감소를 기록해 지자체 교부세 감액을 예고하면서 기금 차입, 지방채 발행까지 고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내년 본예산을 올해 33조9천536억원 대비 증액 편성하기로 하고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지역개발기금 등 각종 기금을 차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 진작을 위한 적극 재정’ 기조에 따른 것인데, 지방세 대부분을 구성하는 취득·등록세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급감한 만큼 ‘모아 놓은 돈’ 외에 뾰족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개발기금 등 기금 활용은 차기 민선 지자체와 미래 세대의 재원을 빌려쓰고 채워넣어야 하는 ‘부채’의 일종이라는 점이다. 앞서 지난 8월 도는 ‘경기 진작을 위한 적극 재정’을 강조하고 6천억여원의 기금을 끌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또 당장 내년에는 민선 7기 당시 재난기본소득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차입한 기금 상환에 3천억원 규모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지자체가 주요 사업, 재난 대응, 재정난 타개 등을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시기와 맞물려 폭증, 재정 악화 우려 지점으로 지목되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전봉민 국회의원이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지방채무 현황’을 보면 경기지역 지방채 총액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8천42억원, 다음 해에는 1조6천8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배 넘게 폭증했다. 지난해 지방채 규모는 1조4천52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의정부시 등 도내 일부 시·군은 재정난 속 주요 사업 이행을 위해 내년 신규 지방채 발행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을 축소하면 지역 경제가 악화되는 만큼 기금 활용 등 적극 재정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방채 발행량은 행안부의 예산 대비 비율 기준치와 비교하면 우려할 정도가 아닌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올해 말까지 들어올 세수를 4조7천862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해 편성한 본예산의 세수 전망치보다 1천100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인천시는 전체 지방세에서 40%가량을 차지하는 취득세가 올해 1천2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의 올해 취득세 수입은 총 1조8천947억원으로 지난해(결산액 기준)의 88.5%에 그친다. 여기에 중앙 정부 역시 58조원의 세입 감소로 인해 전국 지자체의 교부세 감액을 예고했다. 인천시는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따라 올해 보통교부세 1조494억원에서 내년에는 약 1천600억원(15%)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천시는 자주 재원 능력이 부족한 탓에 보통교부세를 받아 예산의 약 30%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 정부의 세수 감소는 곧바로 인천시의 재정 지원 축소로 이어져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인천시는 앞으로 ‘채무’의 격인 지방채 발행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신규 사업을 억제해도 종전에 추진한 계속 사업에 투입해야 할 사업비가 막대하고, 코로나19 등으로 침체한 지역 경제 살리기에 예산 투입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천시의 현재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약 12%에 그친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세계 금융위기에 부동산 시장이 급락한데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 경기장 건설 때문에 지방채를 발행, 한때 부채 비율이 40%를 육박하기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취득세 감소 등의 세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세입과 세출 가능 항목 등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며, 지방채 발생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다만 기금 사용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본예산을 짜면서 어떤 기금을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돈줄 말라가는 지자체… 지방재정 체질 개선 ‘필요’ [빚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내년 살림살이 편성을 앞둔 경기·인천지역이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를 맞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자체 재정 운용 구조에 대한 고강도 체질 개선이 이뤄질 때라고 입을 모았다. 당해 경기가 침체하면 다음 해 지자체가 의존하는 부동산 관련 세입이 줄어들고 재정 타격으로 직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단기적으로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세액에 의존하는 지역 세수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안팎의 연구기관들은 내년 도의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업 예산, 보조금 등을 면밀히 검토해 혹독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도는 기금 활용을 통한 적극 재정 기조를 내년 본예산 편성 단계에서도 유지할 방침을 세운 상태인데 세입, 국비 보조 등 곳간의 ‘돈줄’이 말라가는 만큼 경상비용을 절감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수 부족 장기화, 감세 등이 겹치며 내년 재정 여건도 비관적인 상황”이라며 “경기도가 본예산 편성 시 잉여금, 기금 활용과 함께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연계하지 않으면 일시적 봉합에 그칠 것이고 이후 재정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 소장은 일부 시·군의 지방채 발행 검토에 대해서도 “지방채 발행이 재정 운용 전략 중 하나인 점은 사실이지만 국·지방비 조달을 위해 맹목적으로 발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금은 재정 운용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경기도 지방세입 전망과 재정 운영관리 방안’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취득·등록세가 지방세의 주요 축을 차지해 부동산 경기 등락이 지역경제에 직결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도는 올해 상반기에만 9천842억원의 지방세 징수 실적 감소를 기록했는데 이 중 대부분인 8천627억원이 취득세 세입 감소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장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자체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취득세 과세 대상 추가 발굴, 지방소비세 인상 등 부동산세에 의존하지 않는 세수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정부에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을 건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매년 전체 예산의 약 30%를 중앙정부로부터 교부받는 인천시는 내부 재정 구조 개편에 더해 중앙정부 이전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창훈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세법상 부동산 취득세가 지방 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지방 재정 독립 등 지방세수 구조개선을 위해서는 해당 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 '마을공동체'...함께라서 행복한 우리는 이웃사촌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회복]

공동체는 ‘나’와 ‘너’에서 벗어나 ‘우리’를 회복하면서 완전체를 이룬다. ‘우리’가 모두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은 국가의 성장엔진으로 이어진다. 인천은 개항 및 접경·연안 도시라는 특성 탓에 과거 황해 등 이북 실향민은 물론 충청·호남지역에서 이주해온 시민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인천만의 정체성이 약해 공동체 형성이 필요했다. ‘우리’를 만들기 위해 인천 곳곳에서 뛰는 이웃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인천 강화 교동도에는 강화 토박이 어르신들과 황해도 실향민 어르신들이 모여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지난 2015년 주민과 실향민들의 마을 사랑방으로 시작한 ‘청춘부라보’는 이젠 문화예술인까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북접경 음식문화와 함께 강화의 역사·문화·자연·평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문화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손윤경 청춘부라보 대표는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하는 공동체,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주민과 실향민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세대 피난민의 역사, 그리고 이를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공동체로 2세대까지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며 “강화지역이 가진 자산을 많이 찾아내서 발전시키며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간 단절이 이뤄지긴 쉬운 아파트 단지에도 주민들 스스로 공동체를 꾸리기도 한다. 서구의 라인반상회는 이웃간 소통으로 주민들의 갈등을 줄여 공동체 회복에 나서고 있다. 