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하게 되는 흔한 고민들이 있다. ‘오늘 뭐 입지?’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옷’은 일상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개인의 취향과 기분, 당시의 유행까지 반영된다. 이 때문에 400여년 전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도 ‘무엇을 입을까’는 중요한 고민이었다.
경기도박물관은 8일부터 내년 3월10일까지 출토 복식 특별전 ‘오늘 뭐 입지?’를 열어 17세기 사대부 남성과 여성의 다양한 복식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송 심씨 사평공파 문중이 기증한 조선시대 문신 심연(沈演, 1587-1646)과 그의 부인 전주 이씨(1606-1668), 그의 할머니 나주 박씨가 공들여 골라 입었던 다채로운 우리 옷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옷들은 지난 2017년 도박물관 학예사들이 사평공파 묘역을 정리하는 과정에 참여해 직접 수습하고, 3년여의 보존 처리와 연구를 거쳐 선보인 유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전시는 17세기 여성의 복식을 선보이는 ‘1부: 삶을 담은 옷가지’, 17세기 남성 복식을 살필 수 있는 ‘2부: 겹겹이 품은 이야기’, 무덤에서 옷을 수습해 연구와 재현, 전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개한 ‘3부: 무덤에서 박물관까지’로 구성됐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나주 박씨가 가장 겉에 입고 있던 옷인 ‘단령형 원삼’과 전주 이씨의 ‘원삼’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옷은 50년의 차이를 두고 옷깃의 형태가 원형인 ‘단령형’에서 네모 모양의 ‘직령형’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 2부에선 심연이 입고 있던 관복인 ‘단령’을 볼 수 있다. 단령의 가슴과 등엔 금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비오리 흉배가 있는데, 이는 본래 명나라 것으로 조선시대 관료의 옷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연이 당시 조선의 규정에 따라 기러기 흉배를 하지 않고 비오리를 사용한 것은 명나라 멸망 이후 조선의 흉배 제도가 문란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전시실 중앙엔 심연의 시신이 출토될 때 껴입은 상태로 발견된 8벌의 옷 중 일부를 차례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도 박물관은 무장애 전시를 표방하는 ‘구름 물결 꽃 바람’ 특별전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전시에선 옛사람들이 문화유산에 즐겨 사용하던 전통 무늬에 담긴 소망을 다뤘다. 자연을 닮은 다양한 무늬를 시각·촉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했으며, 도박물관이 소장한 ‘요지연도 8촉 병풍’을 실제 크기로 다시 제작해 그림 속 무늬들을 촉각 모형으로 느껴볼 수 있게 했다.
도박물관은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전시실 내에 전선 캡을 사용하지 않거나 조명의 빛을 밝히고, 점자판의 높이를 낮춰 장애인과 고령자 등 몸이 불편한 관람객이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하도록 했다.
전시를 관람한 이기연씨는 “무덤에서 출토한 400년 전의 실제 옷을 보니 당시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생활상을 피부로 느끼는 듯했다”며 “복식을 통해 장례 문화와 유교 문화, 당시 복식 디자인의 특징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오감으로 전시를 느끼는 무장애 전시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둔 40대 김진미씨는 “아이들이 교과서로만 접하던 것을 박물관을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고, 당시의 이야기를 입체감 있게 그려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낯설게 보이는 옛 유물에 담긴 생각과 마음이 지금의 우리 것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감각과 매체 등을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즐기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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