라인반상회는 특히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마을로, 아파트 주민을 벗어나 이웃과 함께하며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이젠 주변 학교는 물론 병원과 봉사단체, 복지관, 각종 센터까지 마을 공동체로 뭉치고 있다. 이인희 라인반상회 대표는 “아파트 라인을 중심으로 한 이웃 교류로 시작했다”며 “이젠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살고 싶은 아파트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를 맞아 결혼이주여성과 인천의 여성시민들이 함께하는 공동체도 있다. 2015년 부평지역 결혼이주여성을 중심으로 한 다울빛이주여성 연합회는 한글 공부로 시작해 지금은 캘리그라피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까지 열고 있다. 어느덧 활동하는 회원수는 600여명에 이른다. 5단계로 나뉜 한국어 배우기는 물론 한국어 발음 교정교실, 밸리댄스 및 요가, 엄마 맛내기 요리 프로그램 등을 하고 있다. 김은미 대표는 “인천에서 결혼이주여성이 부평에 가장 많아 자연스레 이 같은 모임을 통해 공동체를 꾸리고 있다”며 “캘리그라피를 통해 이들이 한글도 배우고,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며 자존감과 성취감을 높여 자연스레 인천시민, 또 부평주민으로 자리잡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곳곳에서 마을공동체 형성이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3년부터 10개 군·구와 함께 마을공동체 형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문화·교육·환경·공동주택·돌봄 등 5개 분야에 모두 673개의 공동체가 꾸려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화군 28개, 옹진군 4개, 중구 24개, 동구 29개, 미추홀구 99개, 연수구 89개, 남동구 75개, 부평구 112개, 계양구 92개, 서구 121개 등이다. 특히 시는 민선 6기 시절인 2016년부터 이들 마을공동체에 대한 지원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현재는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를 통한 예산 지원으로 더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활성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민혁기 센터 정책팀장은 “올해로 마을공동체 정책 10년, 2025년이면 2기 기본정책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와 10개 군·구의 역할을 바로 잡고,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사업부서와 연계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마을공동체는 인천시민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기후위기, 고립, 지역소멸, 1인가구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나와 함께 이웃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을공동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3기 기본정책 등에서는 주민자치와 민관협력을 연계, 공적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름달 같은 情… ‘우리는 이웃사촌’ 함께라서 행복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공동체는 ‘나’와 ‘너’에서 벗어나 ‘우리’를 회복하면서 완성된다. ‘우리’가 모두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은 국가의 성장엔진으로 이어진다. 그 숱한 ‘우리’들이 올 한가위에도 어김없이 고향을 찾는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내 시·군이 귀성객 맞이로 분주하다.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다문화가족이나 외국인 주민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두 번째 추석을 맞이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1. 포천 토박이인 김철수씨(가명·65)는 추석이 다가오면 설렌다. 한탄강 홍수조절댐 건설로 고향이 수몰돼 신교동로로 옮긴 뒤 이주민 20여가구에 귀농·귀촌인 25가구가 명절맞이에 나서고 있어서다. 농촌체험마을인 ‘교동장독대마을’은 그렇게 탄생했다. #2. 성남시의 이벤트도 눈길을 끈다. 청춘 남녀를 대상으로 펼치는 ‘솔로몬의 선택’이 그렇다. 시는 젊은이들이 배우자를 찾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게 지자체의 역할이고 이를 통해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이벤트를 마련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다시 찾아온 추석을 맞아 경기도내 시·군에서 공동체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과 이벤트 등이 펼쳐진다. 2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농복합도시의 농촌체험마을이 대표적으로 도내에는 모두 117곳의 농촌체험마을(지난해 말 기준)이 운영 중으로 추석맞이로 평상시보다 더 분주해지고 있다. 포천시 관인면 신교동로 ‘교동장독대마을’의 경우 뽕나무를 이용한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추석이면 도회지에서 많은 이들이 찾아와 뽕나무를 이용한 송편 빚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긴다. 올 추석에도 뽕나무를 이용해 장 담그기와 슬로푸드 체험, 전통놀이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일동면 수입리 ‘호박마을’을 비롯해 영북면 산정리마을, 영중면 ‘영중38선 이야기마을’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명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수인 교동장독대마을 대표는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촌의 소멸위기를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체험마을이 맞이하는 추석의 의미는 각별하다”고 말했다. 점점 낮아지는 출산율과 결혼율을 극복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지자체도 있다. 성남시가 대표적으로 다음달 초순 미혼 남녀 각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부도에서 ‘솔로몬의 선택’ 이벤트로 야외단풍놀이’를 준비했다. 앞서 지난 23일 캡 퍼블릭 판교점에서 청춘 남녀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개최해 21쌍의 커플 매칭이 성사됐다. 지난 7월에도 두 차례 열어 39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부천시외국인주민센터는 29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추석맞이 ‘소원을 말해봐’ 행사를 열고 한지 보름달 만들기와 한복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친다. 양주출입국외국인관리사무소도 결혼이민가정과 외국인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송편을 빚는 이벤트를 연다. 심경진 포천시 지역공동체팀장은 “추석을 맞아 농촌체험마을 등 마을공동체가 마련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정신 함양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매번 비슷한 행사 되풀이…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시급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추석을 맞아 경기도내 시·군에서 펼쳐지는 행사들이 천편일률적이어서 애향정신을 모멘텀으로 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시도 해마다 추석 명절에 민속전통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반복하는데 그치고 있다. 인천시 추석 명절 프로그램의 경우 오는 29일부터 3일간 중구 월미원에서 투호, 고리던지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민속전통놀이를 해 볼 수 있는 한가위 민속한마당 체험행사, 28~30일 미추홀구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소금, 단청, 화각, 자수 등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인 ‘공예 온(溫,ON), 전통문화 체험’ 행사 정도다. 이 때문에 단순 체험이 아닌 인천시민이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높일 수 있는 형태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양특례시는 추석을 맞아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구청별로 가족이 없거나 형편이 어려워 식사를 거르는 홀몸어르신이나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긴급 지원책을 펼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긴급지원책은 고양시는 물론 도내 대다수 지자체가 매년 시행하는 행사여서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녀회와 통장 등의 도움을 받아 대상을 파악하고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와의 협업으로 명절 연휴 기간 이들을 도와주는 행사도 마찬가지다. 부천시도 이번 명절에 고향을 찾는 주민들을 위해 원미산 자연보호동산과 오정근린공원 도시숲 및 황톳길 등의 주민이용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지만 특별한 변화 없이 반복되고 있어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다문화가구나 외국인 주민 등을 대상으로 추석 때마다 펼쳐지는 프로그램들도 전통음식 만들기 등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어 이들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3자 또는 외부인 시각에서 실현성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고 소규모 단위로 기획해 보다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권경환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지자체가 예산 긴축에 나서는 점 등을 감안해 실현성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존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체 의식 회복 프로그램이 목적 달성에는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민과 귀향민을 연결해 타 지자체와의 추석맞이 공동체 의식 관련 거버넌스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자체도 잘해보고 싶으나 상상력이 부족하다 보니 다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시·군에 옛날부터 사는 주민들도 중요하지만 출향민이나 귀농·귀촌인 등 외부 시각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될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 향우회 등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미리 준비해야 색다르고 임팩트 있는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주 만날 수 있는 소규모 단위로 계획해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유진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동체라는 개념을 너무 넓게 생각해 무리하게 행사를 계획하는 건 공동체 의식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가족과 이웃 등 자주 만날 수 있는 소규모 단위 중심의 행사를 계획해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이웃과 인사도 줄어든 요즘 이웃 간의 교류로 공동체 의식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 홍수에 병든 사회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터미널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 수십명이 다쳤다’, ‘우리 지역 학력이 전국 꼴찌다’ 등 경기·인천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짜뉴스’가 최근에도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실제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 특정 의도를 가지고 조작된 허위 정보인 ‘가짜 뉴스(Fake news)’는 공동체를 갈라놓고 병들게 하는 주범이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진짜 뉴스’를 가려낼 기술적·인식적 대안이 요구된다. 편집자주 #1. 서울 신림과 성남 등 지역에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뒤인 8월4일, 포천시 내손면 종합버스터미널에서 흉기 난동 및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이 얘기는 만취한 40대 남성이 벌인 일로, 무고한 시민 36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포천엔 ‘내손면’이 없다. 경찰과 소방당국 역시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2. 최근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에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사진이 떠돌았다. 폴리스 라인 주변에 널브러진 담요가 찍힌 모습으로 ‘인천 칼부림’, ‘인천 살인’ 등 해시태그가 함께 붙은 사진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70대 여성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으로 ‘범죄’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가짜뉴스로 이념·세대·성별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정 장소, 시간, 대상에만 머물지 않고 불규칙하게 유포되는 특징 탓에 문제의 근원지를 찾기도 힘든 실정이다. 18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의 가짜뉴스는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로 정의된다. 하지만 무엇이 가짜뉴스고, 이러한 가짜뉴스가 얼마나 생산되는지 등은 명확히 추려낼 수 없다. 현실적으로 가짜뉴스를 분별할 기준이 없다보니 관련 통계나 자료 등도 부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악의적인 의도로 생산된 가짜뉴스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통상 선거철이 다가오면 가짜뉴스가 성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악의적 가짜뉴스는 개인이나 기업, 크게는 사회 전반에도 폐해를 미친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 중 하나가 ‘인천 혐오’다. SNS상 가짜뉴스 등을 통해 장기간 도시 브랜드가 부정적으로 입혀지면서 ‘마계 인천’ 등의 오명이 씌워졌다. 지난 2021년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인천의 ‘인구 10만명당 강력범죄 발생률’은 전국 16개 광역 지자체 중 9위, ‘경찰서 1곳당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건수’는 5위지만 가짜뉴스상으로는 1~2위 선에 든다. 이처럼 가짜뉴스가 사회를 가르고 병들게 하자 학계에선 법적·사회적 해결책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를 방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법적인 잣대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며 “고의성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과감하게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진짜·가짜 구분 어려워”... 국민 66% 허위정보 걱정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은 가짜뉴스 등을 포함한 온라인 허위정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이 ‘정치’와 관련된 분야에서의 가짜뉴스를 걱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디지털 뉴스 이용과 인식 등에 대한 조사’를 참여해 왔다. 이 조사는 재단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국제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해외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디지털 뉴스 인식 등은 어떠한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가장 최근 진행된 조사는 올 1월10일부터 2월20일까지(우리나라의 경우 1월13일부터 2월8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결과는 지난 6월14일자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으로 발표됐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온라인 설문조사(2023년1월10일∼2월20일) 이 리포트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66%)은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의 진위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문항을 처음 조사한 201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60%)보다도 6%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대체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허위정보를 우려하는 편이었다. 구체적으로 60대 이상이 73%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69%, 40대가 63%, 30대가 58%였다. 단, 20대 응답자(65%)는 40대보다도 더 많이 ‘가짜뉴스’를 우려하고 있었다. 정치 성향으로 봤을 땐, 중도(65%)나 보수(71%)보다는 진보(77%) 측이 온라인 허위정보를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응답자 상당수는 정치 주제(40%)의 허위정보를 가장 많이 접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생활비나 코로나19(각 21%), 기후변화·환경(11%) 등과 비교해도 2~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반면 가짜뉴스를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18%에 달했다. 이와 함께 국민 둘 중 하나는 ‘유튜브’로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재단의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 2명 중 1명(53%)은 뉴스 검색, 읽기, 보기, 공유, 토론 등을 위한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꼽았다. 이 역시 지난해에 비해 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46개국 평균(30%)보다도 2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뒤이어 카카오톡(22%), 인스타그램(12%), 페이스북(10%) 등이 차지했다. 재단은 “전반적으로 언론사들이 유튜브를 통한 뉴스 유통 전략을 강화해 다양한 유형의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튜브 뉴스 채널의 수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늘었기 때문에 이용자들 역시 이전에 비해 더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유튜브 등의 플랫폼 확장과 이용자 확대로 가짜뉴스 역시 확산되기가 한층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김창남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확산 등으로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 개인과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뉴스 생산자, 이용자, 매개자 등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장치와 신속한 차단 방법을 마련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가짜뉴스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루하루가 지옥… 일상 덮친 ‘갑질’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구는 행동, ‘갑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특정할 수 없는 이 갑질이 우리 사회를 점령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빈번한 갑질 속에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생기는가 하면 누군가의 갑질을 참던 이들은 또 누군가의 갑이 돼 갑질을 일삼기도 한다. 갑질의 시대, 우리 사회를 병들게하는 만연한 갑질의 실체를 확인하고, 고리를 끊을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 수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학수씨(42·가명)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손님들의 갑질이다. 메뉴를 서비스로 달라고 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음식 가격을 막무가내로 깎아달라고 하는 손님들도 있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술에 취한 손님들에게서 돌아온 것은 난동과 폭언이었다. “동네 장사 그렇게 하면 안된다. 가게 망하고 싶냐”, “손님이 해달라는데 안되는 게 어딨냐”, “돈 벌기 싫으냐”는 협박성 말까지 들어야 했다는 이씨는 그럴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몇만원 벌자고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지 착잡할 때가 많다”며 “언제까지 손님들의 갑질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인천에서 3년째 유치원 교사로 근무했던 김소진씨(29·가명·여)는 최근 학부모의 갑질에 시달려 며칠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새웠다. 의자와 물건 등을 마구잡이로 집어던지는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자 “당신이 뭔데 아이를 혼내냐, 아동학대다”라며 김씨에게 화를 내며 폭언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부모에게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설명했지만 오히려 “우리 애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거냐. 원장에게 말하겠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김씨는 학부모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과를 해야 했고, 더 이상의 민원을 참기 어려워 휴직을 한 상태다.  직장 내 괴롭힘,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 손님의 무리한 요구, 무분별한 민원인의 폭언까지 사회 곳곳에서 갑질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갑질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해 안타까운 상황까지 불러온다. 최근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견디다 못한 서울 서이초 교사에 이어 용인의 한 고등학교 교사까지 상대적 우위에 있는 학부모의 갑질에 못이겨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은 민원인의 갑질에 쓰러졌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곳곳에서 대응책을 내놓곤 있지만, 여전히 갑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갑질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권위주의적 문화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나 계급, 직위 등에 따른 서열·수진 문화가 강한 탓에 갑질 행위가 동반된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명하복식 문화, 서열문화가 강한 탓에 나이, 지위, 계층 등으로 상대방을 얕잡아보면서 갑질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한 인격적 주체로 여기는 의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갑질을 근절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일상의 공포가 된 갑질, 근절 대책은 미비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갑질은 육체적·언어 폭력은 물론 괴롭히는 환경을 조장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갑질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했는지는 여러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1일 경기도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4년(2019~2022년)간 경기도청과 각 시·군청 민원실에 접수된 악성 민원은 총 2만3천376건으로 연평균 5천844건의 악성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갑질과 악성민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각종 대책이 등장한 올해에도 6월까지 벌써 1천757건의 악성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폭언이 1천211건(68.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협박 474건, 소란 21건, 성희롱 12건, 폭행 1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경기도가 지난해 도청 직원 3천52명을 대상으로 '경기도청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직장 내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25.8%가 언어적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업무적 괴롭힘(21.9%)과 업무 외 괴롭힘(14%)이 뒤를 이었다.  인천의 경우 악성민원은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 2020년 97건에 불과했던 악성민원 건수는 2021년 333건, 2022년 1천277건으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악성민원의 대부분은 폭언으로 1천241건을 차지했으며 협박 13건, 폭행 2건, 성희롱 1건 등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서울 서이초 신규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교권침해 실태 조사를 한 결과 각종 갑질 관련 사례가 1만1천628건이나 접수됐다. 응답자의 70% 이상(8천344건)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아동학대로 신고 협박이나 악성 민원을 받은 경우가 6천720건(57.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폭언 및 욕설이 2천304건(19.8%), 업무·수업방해가 1천731건(14.9%), 폭행 733건(6.2%), 성희롱·성추행 140건(1.2%)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계속되는 갑질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악성 민원인의 증거 수집을 위한 휴대용 영상 음성 기록 장비를 운영할 수 있게 했으며 퇴거 및 분리조치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전화 등 비대면 민원인 갑질은 더욱 관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경기도 또한 올해 갑질 근절을 위한 사전 예방 교육 강화, 갑질 근절 캠페인 추진, 신고 및 제보 민원창구 일원화,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관련 대책이 시민이 아닌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관련 홍보나 캠페인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매뉴얼 마련 등 갑질에 대한 대책을 보안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 제언 "갑질은 낮은 자존감, 잘못된 분노 표출 방식" 전문가들은 갑질의 원인이 낮은 자존감, 잘못된 분노 표출 방식이라고 지적하면서 사회 전반적인 변화만이 갑질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갑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규정하고, 이러한 행위가 잘못됐다는 점을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갑질은 또 다른 갑질을 불러올 수 있다”며 “누군가의 갑질 행위에 직접적으로 항의하지 못할 경우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에게 또 갑질을 하게 되는 대물림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갑질 행위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갑질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개인의 행동을 제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처벌은 불가능하다”며 “분노가 악성 민원과 같이 왜곡된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극단적으로 치닫는 분위기, 악성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처럼 갑질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함께 이 같은 행동이 잘못됐다고 알려주는 팻말을 설치하는 등 잘못됐다는 인식을 꾸준히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도한 경쟁에서 갑질이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갑질은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된다. 경쟁이 과열돼 다들 치열한 것을 넘어 화가 나 있는 ‘앵그리 사회’가 됐다”며 “성공에 대한 집착과 욕구가 강해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이 갑질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 교수는 “갑질 행위를 하면서 흔히 ‘고소하겠다’ 등의 말을 쉽게 한다. 이는 갑질이 문제인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갑질 행위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기 위해선 갑질의 정의를 정확하게 세운 뒤 갑질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에겐 행위자로부터 즉각적인 분리와 트라우마 치료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하루 8.6명… 스스로 ‘삶과 이별’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폭우 속 리어카를 끄는 노인에게 우산을 내어준 여성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줬다. 이처럼 ‘남’이 아닌 ‘우리’의 개념인 공동체 의식은 자살, 갑질, 가짜뉴스 등 각박해지는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의 등불이다. 경기일보의 9월 ‘이슈M’ 주제는 공동체 회복이다. 편집자주 약 2시간46분마다 경기도민 1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로 취약계층이 벼랑 끝에 몰린 만큼 이러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8일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극단적 선택을 한 도민은 3천129명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은 3천158명으로 하루 평균 8.6명, 약 2시간46분마다 도민 1명이 삶을 포기한 것이다. 인천시의 경우 2020년 773명, 2021년 757명으로 해마다 700명 이상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1일 2명꼴이다. 지난 5년 동안 인구 10만명당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인 경기도 자살률은 △2017년 22.9% △2018년 24.2% △2019년 25.4% △2020년 23.7% △2021년 23.6%다. 전국 평균(△24.3% △26.6% △26.9% △25.7% △26.0%)보다 낮지만 65세 이상 자살률은 42.2명으로 전국 23.6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천시에선 40~50대 중장년층의 극단적 선택 비율이 두드러졌다. 지난 2021년 총 757명 중 40~50대는 274명으로 36.2%다. 이어 60대 이상이 256명(33.8%), 20~30대가 205명(27.1%) 순이다. 이 가운데 삶을 포기하는 노인과 중장년층 대부분은 보증금 없는 주택에 혼자 사는 가구로 고독사의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지속적인 자살 발생의 원인으로는 정신건강과 경제적 상황, 가정 문제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정신적 문제는 자살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경찰청 변사자 통계를 보면, ‘정신·정신과적 문제’는 경제생활(24.6%), 육체적 질병(16.6%), 가정(7.3%),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3.4%) 등보다 높은 40.4%(3천158명 중 1천275명)를 차지했다. 더욱이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따른 경제 위기로 스트레스, 우울 등을 느끼는 도민은 10명 중 7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 연구(위기상황에서의 취약계층 정신건강 실태 및 정책적 대응방안) 결과, 코로나19에 따른 스트레스가 높아졌다는 도민은 72.3%, 경제 위기에 대한 답변은 84.5%로 조사됐다. 특히 생활비 부족 경험 등을 겪은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계층은 장기화된 코로나19 및 경제 위기에 휘청일 수밖에 없다고 경기연구원은 진단했다. 코로나19 자체로도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더러 일자리 불안전성과 소득 감소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정신건강위기 상담전화 등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 강화를 추진 중이며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로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하루에 2명… 스스로 ‘삶과 이별’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흉흉한 범죄가 빈번해지며 '낯선 이'의 접근이 두렵고 '모르는 이'의 친절이 의심스러운 시대. 이런 시대에 최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인도에서 폭우 속 리어카를 끄는 노인에게 우산을 내어준 여성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남’이 아닌 ‘우리’의 개념인 공동체 의식은 자살, 갑질, 가짜뉴스 등 각박해지는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의 등불이다. 경기일보의 9월 ‘이슈M’ 주제는 공동체 회복이다. 편집자주 인천·경기지역 시민들의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인천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인천의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 2017년 700명, 2018년 816명, 2019년 758명, 2020년 773명, 2021년 757명 등이다. 1일에 2.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연령 별로는 40~50대 중·장년층에서 자살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인천시 자살현황’의 연령별 분석 결과, 2021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757명 중 40~50대는 274명(36.2%)에 이른다. 이와 함께 60대 이상은 256명(33.8%)이다. 자살 사망자 중 40대 이상이 70%에 이르는 것이다. 청년인 20~30대는 205명(27.1%), 10대는 22명(2.9%)이다. 특히 시는 1인 가구들이 갖고 있는 외로움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우울증 등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역별 자살 사망자 수는 1인 가구가 많은 미추홀·부평·남동구 등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시는 부평구의 경우 서울로 출·퇴근하는 청년 1인 가구가 많고, 미추홀·남동구는 보증금 없이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여기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도 위험하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어르신 1인 가구가 많은 미추홀구(33.9명), 동구(29.4명), 강화군(29명)이 높기 때문이다.가족 단위 가구가 많은 서구(21.4명)와 연수구(22명) 등과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경기 지역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도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7년 2천898명, 2018년 3천11명, 2019년 3천310명, 2020년 3천129명, 지난 2021년 3천158명이다. 경기도에서는 1일 8.6명이 삶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도 2021년 사망자 중 중·장년층인 40~50대가 36.9%, 60대가 32.5% 등으로 많다. 이에 시는 자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관리·지원하는 등 각종 자살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자살 고위험군의 사례 관리에 나설 전문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대면활동이 줄어든 데다 경제 위기로 인해 지역 곳곳에서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극단적 선택을 줄이기 위해선 지자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지원 확대와 함께 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막기 위한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자살 고위험군 관리를 철저히 추진, 자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상담인력 확충… 행정기관 중심 ‘공동체 의식’ 회복 필요 [무너지는 사회, 공동체 회복]

경기·인천지역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선 정신건강 상담인력 확충 등 전반적인 사회복지 시스템 점검뿐만 아니라 행정기관 중심의 공동체 의식 회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자살예방센터는 도와 31개 시·군에서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 중이다. 간호사, 사회복지자사와 같은 전문상담인력이 정신건강 악화를 호소하거나 극단적 선택 고민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총 정원은 도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976명(이하 시·군 포함,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살예방센터는 303명이다. 도는 시·군 센터의 관할 기관이 기초지방자치단체인 데다 이직 사례가 발생하는 만큼 평균 재직 일수 등 퇴직 관련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종현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수원7)이 지난 2021년 행정사무감사에서 경기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센터 퇴직자는 지난 2019년 101명, 2020년 149명, 2021년 124명이며, 도내 자살예방센터 퇴직자 역시 2019년 44명, 2020년 40명, 2021년 47명이다. 도는 다른 상담 센터의 인력 수요로 이직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총 10개 군·구에서 이 같은 센터를 운영 중인 인천시 역시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지역 센터에 등록된 정신질환자는 6천12명인 반면, 이들을 관리하는 종사자는 218명으로 종사자 1명당 30명에 가까운 인력을 담당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권장 지침은 종사자 1명당 25명이다. 인천 지역 한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심리적 고통과 고민이 있다”며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상담과, 추적 관찰이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 이른바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대두됐던 민간 복지망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는 지난 2018년부터 택배원, 가스 검침원, 편의점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발굴을 토대로 시·군이 임명하는 체계다. 지난해 4만4천명의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이 총 9만8천565건 위기가구를 발굴한 만큼 도는 올해(현 4만7천명) 이를 5만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은 명예직인 만큼 위기가구 발굴 교육 이수, 실적 확인 등 구체적인 활동을 강요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수치 늘리기에 급급하지 않고, 이들의 활동 여부를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는 “복지 정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구축된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해야 할 시기”라며 “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은 삶을 포기하기 전 이와 관련한 신호를 보내는 만큼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령 명예사회복지공무원과 관련 행정기관은 이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민간은 복지망 참여에 따른 혜택에 연연하지 않는 등 관에 의존하려는 자세를 자제하면 지역 사회에서도 공동체 의식이 생길 것”이라고 제언했다. 

재난·범죄 막아라… 안전 확보나선 지자체들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태풍이나 폭우, 폭염 등의 재난사태와 묻지마 흉기난동 등의 범죄 등이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의 ‘재난사태 선포권’ 지자체 양도를 무한정 기다릴 수 없기 때문으로, 재난사태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해서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5년 ‘재난사태 선포권’을 우선적으로 시·도 등 광역 지자체에 이어 순차적으로 기초 지자체에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최근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2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각 지자체들은 자율적인 조직을 총해 시민안전 보호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조직이 자율방재단으로 자연재해대책법을 근거로 일선 지자체들마다 설치해 운영 중이며 지자체 조례로도 그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부천시와 남양주시 등이 대표적으로 부천시는 2분기 빗물받이 정비와 재해취약지역 예찰활동, 양수기 사용법 교육, 수방자재(모래주머니 제작) 제작 등의 활동을 펼쳤으며 남양주시도 각종 재난·재해 예방 및 복구활동 등을 진행 중이다.  안산시는 그늘막 등 폭염대비시설을 설치하는 등 재난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폭염대응 합동TF팀을 꾸리고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도로 및 인도에 ▲고정형 그늘막 559곳 설치 ▲스마트 그늘막 2곳 시범 운영 ▲그늘나무 27그루 식수 등을 시행했다.  안양시는 재난예방시설 설치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공동주택관리조례를 개정하고 공동주택에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면 사업비의 40~90%를 보조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도내 지자체들은 범죄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양특례시, 평택시 등은 자율방범대 활동을 통해 취약지 범죄예방 순찰 및 범죄 신고, 청소년 선도·보호 및 미아·기아·가출인의 보호, 교통 및 기초질서 계도 등을 진행 중이다. 대원들은 매일 오후 7~8시 전후로 관할 구역을 순찰하고 각종 행사 개최시 행사장 주변 교통 통제 업무를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친다. 최근 묻지마 범죄 등으로 시민 불안이 증가하자 순찰시간도 늘리고 있다. 평택시는 자율방범대가 시민안전 활동을 하며 유사 시 해병대전우회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도내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역에서 갑자기 재난이나 범죄 등이 발생하면 지자체 차원에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비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재난과 범죄 등에 철저히 대비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난·범죄 막아라… 안전 확보나선 인천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인천지역에서 자연·사회 재난 등이 끊임없이 발생,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8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은 지난 2018년 극심한 폭염이 있을 때 무려 258명의 온열질환자가 나오는 등 최근 5년 간 폭염으로 504명의 온열질환자(사망 6명)가 발생했다. 또 태풍 및 게릴라성 호우 등으로 인한 원도심 저지대 주택 침수 등 풍수해는 지난해 5천570건이 발생, 3명이 숨지는 등 8명의 사상자를 냈다. 재산피해도 154억원에 이른다. 또 같은 기간 해마다 대설·한파로 2명이 사망하는 등 모두 15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인천은 사회재난 및 안전사고에서 인명피해 등이 많이 발생했다. 화재·폭발 사고는 해마다 1천300~1천700여건씩 발생하고 있으며, 2020년엔 22명이 사망했고 지난해에도 11명이 사망했다. 생활안전 분야인 도로교통 사고도 해마다 8천여건이 발생, 100여명이 사망하고 1만여명이 다치고 있다. 사업장 산재는 해마다 5천여건 이상 발생, 70~90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시는 지속적으로 도로교통 및 사업장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인천의 지역안전지수는 생활안전이 5등급으로 최하위다. 이어 교통사고 2등급, 화재 2등급, 범죄 2등급, 자살 2등급, 감염병 3등급 등이다. 시는 현재 ‘인천시 안전도시 기본계획’을 마련, 시민들의 안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시는 재난위험도 및 취약성 등을 고려, 재난유형별 맞춤형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시는 이 중 5등급인 생활안전 분야를 2등급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낙상·상해·열상 등 생활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 환경 개선 및 대응인력과 예산 확충 등에 나서고 있다. 시는 또 재난 약자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사고 발생률이 높은 원도심인 미추홀·부평·계양구를 중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어르신이 많아 또 사고발생률이 높은 강화·옹진군 등의 주요 사고지점 및 사고사례 분석을 통한 맞춤형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는 이 밖에도 신종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기반 스마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종전 2만251대의 재난 및 안전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를 오는 2027년까지 2만3천22대로 늘릴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와 안전 수요가 증가한 만큼, 체계적인 예방 및 대응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안전도시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재해 대비·치안 강화… 자율방재·방범단 ‘안전 파수꾼’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언제 어디서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재난사태와 갈수록 흉악해지는 묻지마 범죄로부터 시민안전을 지키겠습니다.”  경기도내 지자체들과 인천시에 각종 재난과 범죄가 잇따르면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로 구성된 자율방재·방범단 활성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경기일보가 경기· 인천지역 자율방재 활동을 점검한 결과 부천시 자율방재단의 경우 1분기 33회(722명 활동)에 걸쳐 빗물받이 청소와 제설작업 지원, 수방 자재 점검, 재해취약지역 예찰활동을 시행했다. 남양주시 자율방재단도 재해 취약지역 예찰과 시설물 안전점검 등을 실시하는 등 재난사태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용인특례시 자율방재단은 올해 3분기 폭우 대비 순찰을 강화하고 재난관련 체험교육 및 안전한국훈련 참여 등도 계획 중이며 4분기에는 산불 및 폭설 대비 예찰활동도 준비 중이다. 인천시도 자율방재단을 꾸리고 치안정책협의회를 추진하는 등 시민안전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여름철 취약시설 및 무더위 쉼터 등의 안전점검과 함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난별 행동요령 홍보 등을 추진했으며 장마 및 태풍에 대비한 산사태, 반지하 침수, 빗물받이 퇴적물 제거 등의 예방 활동도 함께 했다. 이와 함께 재난 피해 발생지역을 파악해 위험지역에 대한 현장 순찰 및 주민대피에 필요한 인력, 장비·자재 점검 등도 주기적으로 시행 중이다. 위험지역에는 재난안전선을 설치하는 등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 취약계층을 위한 확인 방문 등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피해 지역에 대한 응급복구 지원, 피해 현황에 대한 군·구 보고 및 구호물자 관리, 차량·인력 지원,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설치 및 운영 지원, 피해 신고서 작성지원 등의 활동도 함께 추진 중이다. 앞서 인천시 자율방재단은 지난 2013년 11월에 꾸려져, 자연재해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지역의 자율적인 방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방재단은 시와 10개 군·구에서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인원은 총 2천907명에 이른다. 특히 지역치안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마련해 지역사회의 치안 질서를 위한 거버넌스를 이어왔다. 인천시는 오는 29일 인천자치경찰위원회를 포함해 시 6개 실·국, 인천경찰청 관계자가 참석해 민생치안문제 해결과 강력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시는 이상 동기 범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검토 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민을 자연재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단체와 협조해 효율적으로 방재단을 운영하겠다”며 “앞으로 발생할 태풍으로 우려가 큰 만큼, 침수 사고 및 옥외 간판 정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근 성남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사건’ 등 상상을 초월해 불쑥 찾아올 수 있는 가공할 범죄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용인특례시 자율방범대는 취약지 범죄예방 순찰 및 범죄 신고, 청소년 선도·보호 및 미아·기아·가출인의 보호, 교통 및 기초질서 계도 등을 진행 중이다. 매일 오후 7~8시 전후로 관할 구역을 순찰하고 각종 행사 개최시 행사장 주변 교통 통제 업무를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친다. 묻지마 범죄 등으로 시민불안이 증가함에 따라 순찰시간도 늘려 활동 중이다. 부천시 자율방범대(3연합대 31개 지대)도 마을 및 동네 치안 강화를 위해 순찰활동을 진행하는 등 시민안전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평택시는 경찰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역 내 자율방범대 500여명이 적극적으로 순찰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해병대전우회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고양특례시 자율방범대도 시민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찰의 힘이 미치기 어려운 취약지대를 도보로 순찰하면서 범죄, 사고, 화재, 재해 등으로부터 시민을 지키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방범활동' 전문가 제언 “주민들 심리적 안정감 느끼고, 범죄 예방 긍정적 역할 담당”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재난사태 등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무조건 중앙정부에만 떠넘기고, 정부가 다 해결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본인 스스로 참여하는 부분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석 경기대 공공안전학부 교수는 “현재 경찰은 순찰보다 112 신고대응에 주력하고 있는데 자율방범대원들이 순찰활동을 하면 주민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게 되고 잠재적인 범죄자들은 그 지역은 피하게 된다. 경찰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대한민국이 이웃과 모르는 사회가 되면서 범죄자들이 활동하기 너무 좋은 환경인데 지역사회의 자율방범활동은 그 자체만으로 주민간 신뢰형성과 범죄를 줄이는데 긍정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매년 240명… 경기·인천 근로자 일하다 죽는다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지난 8일 성남 샤니 공장에서 50대 근로자 A씨가 작업 도중 빵 반죽 기계에 허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분할기에 허리를 넣고 노즐을 교체하던 중이었는데, 동료가 이를 못보고 기계를 작동시켜 반죽통이 그대로 그의 허리를 누른 것이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사고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SPC그룹 내 ‘근로자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평택의 SPL 공장에선 20대 여성 근로자가 배합기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했다. 사고 이후 허영인 SPC 회장은 직접 사과를 하며, 3년간 안전관리에 1천억원을 투입하는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 이틀 뒤 성남 샤니 공장에선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끼임 사고가 일어났고, 이후 1년도 안돼 같은 공장에서 또다시 작업 중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이렇듯 근로자들이 일을 하다 생을 마감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산재 예방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올해도 90명이 산업현장에서 작업 중 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산재 사고사망자 수가 256명을 기록해 전국 산재 사망자의 29.3%(874명)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35명, 2021년 221명, 2022년 256명으로 도내에선 연 평균 약 240명의 산재 사고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재 사고사망자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78.9%(202명)를 기록했고, 50인 이상 사업장은 54명(21.1%)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고 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도 0.51‱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근로자 90명이 산업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사망했다.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도내 누적 산재 사고사망자 수는 총 9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52명(57.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조업이 23명(25.6%)으로 뒤를 이었다. 재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떨어짐(38명, 42.2%), 기타(36명, 40%), 끼임(11명, 12.2%) 등 순이었다. 인천지역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 수가 12명에 이르는 등 한 달에 4명 꼴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명) 보다 3명 늘어난 수치다. 실제, 지난달 14일 인천 서구 대곡동의 한 공장에선 B씨(50)가 5m 위에서 떨어진 1.3t짜리 덕트에 깔려 숨졌다. A씨는 당시 덕트를 옮기는 크레인 밑을 지나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46명, 2021년 40명, 2022년 46명으로 1년에 약 44명은 산업재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많은 노후 산단과 제조업 등 전통적인 재래형 업종에 비정규직 등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현장에서 작업 중 다치는 사고도 빈번하다. 인천 지역의 지난 5년 동안 산업재해자 수는 2017년 5천199명, 2018년 5천90명, 2019년 6천10명, 2020년 5천986명, 2021년 6천714명, 지난해 6천279명 등이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안전은 결국 비용이 들어가는데,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나 자원이 부족하면 예방조치가 미비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영세 사업장의 높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원청과 하청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 강화”… 산재사고 예방 팔걷은 경기·인천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경인지역의 산업재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고용당국과 경기도, 인천시가 근로자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두 팔을 겉어붙였다. 25일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공단 경기본부는 도내 ‘고(高)위험 사업장’과 ‘레드 존’(Red-Zone) 지역을 지정해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에선 화성과 평택이 ‘레드 존’으로 설정됐고, 고 위험 사업장은 크레인, 컨베이어, 산업용로봇, 사출성형기, 리프트 보유 사업장 등을 갖춘 사업장 등이 선정됐다. 건설업에선 화성과 평택, 용인 3곳이 ‘레드 존’으로 정해졌다.  아울러 물류창고가 많은 경기도 특성상 냉동·물류창고 공사현장 80개소와 운영 사업장 868개소가 고 위험 현장으로 분류됐다. 지역별로 보면 이들 창고가 많은 안성, 용인, 평택이 해당된다. 이러한 계획을 바탕으로 공단 경기본부는 올해 산재사고 사망자를 15%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역시 다음 달 ‘산업재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행한다. 전국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 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도의 산재 예방 대책은 부서별로 분산돼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같이 ‘(가칭) 제조·서비스 분야 산재 예방 협의체’ 출범하게 되면, 도 사회재난과가 사고 초기 내용을 공유한 뒤 건설 및 제조 등 분야별 보고·관리를 취합해 일원화된 정책 시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법적인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도 도는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며 “대응 체계를 일원화해 도내 근로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2027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20명까지 줄일 수 있도록 ‘노동안전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안전보건지킴이’를 통해 지역 사업장 산재 예방 점검 등 활동을 할 예정이며, 지자체가 직접 발주하는 공사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발주공사 안전점검계획을 마련·점검한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중앙 정부에서의 관리·감독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는 이러한 정책 촉진을 목표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며 “특히 열악한 사업장을 위주로 시설 및 인력 등을 확충하고 집중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홍순의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장 “산재 예방 위해 최선 다할 것” 경기도내 산업 현장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파수꾼’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다. 산업재해 예방은 물론 일상의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는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의 얘기다. 취임한 지 1년이 된 홍순의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장을 만나 산재 예방을 위한 공단의 그간 성과와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Q. 개편된 위험성 평가가 적용된 지도 약 2달이 지나간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정착돼가고 있는지. A. 지난 5월부터 개편된 위험성평가를 보다 많은 사업장이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개편의 핵심은 ‘단순함’이다. 개편 이전의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에서 빈도와 강도를 평가해 위험성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프로세스였다면, 현 위험성평가는 위험성을 O,X나 상·중·하로 간단히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도입 2달이 지나며 대규모 사업장은 개편된 위험성평가가 작동하고 있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아직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경기본부는 중소규모 사업장 안착을 위해 위험성평가 컨설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등 지원을 추진 중이고, 하반기에는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최근에는 폭염으로 건설현장 등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와 관련 공단에서 마련하고 있는 대책이 있다면. A. 경기지역본부는 8월 한 달간 폭염 대비 비상대응 특별대책을 수립하고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한 비상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중소사업장 근로자들의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공단 차원에서 약 100억원의 추가 예산을 확보해, 이동식 에어컨·그늘막 등 재정지원 품목을 확대했다. 또 공단 전 사업 수행 시 방문하는 모든 사업장에 온열질환 예방 기본수칙 기술 지원과 보냉장구 지원을 병행해 온열질환 위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 Q. 경기도에는 물류창고가 많아 이와 관련한 산재 예방 대책도 요구되는데 현재 어떤 정책들이 시행 중인지. A. 경기본부는 물류창고 현장에 대해 설계·시공·운영에 이르는 생애주기별 대형사고 예방시스템을 운영해 산재예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설계 단계에선 건설업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 시 공종별 분리 심사 등 내실화를 기하고 있다. 시공 단계에선 대형 물류창고 건설현장의 경우 건설·보건·안전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정밀 확인반 운영, 물류창고 패트롤 데이 등을 통해 사고사망 감축을 집중 관리 중이다. 운영 단계에선 계절적 요인과 근골격계질환 등 상시 위험 요인에 대한 기술지원을 실시 중이다. 이를 통해 상시 발생 가능한 위험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Q. 안전문화 확산 측면에선 안전문화 실천추진단 활동 역시 중요한 축이다. 그간의 활동 실적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평택지청,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3월 안전문화실천추진단을 발족해 상반기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달려왔다. 지난달에는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경기 산업안전보건의 달’ 행사도 열었다. 하반기에는 경기도에서 더 많은 공공기관 사업장들의 추진단 참여를 통해 유기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안전문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도내 지역행사와 연계한 캠페인, 시민과 함께하는 안전문화 백일장 등이 계획돼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고용노동부·공단·민간재해예방기관의 노력 만으론 산재 감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지역 안전문화가 뿌리 내려야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 수 있다. 경기본부와 추진단의 활동에 공감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지자체 재난사태 선포 기준 無 …“판단 능력 향상해야”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이동자제 권고, 대피명령 등을 골자로 한 재난사태 선포권이 경기도와 인천시에 넘어온다고 하더라도 이와 관련한 선포 기준이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대응에 대한 판단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에서 재난사태는 태풍 및 홍수, 화재 등 자연과 사회 재난에 따른 극심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 행정안전부 장관에 의해 선포될 수 있다는 식으로 규정됐다. 즉, 사망자와 부상자, 재산 피해 등의 선포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해당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올 경우 시·도지사의 남발을 우려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경인지역에서 각종 자연·사회재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례로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발행한 ‘경기도의 효율적 재난대응 서비스와 사고지휘 플랫폼 구축 연구’를 보면 지난 2017년 도내 화재는 9천799건에서 지난 2021년 8천167건, 인명피해는 651명에서 491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재산 피해는 2천503억원에서 7천806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호우주의보(3시간 강우량 60㎜ 이상 등) 등은 31개 시·군에서 32~60건이 발령됐으며 지난해 8월의 경우 집중호우로 도내에선 22명의 인명피해, 4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천시의 경우 같은 기간 연평균 폭염 특보일수는 23.6일로, 온열질환자는 504명에 이른다. 풍수해 발생건수 역시 2017~2021년 5천570건으로 8명의 사망 및 부상자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속적인 재난사태 속에서 상황 판단 능력을 문제의 본질로 주목하고 있다. 가령 기상청은 날씨를 분석하고 강우량을 예측하는 등 정보의 제공자 역할을 맡고,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재난 발생 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정보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동규 동아대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용산구청 관제센터 업무를 외주 업체가 맡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재난 대응은 전문적인 인력이 맡아야 한다”며 “더욱이 이태원 압사 사고와 충북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모두 주말에 이뤄진 일로 당직 근무자들 역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규 경기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장은 “재난 사태의 초동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현장과 가까운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사태 선포권으로 이와 관련한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은 지방분권 차원에서 옳은 방안”이라면서도 “아직 우리나라 지자체는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이를 확충하는 한편 지자체의 재난 판단 능력 등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인천, 생활안전지수 최하위… “지역별 재난대책 시급”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인천시의 재난에 대비한 시설물 안전을 비롯해 도로·교통 안전 등을 포함하는 생활안전지수가 5등급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자체가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역별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시에 따르면 인천의 지난해 생활안전지수는 5등급으로, 꼴찌다. 생활안전지수(1~5등급)는 행정안전부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해마다 점검하는 지역안전지수이다.  시는 지난 2017~2022년 모두 생활안전지수를 4~5등급을 받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인천에 노후산업단지와 저지대 원도심 지역에 저층 주거지가 밀집하고, 구급건수, 시설물 사고·교통 및 도로사고 등 생활권에서 마주하는 사고가 상대적으로 많거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재난유형별 과거 피해 발생 건수를 보면 2017~2022년 자연재난으로 인한 사망 및 부상자는 662명이고, 사회재난 및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 및 부상자 수는 8만6천664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생활안전 분야인 도로교통 및 재난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93명이고,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시설물사고 등은 해마다 5명 안팎의 시민들이 다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련법상 지자체장에게는 재난선포 권한이 없어 효과적인 재난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천시는 재난상황 시 위기경보 발령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에게 ‘건의’만 할 수 있다. 상위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재난상황의 위기경보 발령은 중앙행정기관인 ‘재난주관기관’에게만 허락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해 이들의 책임성과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현재 재난 형태는 복합, 신종, 대형재난으로 이어지는 만큼 현장과 가까운 지자체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성윤 인천연구원 인천안전도시연구센터장은 “재난을 대응할 때 중앙에서 지역으로의 ‘탑 다운’ 방식으로는 현재의 복합·신종·대형 재난을 다루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에 재난의 대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자체에 재난 대응의 역할을 강화하면 오히려 시민의 재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며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재난의 위험을 분석하는 협의체도 만들고, 주민 교육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